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성리학에 기초하여 예의를 중시하며 살아온 겨레 이다. 법이 없이도 살 사람이란 의미는 예의가 중시되던 시대에 구태여 법으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예의가 곧 법도였기 때문일 것 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서로를 배려하며 갖추어야할 덕목으로 삼강오륜을 귀감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지만 오늘날의 사회는 삼강과 오륜 사이의 이격 거리가 너무 멀다. 

 
삼강오륜을 줄줄이 꾀어 외우지는 못하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할 덕목이란 것 정도는 현대인들도 알고 있을 것 이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이격거리를 합리화시키기엔 너무 난해한 논리이다.  생활상이 변하였다고 합리화하기에도 대단히 미흡하고, 문명이 발달하여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변하여서 그렇다 하기엔 너무나도 궁핍한 변명임이 분명하다.
 
성리학은 사람의 성품과 인성을 다스리는 학문이다. 곧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통제하고 다스리며 제어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넓게 보고 느리게 가자하니 수위를 놓친 후발자가 돼 있고, 남들보다 빨리 가자하니 시기적 경쟁의식이 팽배해 지고, 중간을 가자하니 색깔 없는 채식인간이 되는 것 같고, 차라리 맨 뒤를 장식하자니 사회적 열외를 당하는 비운의 세상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초학들을 가르치기 위해 박세무가 지었다는 동몽선습(童蒙先習)이란 책이 있다. 어린 몽사들이 우선 익혀야 할 덕목으로 삼강과 오륜을 기초로 풀어놓은 책이다. 그 첫 구절에는 삼강오륜 이전에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고 쓰여 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만물 중에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한데 바로 그 이유는 오륜을 알기 때문 이라고 귀결 짓고 있다.  결국 오륜을 모르는 사람은 존귀함을 포기 하는 것이요, 사람이라면 그 존귀한 가치를 높이 여겨 오륜을 실천 할 때 사람으로써의 귀한 대접을 하늘로부터 받는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우리는 참으로 어렵고도 난해한 시대에 봉착한듯 하여 조금은 생각을 길게 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인간이다.  오직 인간들만이 고귀하고도 소중한 존엄성을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오직 인간들만이 시기와 반목을 벗어 던지고 화해할 수 있는 능력자 이다.  또한 인간이기에 해야 할 과제이기도 한 훈훈한 인정이 넘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추워지고 있는 연말연시를 맞으면서 계절과 계절사이의 이격을 환절기라는 아름다운 묘사로 극복해나가는 자연의 이치처럼 서로가 어깨를 맞대고 체온을 보태면서 살아간다면 삼강과 오륜사이의 격차도 줄여갈 수 있는 지혜라 생각하면서 진정 향기 나는 삶의 자양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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