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소녀 셋이 아파트 옥상에서 집단 투신자살을 했다는 뉴스다. 비단 이번뿐이 아니라 자주 있는 일이다. 이들은 거의 중·고 등학생들이다. 우울증에 시달리며 약물 복용도 하며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심취되어 있다가 결국 아까운 목숨을 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데는 학업성적 부진, 집단 따돌림, 가정환경, 신병비관 등의 원인으로 나타난다. 이들 청소년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학교에서 보낸다.
학교가 즐겁고 낙원 같고 친구들이 좋고 선생님들이 좋으면 왜 우울증이 생기고 약물을 복용하고 자살사이트에 심취되어 생판부지 모르는 그런 아이들끼리 만나 아파트 옥상에 가서 몸을 던지겠는가?
요즘, 학생들을 보라. 새벽부터 학교에 가서 자율학습을 해야하고 이어 6~7교시되는 정규 수업을 받고 그 다음은 저녁식사시간까지 보충수업을 한다. 그리고 저녁식사 한 후에는 또 야간 자율학습을 10시까지하고는 이어 학원으로 가서 또 강도 높은 입시 준비 강의를 듣고 거의 자정이 넘어야 집에 와서 잠자리에 든다. 이것이 대부분 학생들의 일상이다.
여기다가 학생들 간에도 치열한 성적 경쟁을 벌여야 그나마 내신등급을 높이 받는다. 집에서 엄마들은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느냐 내리느냐에 온 신경이 집중 되어 있다.
학교는 학교대로 내학교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기숙을 시켜가면서까지 그야말로 스파르타식 교육을 한다. 진학률도 높여야 하고 또 일류 대학에도 많이 합격을 시켜야 한다. 그래서 교문 앞에는 학생들의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도배하듯 걸려 있다.
이렇게 안 하면 좋은 대학에 못 간다는 강박감 때문에 부모들이나 아이들, 학교 모두가 오로지 공부쪽으로만 몰입하게 된다. 그렇다고 모두가 다 성적이 1, 2 등으로 오르고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 지 못할 경우 심약한 아이들은 우울함에 빠져들고 결국 극단적인 길로 가기 일쑤다.
학교에서는 인성교육, 전인교육을 시킨다고는 하지만, 워낙 일류대학 진학을 지향하는 부모들의 강한 욕구에 입시교육 위주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무리 학교에서 입시 교육을 잘 한다고 해도 학원의 입시교육 을 따라갈 수가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공교육이 죽었다는 소리가 나오고 사교육만이 대학으로 가는 직통 길로 인식되어 비싼 사교육비를 부담하면서도 사교 육에 의존하는 실정이 아닌가.
실업계 고교생들이 기술자격 을 취득하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되어도 끝까지 가지 못하고 중도에 나오기도 한다. 그 이유는 대졸자들과 임금의 격차가 있고 승진에도 불리한 데 있다.
요즘 기업에서 고교출신자 채용을 많이 하고 있음은 바람직한 일이나 그들이 근무하는 동안에 임금이나 승진에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수 없이 대학입시 제도를 바꿨지만, 그때마 다 혼란만 일으켰을 뿐, 일관되게 유지되어온 제도가 없었다.
여기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사람대우를 받는다는 그 고정 관 념을 불식시키는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학벌위주, 학연위주의 풍토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 등록금이나 받아내는 기준미달의 대학을 과감하게 정비해서 대학생 양산을 지양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그릇된 사회 풍토 속에 어린 생명들이 피어보지도 못한 채 죽음으로 몸을 던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해 보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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