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티브이에서 티벳 고산지역 사람들이 추운 겨울에 야크를 끌고 험한 겨울 산을 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산을 넘어서 목적지에 도착한 그들이 얻은 것은 놀랍게도 소금이었습니다. 그 소금은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소금은 짠맛을 내는 데 주로 쓰이지만 그 전에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것입니다. 과거에는 더욱 다양한 용도로 소금이 쓰였습니다.

  예수님은 믿는 사람들을 가리켜 세상의 소금이라고 하십니다. 교회 안에서만 소금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소금이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세상 한 가운데에서 맛을 내는 존재, 또는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탁입니다. 교회의 자리는 하나님과 세상 사이입니다. 찬송가의 가사처럼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거하고 싶지만, 오히려 예수님은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으니 그리로 가라고 말씀하십니다. 교회가 녹아져야 할 자리는 세상 한 가운데입니다. 거기서 녹아져서 맛을 내야 하고, 거기서 기름을 태워 빛을 발해야 합니다.  그것이 교회를 산꼭대기가 아니라,  세상 한 가운데 주신 이유입니다.

  청십자 의료보험의 창시자 장기려박사는 세상의 소금으로 살다 가신 신앙의 선배입니다.

  장기려 박사가 운영하는 청십자병원에 한 가난한 농부가 입원했습니다. 병은 나았지만 입원비가 밀려 퇴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원장님, 모자라는 입원비는 돈을 벌어서 갚겠습니다. 이제 곧 모내기를 해야 하는데, 제가 가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환자의 딱한 사정을 들은 장박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밤에 문을 열어 줄 테니 그냥 도망치시오.” 그날 밤, 장 박사는 병원 뒷문을 살짝 열어 놓았습니다. 농부에게 차비까지 쥐어주며 그를 보냅니다.

  이런 삶의 바탕에는 그의 할머니의 신앙이 있습니다. 할머니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둥병 환자들이 사는 산을 넘는데 젊은 나병환자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어린아이를 가슴에 품고 있는 그들에게 할머니는 옷을 벗어 주셨고, 어린 장기려의 목에서 목도리를 벗어주라고 말씀하십니다. 그 때 어린 장기려에게 들려진 큰 가르침은 “가난한 자에게 베풀지 않고는 예수를 따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교훈대로 장박사는 자신의 일생을 세상의 소금으로 살다가 하나님께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사랑은 하나님께로부터 흘러나옵니다. 내가 이웃을 향해 긍휼의 마음을 품었다든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든지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가 이웃을 바르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하나님 사랑이 아니라면 우리의 모든 사랑은 이기적인 것으로 끝나 버릴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로 부터 우리에게 오는 사랑의 질서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께로 가지고 올라가야 할 사랑이 질서는 반드시 역순이어야 합니다. 보이는 이웃을 사랑하는 자가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웃을 미워하면서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하나님은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는 것을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받겠다고 하십니다.

  한 주간 세상의 소금으로 살아내는 복이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한 명 준
서정교회 담임목사
감리교신학대학교 연세대학교 세인폴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현재 서정감리교회 담임목사로서
감신대와 평택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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