지난주에는 문상을 갔었다.  

 
회갑의 나이에 친정엄마를 잃은 해란언니는 환히 웃고 있는 영정 사진 아래서 “엄마!” 를 부르며 고아같이 흐느끼었다. 
 
함께 문상 간 동료 나오미는 오래전 태국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말없이 해란언니를 천천히 껴안으며 등을 쓰다듬는데 그녀의 몸짓과 눈망울에 고향에 둔 엄마를 그리는 정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졌다. 
 
송아지 울음 같은 ‘비명’! 세상에 두루 통하는 가장 슬프고 예쁜 이름이다. 입에서 발음만 내어도 가슴이 뭉클거리는 이름이다. 
 
이 따스한 정겨움과 인연에 대한 물음이 시작된다.  엄마와 딸 사이에는 사랑과 미움의 두 날개가 있어 파닥거린다. 
 
서로 찾고 찾으면서도 갈등하는 연민과 상처를 여과 없이 주고 받았다. 바람 불고 덧없는 세상이라고 당신의 소중함을 얼마나 가볍게 지나치며 살았는지, 엄마는 나를 향해 아프다고 외롭다고 비명을 질렀지만 그때 그것을 듣지 못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 이야기 들어라 
너는 어쩌면 생겨 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 김소월의 시 ‘부모’ 
  
동지와 섣달은 차가움과 어둠이 깊다. 겨울의 기나긴 밤 엄마와 둘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따뜻하고 든든했던 때가 있었다. 
 
이 밤에는 자식 생각보다 엄마 생각에 밤을 뒤척이며 찾는다. 안성수목원 소나무 아래 손바닥만 한 비석에는 엄마 이전의 이름 석자가 놓여있다. 
 
나의 뇌에 피와 함께 흐르는 이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처음선생 처음친구 그리고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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