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면모를 TV생중계를 통해 가까이에서 보듯 살필 수가 있었다. 그 동안 북한 TV방송을 통해 보고 들었던 그의 언행에 비해 전혀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신뢰감과 친근감, 호감을 느끼면서도 과연 그런 모습이 어떤 임기응변의 위장술이 아닌가도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는 그의 아버지를 뒤이어 30대 초반 젊은 나이에 등극하면서 고모부를 기관총으로 난사하여 죽이고 작년에는 그의 이복형을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독극물로 죽게 한 잔인성을 보였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핵실험은 물론,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 실험을 하며 미국 본토까지도 위협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그런 인상을 보여 주었던 그가 지난 27일 판문점 정상회담에서는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으나 한반도의 완전 비핵화와 종전과 평화협정체결, 서해 NLL 일대의 평화수역으로 단계적 구축,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문 대통령 답방, 8.15이산가족 상봉 등의 내용이 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두 정상은 이제 다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시대가 열렸음을 남북 온 겨레와 전 세계에 천명했다.

  이후 5월 1일 부터는 먼저 군사분계선 일대의 설치된 방송시설도 전면 철거하고 전단지 살포도 중지함으로써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두 정상 간에 합의 된 내용으로만 보아도 우선 국민들의 전쟁 공포심을 풀고 안심하고 살 수 있고 그 동안 70여 년이 넘도록 분단 상태에서 서로 오가지도 못하고 서신 교환도, 전화 연락도 못한 채 살아온 세월을 씻어 주는 서광이 비친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문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이와 같은 180도 급변에 대한 신뢰성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듯이 한 국가의 원수로서 국가적인 문제를 한 순간에 말 한마디로 바꾸고 그것이 곧 법인 양 하는 것, 또 북한 방송 언론들도 즉시 김 위원장의 선언을 그대로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마치 가부장주도의 가정에서 가장의 결정으로 온 가족이 그대로 따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또 한 예로, 판문점 평화의 집 회의장 벽에 걸린 시계에서 30분의 차이가나는 평양의 기준 시간과 서울의 기준 시간을 보고 즉석에서 서울 시간으로 통일하겠다고 했다. 그것도 김위원장이 취임하면서 3년 전, 종전 변경 기준선인 동경 135도는 일본을 지난다는 이유로 한반도중심을 지나는 동경 127.5를 변경시간으로 하여 일방적으로 30분을 늦춰 놓은 것이다. 이런 김 위원장이기에 언제 또 어떻게 돌변할 지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 같으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이렇게 쉽게 결정할 수가 있겠는가?

  어쨌든 이번 정상회담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파격적인 언행은 우선은 긍정적이고 그 동안 우리민족이 간절히 소망했던 바가 곧 눈앞에 다가 온 듯한 반가움을 주었다. 아무쪼록 이번에야 말로 판문점 선언이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되어 이 땅에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다시는 전쟁이 없는 진정한 평화와 더 나아가  통일을 맞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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