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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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집을 방문하거나 초대하는 일이 있다. 두 부류로 나눠진다. 오만 잡동사니가 무질서하게 널브러져 정신 사나운 집과, 있을 자리에 정갈하게 놓인 가구와 장식 소품들이 최소한 여백을 두고 배치된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정서가 보인다.

어느 지인의 집 입구에서 이미 그 집안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집 밖 주변은 한 번도 비질을 하거나 소복한 먼지를 닦은 흔적이 없고 쓰레기가 뒹군다. 거실에 앉아 둘러보는 사이에 차를 내 오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인품이 보인다. 차향을 음미하며 기분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이미 그런 사소함에서 결정되어 진다.

칭기즈칸에겐 ‘아율초재’라는 책사가 있다. 모든 학문을 두루 섭렵한 식견을 가진 그는 칭기즈칸이 초원의 유목민에 불과한 몽골족을 이끌고 대제국을 건설 할 수 있게 만든 조력자였다. 세상 만물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그가 남긴 유명한 명언이 있다.

  여일리불악제일해 생일사불악열일사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라는 뜻이다.

스티브잡스는 애플이 쇠락할즈음 복귀해 맨 처음 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불필요한 기능을 없애고 심플하게 함축하고 빼면서 명품의 아이콘이 되었다.

정기적으로 집안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한다.  버리거나 주거나 여러 차례 했는데도 무언가 꽉 찬 내 집이라니, 아직 미련을 두어 아깝다고 여겨지는 물건들이 나를 움켜쥐고 있음이다.

내가 아는 어느 시인은 심지어 앉은뱅이책상까지 자신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주었다는 일화가 있다. 글이라고 꼭 책상에서 쓰라는 법은 없으니 말이다.  

개업기념 수건, 일회용 행주나 물휴지, 샘플로 받은 화장품, 다먹지 못하고 상해서 버리는 음식재료들, 자주 신지 않는 나름 비싼 신발과 구석에 쳐 박힌 가방과 모자들, 사용하지 않는 크고 작은 식기와 찻잔과 목도리, 셀수 없이 무수해서 나의 집은 쉴 곳이 아니라 어쩌면 밤 별 빛나는 하늘이라고 시인의 문장을 이용해 억지로 미화해 본다. 그리고 산뜻하게 사는 공식은 늘 비워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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