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켜면 자주 들리는 뉴스가 있다. 20대 실업률, 그리고 5명 중 1명은 취업을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요즘 20대를 88세대, G세대, N세대, 달관세대로 불린다.G세대는 ‘글로벌(Global)’과 ‘그린(Green)’의 G를 따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선진국에 기죽지 않은 당당한 세대라는 긍정적인 뜻을 지녔다.88만 원 세대는 우리
교회에서 일을 하다 보면 병원에 가서 환자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환자들을 심방을 해 보면 사람들이 눈물 흘리는 이유가 내가 어떤 병에 걸렸다는 사실보다 만족할 만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나을 수 있다는 소망이 있으면 사람은 일어납니다. 그래서 위대한 철학자인 키에르 케고르(S. Kierkegaard)는 절망을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가을볕이 맘껏 좋아 이불 홑청을 뜯어 빨아 널었다. 주홍색 바탕에 목단 꽃무늬가 있는 이 작은 이불은 사십 년이 다 되었다. 엄마가 병석에 계실 때 내게 유산처럼 물려주신 이불이다.요즘 시대에는 드문 일이지만, 목화솜을 틀어 이불을 깁던 시절이 있었다. 아래는 하얀 홑청에 위에는 색과 무늬가 가 있는 고전의 단아한 이불이 있었다.일인용 이불을 당신의 위로처
휴일을 맞아 계단 물청소를 했다.상가주택 4층 건물 2층에 살고 있는 나는 늘 현관 앞에서 청소를 하고 했는데 이번에는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3층 계단부터 물을 들이 부었다.시작도 하기 전 대야에 물이 가득찬 채 그대로 미끄러지고 말았다.꼬리뼈 위 허리가 계단 칸칸마다 탁탁 부딪치며 내려오는 순간 ‘난 이제 장애인이 될 거야’란 공포가 아픔보다 컸다. 계단
있는 것 없는 것 전부 동원해서 이리저리 나를 포장하지만 고향은 진짜 나를 알고 있습니다. 봄이 지나고 이맘때쯤 되면 형들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봉남리 냇가로 수영을 다녔던 일들, 저녁에 모여서 수박 참외 서리를 해 먹던 일들도 고향은 알고 있습니다. 목사가 된 나는 사람들 앞에 본의 아니게 나를 포장하게 되지만, 고향은 내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
1910년생 이셨던 할머니의 환갑잔치를 12살 어린 나이에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마당 가득 멍석이 깔리고 12폭 대형 병풍이 한쪽으로 설치되고 그 앞에 각종 음식을 진설한 잔칫상이 차려져 있었다. 대형차양 막은 꽤나 높은 바지랑대 하나에 의지한 채 오월의 태양을 가리고 펄럭 거리며 손님을 맞이했다.학교를 일찍 마치고 집으로 왔을 땐 이미 잔치가 한참 이었
6월 24일 개장한 통복시장 안에 있는 ‘청년숲’에 다녀왔다.지인분이 남편과 데이트를 갔는데 좋았다는 말을 듣고 궁금해서 갔다. 외환은행 옆 골목으로 쭉 들어가다 보면 도로에 청년숲 가는 길이라는 화살표가 나온다. 골목 입구에 ‘통복 청년숲’이라는 깃발이 반긴다. 똑같은 그림에 크기만 다른 깃발도 예쁘고 흰색 페인트와 갈색의 차광막이 아기자기한 느낌도 좋다
이제 가을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라는 시가 있습니다.‘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김현승 시인의 고백처럼 인간은 홀로 왔다가 홀로 돌아가
‘사람이 그럴 때가 있어’라는 문장은 지친 사람을 향한 매우 강력한 위로입니다. 그런데 이 문장에서 ‘때’를 ‘수’로 한 글자만 바꾸면 의미가 전혀 달라집니다. ‘때’없이 ‘수’를 물으면 인간의 삶은 참 피곤해 집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어?’ 하고 쌍심지를 켜고 사는 동안 어느 누가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의정부 고읍에 가면 나의 아기가 있다. 아들 내외가 그들만의 또 다른 휴가를 떠나면서 내게 한여름 무더위와 아기를 맡겼다. 장성한 아들은 점점 멀어져 가고, 작은 아기와 나만 의정부 한켠에서 이십여 일을 지내고 있다.방금 첫돌이 지난, 작고 연약한 아기가 팔을 벌리면 듬뿍 안아주는 일, 지금 눈 맞추고 먹이고 씻기고 재우며 새삼 나와의 사랑도 익히고 있다.
