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은 아직 안개 속에 빠져 있고 그 불확실성은 국제경제와 한국의 경제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 와중에 시진핑은 80년 전 마오쩌둥과 중국 공산당의 대장정(大長征)을 기념하면서 중국은 새로운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선언하였다.
 

  손문(쑨원)의 민족주의를 중심으로 합쳐졌던 국민당과 공산당은 손문이 간암으로 죽은 후 장개석이 국민당을 차지하면서 빠르게 분열되었다. 지주, 금융가, 대자본가들의 지지를 받던 국민당과 노동자와 농민을 자신의 세력으로 삼았던 공산당은 근본적으로 함께 할 수 없었다. 장개석은 1927년 4월 상하이 쿠데타를 일으켜 중국 공산당과 동조 세력을 공격하였다.
 

  이후 공산당은 도시 노동자를 중심으로 무장 봉기와 폭동을 일으켜 국민당에 대항하였으나 무참하게 실패하였다. 마오쩌둥은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공산주의 혁명은 당시 상황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간파하고 강서성의 정강산을 중심으로 농민을 중심으로 소비에트를 건설하고 국민당에 대항하였다.
 

  도시를 중심으로 혁명 활동을 하던 중국 공산당은 도시를 탈출하여 마오쩌둥과 합류하여 강서성의 서금(瑞金)에서 다시 혁명을 이어갔다. 장개석은 외부의 적들보다 내부의 적이 더 위험하다고 간주하고 공산당 토벌을 시작하였다. 국민당은 수차례의 공산당 토벌에 실패하자 독일에서 군사고문단의 조언을 받아 토치카 전술을 사용하여 공산당의 근거지로 조금씩 진격해왔다.
 

  1934년 10월 국민당의 공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공산당은 ‘북상 항일’이라는 명분으로 포위를 뚫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일명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이 대장정에 참여한 인원은 공산당 군, 일명 홍군과 가족 등약 10만 명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촘촘한 국민당의 포위를 1차, 2차, 3차에 걸쳐 뚫고 산세가 험한 서쪽지역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이 대장정의 과정에서 1935년 1월, 준의라는 곳에 도착했고 여기서 중국 공산당의 지휘권을 둘러싸고 도시를 중심으로 하던 세력과 농촌을 중심으로 하던 마오쩌둥 세력이 격렬한 논쟁을 벌였고, 최후의 승자는 마오쩌둥이 되어 명실상부한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가 되었다. 이후 1976년에 사망할 때까지 중국의 모든 권력은 마오쩌둥이 장악하게 된다.
 

  중국 공산당은 약 15,000킬로미터를 행군하였으며 그 기간 동안 18개의 산맥을 넘고 24개의 강을 건너 섬서성 연안에 도착하였다. 대장정을 시작하였던 8만 명의 군인들 중 생존자는 6천 명에 불과하였으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난을 받았음을 생각할 수 있다.

대장정이 끝날 수 있었던 것은 장개석의 부하였던 장쉐량이 서안사변을 일으켜 장개석을 체포하고 국민당의 공산당이 힘을 합쳐 일본에 대항해야 한다고 요구함으로서 국민당의 공격이 중지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산당은 구사일생했고 세력을 확장하여 결국 2차 세계대전 후 국민당을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국을 차지 할 수 있었다.
 

  마오쩌둥의 대장정에서 얻은 교훈은 어떤 탄압이나 공격에도 굴복하지 않고 최후에는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이었다. 그 대장정을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시진핑이 다시 거론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무역관세 25% 부과와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시작하였다. 화웨이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미래 산업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제조 2025’나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서서 중국의 표준을 세계화 하려고 하는 선두주자였다.

  여기에 영국과 호주, 그리고 일본이 동참하여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어플의 사용을 중단하여 화웨이 제품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게도 화웨이에 대한 공격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한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시진핑은 중국인들에게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가져올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대비하라는 뜻에서 새로운 대장정을 선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진핑은 대장정 출발을 기념하면서 “대장정은 영원히 길 위에 놓여있다(長征永遠在路上)”, “ 만리를 가더라도 처음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行程萬里, 不忘初心)”라고 하였다.
 

  중국 혁명을 성공시킨 마오쩌둥의 대장정을 지금 다시 외치는 시진핑의 새로운 대장정은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만약 미국과 중국이 타협하지 않고 대결이 심화된다면 한국과 국제 사회는 그들의 패권전쟁에 뜻하지 않은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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