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하늘은 높으며 바다는 깊다. 넓고 깊은 자연 속에 기거하는 모든 생명들은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동 식물을 막론하고 모든 우주 만물이 그러할 것이다. 특히나 그 속에 사람의 존재란 위대하기에 더욱 그러할 것 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인간사회의 공식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다가 땅으로 돌아간다. 그러기에 우리가 밟고 살아가는 땅의 명칭 또한 다양 각색인 듯하다.

 
사람의 생활상이나 주변 여건에 맞게 만들어진 지명들을 보면 경이로울 만큼 오묘하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하면서, 거기에 맞는 주거환경을 만들어 기거 해 왔다. 추위를 막아줄 의복과 난방의 형태나 방식이 다양하듯 생각만큼이나 지명도 참으로 다양하다. 문중의 선산자락 양지 바른 방향으로 종중 공원묘원 조성 작업현장에 관여하면서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오묘한 지형의 명칭들을 접하면서 어쩌면 우리가 자연 속에 안겨서 살아감이 당연하단 느낌을 깊이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금계가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금계 포란 지세”라 하는 곳을 가장 명당으로 여기며 공원 조성에 들어갔다. 선산 도처에 산재 해있는 선조의 묘역을 발굴하면서 또 한 번 놀라운 지명들에 감탄하며 머리를 조아려 본다.
 
넓은 들판을 지나 마을 어귀로 들어서는 겨울이면 찬바람이 불어 닥치는 작은 모퉁이 한밤뜰(寒夜坪)을 지나서 언덕을 넘어서면서 울창한 가래나무 방풍림 울타리가 있는 가래울(可來蔚) 이 동네 별칭이다.
 
마을 한가운데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면 실오라기를 엮어 펼쳐 놓은 듯 마치 비둘기 꼬리깃털처럼 좁고 곱께 펼쳐진 비누구미(飛縷鳩尾) 들판이 보이고, 몇 집을 지나 돌아보면  먼 옛 날 용이 살다 승천 하였다는 작은 연못이 있는 곳 용댕이(龍塘)를 바라보면서 뒷산  넘어로 접어들면 지는 해를 얽어매듯 빽빽한 개오동나무 군락지가 있다. 
 
나무는 겨울철 바람을 막아주고, 열매는 아이 어른 모두 들고 다니며 손아귀에 쥐고 손 운동을 하며 갈고 다니기도 한다.  또한 나뭇가지들은 오래전부터 땔감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동에 이름은 신추리(薪楸里)로 부른다. 바로 그 넘어 남서쪽 양지바른 골짜기가 있는데 금계가 알을 품는 형국의 지형이라 하여 난산(卵山―일명 알미)이라 불리는 곳에 종중의 공원 묘원을 조성 하고 있다. 
 
지세가 명당 이라 하기보다 이곳에 이르기까지의 곳곳의 지명들을 볼 때 선현께서 일구어 놓은 터전의 의미 하나하나가 지금도 남다른 감회로 느껴진다. 
 
누구라도 지금 바로 선조의 묘역을 따라 유래된 지명을 되새겨 볼 여행을  계획 한다면 그곳 모두가 포란 지세의 명당이 아닐까 생각 해 보면서 다시 한 번 위대한 조상과 더불어 오늘의 나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 보는 것도 좋은 가을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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