신약성서의 야고보서를 가리켜 윤리교과서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만큼 이 책에는 우리의 실제 생활과 연관이 있는 권면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믿음이란 머리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지적인 동의나 가슴 안에서만 완성되는 감정적인 흥분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의 행함이라고 야고보 장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서신 첫 머리에 야고보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하여 ‘듣기
오랜만에 통복천 산책을 했다. 배롱나무 분홍꽃이 가로등 아래 빛나고 있었다. 사람살이를 환하게 뿜어 살아가는 이야기 들려주었다. 도란도란, 단란단란 ,고단고단 삶의 체취는 다다르다.고향을 떠나 넷째 형부 내외가 제천 박달재 고개 너머로 터전을 옮긴 지 두 달이 되어간다.넓은 정원과 나무가 담장이 되는 그런 집 앞에 계곡의 물소리 요란한 아침이면 도시에서 듣
위대한 감리교인으로 살다가 2013년 하나님께로 돌아간 우리 시대의 영웅이 있습니다. 바로 넬슨 만델라 대통령입니다. 만델라 대통령은 돌아가시기 2년 전, 93회 생일에 국민들로부터 특별한 선물을 받습니다. 1,200만 명의 학생들이 아침 8시 5분에 축하노래를 부른 것입니다. Happy birthday 타타 마디바. 타타는 아버지라는 뜻이고, 마디바는 만
등록 차량 2천만 대를 돌파한 자동차 홍수시대에도 마이카의 로망은 영원한 핑크빛이다. 삼십오륙 년 전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던 날 밤새 꿈속에서 자동차를 몰고 다니다가 잠이 깬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그때만 해도 운전면허를 취득한다는 것은 전문 운전직종에 종사하기 위해서가 대다수였고 극히 소수의 인원만이 자가용을 운행하기 위해 면허증을 취득하던 시대였
저는 공군대학에서 공군 사병으로 근무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부대에는 귀순용사 이웅평 중령이 있었습니다. 그는 사격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자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사격을 잘하는 고참이 사격 점수로 소시지 내기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사격에 자신이 없었지만 그 내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격을 마치고 다
오랫동안 망설이던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절실히 필요하던 아이들 학창 시절에도 무서워서 도전할 용기가 없었던 나는 지금 한 발을 떼었다. 국가자격증하나 없는 사람은 너 밖에 없다고 남편이 놀려도 그리 맘이 쓰이진 않았건만, 이제 조금씩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요즘 운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약간 교통이 불편해도 마음이 편한 곳에서 살고자 하는 욕심으로
약 10년 전 광림수도원에서 있었던 목회자 세미나를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날의 주제는 경청, 잘 듣는 일이었는데요. 순서를 맡은 강사님이 먼저 두명씩 짝을 짓게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최근에 기뻤던 일 슬펐던 일을 서로 이야기하며 나누라고 하십니다. 조건이 하나 있는데, 얘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뒤로 넘기라는
토요일 아침에는 눈을 천천히 떠도 된다. 생각만이 떠서 오늘 해야 할 일을 헤어보니 하루 전체가 약속이 없는 나만의 시간이다. 5일의 수고 뒤에 맞는 휴일 아침을 안단테로 연주하듯 느림을 만끽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라일락’ 이라고 이름 하는 언니에게서 서천에 가려 하는데 지금 함께 가지 않겠느냐는 명랑한 목소리에 이불속에서 발딱 일어났다. 서천에서 광
기쁨은 슬픔과 상대적입니다.동전의 앞뒷면처럼 늘 함께 있습니다. 슬픔 없는 기쁨 없고, 기쁨없는 슬픔 없습니다. 성경에도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은 있지만 항상 기쁜 일만 있을 것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당신이 형통할 것이고 평탄할 것이라’는 말씀은 있지만 ‘항상 평탄한 일만 있을 것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늘 기쁜 일만 있는 그런 삶은 없습니다. 늘 기뻐하
자연과 사랑을 노래한 에밀리 디킨슨은 지적이고 제목이 없는 시를 쓰는 특징을 가진 여류 시인이다. 이천여 편이 넘는 시들중에 촉촉해진 유월의 밤 술렁거리기 딱 좋을 마음에 이 시 부분 부분들을 송송 옮겨 본다.여름날 대기에 머문 이슬방울을보고 모든 전체는 술집이므로한 번도 양조되지 않은술을 먹고공기에 취한 -나는-이슬의 난봉꾼이다 끝없는 여름날 내내 -비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