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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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지 준비 과정이 아름다운 것을 선뜻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꽃이 피기 전 봉긋한 꽃 몽우리의 기대감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찬란한 하루해가 뜨기 전 여명의 빛이 점점 옅어짐 또한 그러 할 것이다. 사람 또한 내면의 아름다움이 외모에 비할 바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한다. 얼마 전성철 스님의 녹화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모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의 참 아름다운이란 검은 머리나 백옥처럼 흰 피부, 적당한 각선미나 커다란 눈,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것이 결코 아니라 했다.

  현재의 아름다운 모습이 중요하지만 더욱 값진 아름다움은 더욱 예뻐 지기위해 아름다움을 준비하며 노력하는 행동과 내적 마음이 훨씬 더 아름다운 것 이라 했다. 아름다운 여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이 더욱 값진 아름다움의 진수라는 의미인 듯하다.

  그렇다. 요즘 이 가을이 갈색 여인으로 다시 태어나기위해 산야를 치장하고 있다.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고 잘 스며들도록 토닥거리는 여인의 손길처럼 섬세하고 사랑스럽게 내일을 준비 하고 있다.

  짧고 얇았던 여름의 옷들을 바꿔 입으며 맵시를 둘러 보기위해 거울앞에 선 천사의 날개처럼 펄럭이는 입새들을 쓰다듬으며 색색의 분장을 하고 있다. 천편일률이던 초록의 도화지에 투덕투덕 물감 묻은 붓을 던져 놓은 듯 여기 저기 앞산 뒷산이 웃고 있다.

  한번 씩 해가 뜨고 질 때마다 물감들의 훼방이 심해지고 있다. 도대체 어쩌려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지만 그냥 맡겨 두고 싶은 심정은 기대감 일 것이다. 긴긴 밤을 지내면서 기온과 날씨의 변덕이 계략을 획책하고, 오색의 질투를 가루처럼 세상에 뿌리기 위해 모략중인 것을 나는 안다.

  부디 모가 나거나 일그러지거나 헤어지거나 상하지 않을 아름다운 가을 동산을 만들어 주기만을 기대하며 어르고 달래는 오늘밤은 단풍 전야다. 희망의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오색의 아침을 기다리는 산새들이나, 빨간 단풍을 기다리는 오늘 밤은 설렘이다.

  지난해의 단풍은 일찍 내린 서리탓인지 불과 며칠 사이에 검붉게 변했던 기억이 있다. 오색의 찬란함이 생략된 가을처럼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오늘밤 그 기억을 덮을 시나리오를 짜면서 내일을 기대한다.

  오후의 가을 산이 갈색 도포를 걸쳐 입고 외출을 준비하도록 채근해보면서 쌔 빨간 단풍이든 샛노란 은행잎이든 다갈색 가랑잎이든 백발의 억새든지 다 좋으니 새날이 거듭되면서 온 천지가 아름다워 지기를 빌고 또 빌어보는 단풍전야!

  오늘밤은 형형색색 오색의 꿈을 꿀 것만 같다.    온 세상 온 사회가 단풍처럼 아름답고 고요하게 화려하기를 빌면서 아직은 이른 가을밤 단잠을 부르는 자장가를 가랑잎에게 부탁 해보고 싶다. 사각 사각 스르륵 꿀잠처럼 덮어드는 단풍세상을 꿈꾸며 고요한 단풍 전야를 획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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