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외모중시 풍조는 조선조의 인재 등용에서부터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외모지상주의는 단순히 외모에서 그치지 않고 학력 등 간판 지상주의도 따라붙어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국민소득이 2만 7천 불 수준에서 머물러 3만 불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원인의 하나가 외모와 간판을 중시하는 못된 풍토 때문이다.

  실력과 수준은 어찌 됐든 외모와 간판을 중요시해 수요와 공급의 경 제논리를 뛰어넘는 왜곡된 발상의 원인의 하나다. 해마다 고급인력이 끊임없이 양산되고 있으나 그들 대부분은 늙은 부모를 파먹는 백수 캥거루 족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외모와 간판에 얽매어 지배계층을 만들고 이들에 의해 보이지 않는 마피아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다. 온갖 고급 비리가 그들에 의해 저질러지고 이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을 부추겨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동양인과 서양인 간의 가치관이 다른 것도 문제의 하나다. 우리에겐 학력과 직급, 월급의 액수가 중요하 지만 서양인들은 어떻게든 세계적 수준의 전문성과 근로의 내용의 강도가 우선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최종평가는 외모나 간판보다 전문성과 실력,그리고 효율성이다.

  우리는 출근해서 신문 보고 차 마시고 잡담하면서 10시간 넘게 일하지만 그들은 외부의 사적인 전화는 받지도 않고 7시간 일하고 칼퇴근한다. 일의 생산성면에서 우리가 그들을 따리붙지 못하는 이유다. 선진국과 인류국가는 선천적 외모보다는 후천적 전문성과 실력이 평가받기 때문에 우리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조선시대 관리를 선발하는 기준은 신(身), 언(言), 서(書), 판(判)이 었다. ‘신’은 용모와 풍채를 뜻한다. 얼굴이 추하거나 못생겨도 실력과 관계없이 결격이었다. 겉모양이 준수해야 했으며 장애는 처음부터 배제됐다. ‘언’은 말하는 버릇과 태도 이며 사람들 앞에서 말을 막힘없이 잘하는 능력이다.

  ‘서’는 글재주와 글씨를 쓰는 솜씨다. 표현능력과 한문의 쓰기 능력이다. 마지막이 ‘판’이다. 사물에 대한 예리한 사고와 판단 능력이다. 사또가 되어 동헌에 높이 앉아 백성들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막중한 책 무를 감안할 때 ‘판’은 가장 중요한 관리의 기능이다.

  결국 관리가 되어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일할 때 핵심적인 기능은 ‘서’와 ‘판’이다.그런데도 ‘신’과 ‘언’이 앞서는 것은 외모를 중요시하는 가치관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겉을 안보다 중요시해 온 왜곡된 정서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우리의 국민적 정서에 깊숙이 박혀 전통처럼 이어져오고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실력보다 간판을 중요시하는 체면문화에 젖어 사회 부작용은 물론 3만불 시대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OECD국가 중 성형수술이 1위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외모능력주의, 외모집착증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고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가늠하기 어렵다. 아무리 집이 화려하고 좋아 보여도 기초가 잘못돼 있으면 그 집은 오래가지 못한다.

  외모지상주의의 왜곡된 가치관이 현대 생활에 맞게 변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3만 불 시대 진입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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