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힐링과 치유를 위한 인간과 모든 생명체들 공공의 공간이며 삶의 근원을 이루는 가장 주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전국 어느 곳이나 크고 작은 산과 강, 바다주변을 따라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다. 산 정상에 올라 정복의 기쁨을 누리기보다 한적한 길을 걸으며 작은 꽃들과 풀들과 나무들을 대하며 사색을 즐기기 좋아하여 언제나 발길 닿는 곳은 숲길이다.
 

  꿈속 상상의 새로만 알고 있던 파랑새를 꽃지해변 제5코스 둘레길 해송 사이를 거닐다 숲에 들어 보게 되었고, 울진 소광리 금강송 그 신비로운 숲에서 현실의 복잡함을 마음 편히 부려놓고, 남대천 은어다리 야경이 무지개로 빛나는 밤 해음과 해솔 향기에 그윽히 취한 아름다운 시간과, 한국판 그랜드캐넌이라 불리는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에 위치한 슬픈 전설을 간직한 미인폭포 가는 길에 만난 초록 융단의 나무들을 만나며 ‘아! 살아가는 일이란 왜 이리 아름다운 것이냐’ 라고 살짜기 나를 속인 즐거움을 느낀 곳도 고즈넉한 숲이었다.

  일, 생각, 미래를 기록하면 삶이 달라진다는 당당한 소신을 내건 <기록형 인간>이란 책의 내용인 인류 문명을 이끌다 부분에서 <손의 신비> 저자인 해부학자 존 네이피어 박사는 인간의 인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손이며 손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손은 마음의 거울이자, 삶의 거울이라고 했다. 

  인생은 배우고 채워도 늘 허덕인다. 

  반성과 각성보다 앞서 채워지지 않는 것에 대한 원망, 보상심리에 이끌려 자아는 상처로 가득하다.
 

  잠깐 나의 얘기를 하고 싶다. 시인이라 말하는 내 가슴에 언어가 사라졌다.  이팝 꽃과 아카시아 꽃, 층층나무 꽃이 오월의 정원을 수놓을 때 금낭화, 애기똥풀, 불두화가 감성을 일깨우는 계절 나의 시어는 모두 어디로 달아났는가.
 

  퇴근길 아파트 공원에서 하얀 네 조각으로 갈라져 피어있는 산딸나무를 보았다.  보려 하지 않아도 담장에 장미가 피었다.

  이제 절필 하였노라고 선언서를 낭독했는데 꽃마다 나무마다 그립게 갈망한 노래들은 눈으로 마음으로 당겨온다.  자꾸 사용하지 않은 손으로 꽃잎을 찍는다.  학습하지 않은 계절을 입은 손과 마음은 새처럼 노래하고 싶다.
 

  나의 월경은 눈부시게 뜨는 모든 절망의 현상이니 해가 뜨거나 지거나, 달과 별이 신비한 영혼을 던져 숲길에 남긴 고독들은 세상에 홀로 떨어진 식상한 사전적 유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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