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시설이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는 절대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반대하며 다른 지역으로 밀어 내려는 주민들의 집단 투쟁을 ‘님비현상’이라 한다. ‘님비’는 영어로 NIMBY, Not In My Back Yard의 첫 자를 모은 것이다. 예를 들면, 쓰레기 소각장, 원자력발전소나 핵 처리 시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고고도 미사일(사드)설치, 장례식장이나 화장장 등 유해 환경 시설이나 혐오 시설을 들 수 있다.

이런 시설들은 국민 모두를 위해 어디엔가는 적지를 찾아 설치를 해야 하는데, 또 이런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그 위해를 왜 하필 내가 사는 지역 사람들만 받아야 하느냐고 반대하는 데는 꼭 잘못이라고 만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편, 그렇다면 다른 데에 설치하는 데는 반대 하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됐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어디엔가는 꼭 설치해야 할 시설이라면 공청회를 통한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주민이 참여하는 환경 영양평가도 실시하며 적절한 보상도 따라야 한다. 이런 투명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해 나감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이런 절차를 통해 많이 해결을 본 사례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어떤 시설이 내가 사는 지역에 들어옴으로 해서 지역 복지 증진이나 재정 수입증가가 예상되는 개발 시설의 유치를 위해 지역 간의 집단적 경쟁을 벌이는 것을 ‘핌피현상’이라 한다. ‘핌피’는 영어로 PIMFY, Please In My Front Yard의 첫자를 모은 것이다. 예를 들면, 산업단지, 대학, 종합병원, 종합운동경기장 같은 지역 발전과 직결되는 시설 등이다. 이런 유익한 시설을 내 지역에 유치하여 지역발전을 시키겠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역 간에 유치 경쟁이 치열하고 과열된 나머지 다른 지역 간의 마찰과 주민 간의 대립과 갈등으로 까지 번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님비나 핌피나 다 지역 주민들의 집단 이기주의라 할 수 있다.

  최근 한 조간신문에서 혐오시설도 아닌 서울시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사업’ 난항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서울 한 구청에서 지역 내에 있는 근린공원 안에 어린이 집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자연훼손과 소음, 교통 혼잡 등의 이유를 들어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 새로 어린이집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다른 구청에서도 어린이 집 설립을 두고 구청과 주민들 사이에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한다. 어린이를 둔 학부모들은 어린이 집을 지어달라고 민원을 많이 하지만, 막상 구청이 지으려 해도 주민들이 ‘내 집 근처는 안된다’는 님비현상이 발생해 미칠노릇이라며 일선 구청 관계자는 “어린이 집이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장 같은 혐오시설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다.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시대에 직면한 현실을 감안할 때 혐오시설도 아닌 어린이집 짓는 문제에 대해서는 출산율을 높이는 의미에서도 그렇고 꼭 필요한 시설인 만큼 지역 이기주의를 떠나 구청과 주민 모두가 잘 협조하여 원만한 해결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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