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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워 자고 깨었느니"
김학인 세움교회 담임목사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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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10  1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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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0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생생한 느낌으로 남아 있는 기억의 조각이 있다. 서울의 어느 회사에 갓 입사하여 한겨울에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하숙도 여의치 않아 급하게 회사 가까운 곳에 단칸방을 얻었다. 

 
매우 저렴한 월세 방이었는데, 길가에서 문을 열자마자 좁은 입구 겸 부엌, 그리고 작은 방 하나가 전부였다. 난방은 연탄 보일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방의 벽에 금이 가서, 가스배출기를 켜지 않으면 연탄가스가 방안으로 스며들 위험이 있었다. 방이 싼 이유가 있었다. 
 
퇴근 후 숙소로 돌아와 가장 먼저 번개탄으로 연탄불을 피우고, 가스배출기를 틀어야 했다. 배출기로 연기를 빨아들이니 아침녘이 되면 연탄은 잔불만 남았다.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그때만큼, 내일 아침 무사히 깨어날 수 있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기도해 본 적이 없다. 거기서 한겨울을 보내고, 회사가 마련한 기숙사로 옮겨 그 생활은 끝이 났다. 그때를 생각하면 젊은 나이의 무모함에 웃음이 나온다. 
 
자고 깨는 것은 우리가 매일 수없이 반복해 온 일이다. 평소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 아침에도 깨어날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당연한 일이라고 치부한다. 
 
그러나 한순간에 죽음과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전쟁터에서 하룻밤을 무사히 보낸다는 것은 당연하게 보장되어 있는 일이 아니다. 엄청난 태풍이 전국을 관통하는 날이면 ‘오늘 밤도 무사히’라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오늘 내가 평안히 자고 깨는 것이 감사한 일임을 재삼 깨닫게 되는 때다. 
 
성경 속의 다윗왕은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다. 특히 왕이 되기 전 그는 망명과 도피 생활을 반복해야 했다. 추격하는 군사들의 눈을 피해 살아야 했던 다윗, 자신을 칠 칼날이 언제 어디에서 들이닥칠지 모르는 시간들을 보내며 자고 깨야 했다. 
 
아침을 평안히 맞는다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면서, 그런데 그는 이렇게 고백했다.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시편 3:5). 온갖 위협 앞에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에 그가 평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생명이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다윗은 온갖 위험 속에서도 평안히 잠들고 깰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는지, 시편 4편에서도 이렇게 고백한다.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 나를 안전히 살게 하시는 이는 오직 여호와이시니이다”(시편 4:8).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붙들지 않으시면 오늘 밤 잠들었다가 이 땅에서 영영 깨어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생생하게 깨달았다. 오늘이 이 땅에서의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다. 
 
특별한 위험이 아니라도 우리는 온갖 걱정 근심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들도 많다. 하루를 보람 있게 열심히 살고 또 밤에 단잠을 이룰 수 있음도 복이다.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시편 127:2).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보내는 하루의 모든 일상들이 참 귀하다. 맛있는 밥 한 끼, 커피 한잔의 여유, 밤에 누리는 꿀 잠, 그리고 하루를 기대 속에 맞이한 아침. 누워 자고 깨는 일상이 복임을 잊지 말자.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가 있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한 여름이다. 삶의 걱정 때문이 아니라 열대야와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마음만은 시원하고 상쾌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오늘도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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