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문우들과 함께 3박 4일간의 일본문학기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동화작가 미야자와 겐지(宮澤賢治), 시인 다카무라 코다로(高村光太郞).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이 세 작가의 연고지인 이와테현 중서부에 위치한 하나마키시와 모리오카시를 버스로 순방했다. 낮에는 이들 작가들의 생가나 기념관을 돌아보고 저녁엔 호텔에 투숙하는 단조로운 여행이었다. 이 지역은 예로부터 농업 지역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주행 중에는 차창 너머로 전개되는 산과 강이 어우러진 자연 풍광과 논이 있는 들녘에 띄엄띄엄 있는 농촌 마을 풍경이 자주 시야에 들어왔다.

  여행 목적은 문학 탐방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일본을 처음 가 보는 나는 어린 시절에 잠시 일본 가정에서 체험했던 기억 속의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되찾아 보려는 심정이 더 앞섰다. 여행 중 가는 곳곳에서 비록 단편적이긴 하지만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가 있었다. 먼저 친절성이다. 말끝마다 “하이하이(우리말-네네)” 대답을 연발하며 허리까지 굽혀가며 정중하고도 친절한 인사를 한다. 이런 인사는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서이기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그렇게 익혀진 것 같다.

  그리고 청결과 질서의식이다. 차창 너머로 보이는 농촌 마을 주택들은 거의 비슷한 구조이며 집과 집 사이도 직선으로 경계가 되고 대지도 네모 반듯했다. 면도를 한 듯 깔끔한 생-울타리와 각 색 꽃이 핀 예쁘게 가꾼 꽃밭, 어디 한 군데 어지럽혀진 곳 없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단장된 모습이었다. 도중에 들렸던 도시의 거리에도 쓰레기가 쌓여 있거나 휴지나 담배꽁초가 떨어져 있는 것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보도도 블록이 깨져 나가거나 울퉁불퉁 불량한 곳도 거의 없었다. 어디를 봐도 잘 다듬고 관리한 모습이었다.식당의 상차림도 우리와는 좀 달랐다. 음식의 내

  용은 우리와 크게 다를 게 없지만 특이한 점은 숟갈을 거의 쓰지 않고 주로 젓가락을 사용했다. 밥이나 국은 먹을 만큼 작은 그릇에 담아다 먹고 반찬은 인색할 정도로 소량씩 개인별로 작은 접시에 담겨져 있어서 자기 것은 자기만 먹게 되어 있다.  이렇게 먹다보니 남기는 음식이 있을 수 없고 위생적이다.

  이토록 매사에 어느 한 구석이고 허점이 없고 너무 완벽하게 보이다 보니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정감보다는 오히려 얄미운 마음이 들 정도다. 일본사람들의 매사를 갈고 닦는 섬세한 성품을 보면서 그에 비해 그저 두고 보며 어딘가 무감각하리만큼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볼 때 이들과는 이웃나라이지만 너무도 다른 성품상의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우리의 무감각한듯하면서도 넉넉함과 일본 사람들의 예민하고 인색함의 결과에서 들어 나는 외형상의 차이는 있지만 결코 우열의 차로 보고 싶진 않다.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어린 시절 중국에서 살 때 일본 사람 가정에서 며칠 간 보내면서 느꼈던 그 기억을 떠올리며 예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는 일본 사람들의 심성과 행동 양식을 예사롭지 않은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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