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전에 순 우리말보다는 한자어로 된 말들이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자어가 많다. 단어 옆 괄호 안에 한자로 쓴 것만 봐도 쉽게 알수 있다. 그만큼 순수 우리말의 어휘가 적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다만 요즘에 와서 한자로 직접 표기하지 않고 한글로 표기하기 때문에 우리말처럼 인식되는 것 뿐이다.

  우리 개개인의 이름만 보아도 성명 석자가 다 본래 한자로 지은 것인데 한글로 표기하는 것이다. 더러는 한별·이슬·아롱·슬기 같은 순수 우리말로 지은 이름도 있지만 워낙 이름으로 지어도 될 만한 좋은 말이 많지 않다 보니 한계성을 느껴 같은 이름이 많이 나오게 됐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평범한 우리의 일상생활 속 대화에서는 순수 우리말로 이뤄지는데 그것은 특별한 전문 용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디 다녀오세요?”, “점심 드셨어요?”, “저 오늘 큰댁에 다녀올게요.” 등...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기 이전에는 우리의 글이 없었고 한자가 통용되었으나 그나마 대다수 일반 서민층들은 거의 문맹이나 다름없었다. 한자는 뜻글자이기에 우리가 의도하는 말의 뜻이 담긴 글자를 선택해서 얼마든지 말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대부분 한자에서 오게 됐다.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한문 문화권에서 살아왔기에 우리 고유의 언어와 문자인 한글이 있어도 사실상 한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필자가 중·고교에 다닐 때만 해도 교과목 중 한문 교과 시간이 따로 있어서 한문을 배웠다. 한문 교과서 외에 다른 교과서에도 한자가 많이 섞여있었고, 수업시간에 선
생님들이 판서에서도 한자를 섞어 써 학생들이 필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보고 쓰며 한자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

  그러다가 1970년에 와서인가, 한글 전용 시책에 의해 학교의 모든 교과서와 신문, 일반 문서에서도 한자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한자는 점점 잊혀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한글이 우수한 소리글이기에 소리로 표현에 하는 데 있어서는 문자로 표기하지 못하는 소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생소한 단어에 대해서는 처음엔 이해가 어렵지만 자주 보고 쓰다 보면 곧 익혀지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지금은 완전 한글 전용시대가 되고 있다. 필자 자신도 문장 작성에서 한글로만 쓰다 보니 막상 한자로 쓰려해도 글자는 떠오르는데 획수가 제대로 이어지질 않아 온전한 한자를 쓸 수가 없다. 그래도 그동안 성명 석자만은 한자를 써왔기에 이름이 발음상으로는 같아도 한자로는 다를 수가 있어서 구분이 되었는데 그나마도 요즘은 한글로 쓰다 보니 같은 발음의 이름은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이 현충원이나 어느 기관에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짤막하게 친필로 글을 남기는 것을 보면 한자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 한글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에서부터 김영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는 한자로 썼고 휘도 남겼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대통령들도 한문세대에서 한글세대로 바뀌어 가는가 보다.

  한자 이대로 영영 도태시키고 말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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