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에게
  어젯밤 하늘에는 개기일식이 있었고, 지금 이 새벽 하늘에는 커다랗게 둥근달이 유독 밝은 빛으로 떠서 땅을 비추는구나.

  네가 보낸 군사우편을 네 번째 받았단다. 너의 편지는 나의 정신을 오직 하나로 모으게 하는 힘이 있구나.
 
  한 달 내내 우편함을 뚫어지게 보거나 새벽에는 잠을 설치거나 손 편지를 쓰게 하는 행동이 말이야.  입대한 지도 꼭 한 달이 되었네!

  혹한의 1월에 연병장 마당에 들어갔지. 민간인 학생 신분에서 급 단절되고, 훈련병 신분으로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받았으니 말이다.

  인터넷으로 올라온 사진에 너의 각개전투 훈련모습을 보았다. 군복을 입고 총을 들었더구나. 얼어붙은 땅을 온몸으로 기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았다. 너무도 낯선 너의 고생이 그대로 내게 이어졌어.

  12개월 중 1월 달에는 훈련을 쉬면 안 되겠니? 사람을 죽이는 훈련, 생존하기 위한 훈련을, 오늘처럼 밝아진 세상에서도 현실은 무기가 만들어지고 군사훈련은 계속되는구나.

  모자라는 시간에 틈을 내어 긴 편지를 쓰고, 감사라는 단어가 생각나고, 추워 죽겠다고 비명을 쓰는 일이 우리의 일이 되었구나. 수료식을 기다리면서 준비할 것들을 가방에 넣는다.

  핸드폰과 이어폰, 충전기, 외출시에 입을 활동복도 챙기고, 네가 좋아하는 단팥빵도 생각이 나네.  이 달에 열릴 평창올림픽에 한반도 기를 들고 남북이 함께 입장한단다.

  온 나라가 한 나라에 모여들었다. 메달에 선한 법칙을 놓고 스포츠 경기가 펼쳐지면 평화훈련이 나에게서도 시작될 거라 또 다시 희망한다.

  훈련소로 보내는 편지는 이번주 까지만 들어가겠지? 수료식을 손꼽아 기다리며 건강하고 생기 있는 너의 모습을 그린다.

  요즘 나의 힘은 너를 통해서 나오는 것 같다.

- 입춘 무렵에, 엄마가 씀.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