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도 쉬어가는 아름다운 해변
 
 
제주 협재해수욕장과 비양도
동남아나 남태평양의 섬나라에 한 번이라도 다녀 온 사람이라면 그 빛깔부터 남다른 코발트빛 바다와 새하얀 모래가 깔린 해변 풍경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그 못지 않은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바로 제주 서쪽의 한림읍에 펼쳐젼 협재해수욕장이 그곳. 조개껍질이 부서져 형성된 하얀 백사장 그리고 남국의 바다와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게 없는 투명한 바닷물은 우리나라의 그 어느 해변보다 아름답다.

무엇보다 해수욕장 바로 앞쪽으로 고려시대 때 화산활동을 통해 생겨난 섬이 눈길을 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섬이라 하여 이름도 비양도(飛揚島)다.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빛깔 비치 파라솔너머로 봉긋하게 솟아오른 비양도는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동해 추암해수욕장과 묵호등대공원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해돋이 일번지로 유명세를 타던 곳이다.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위라는 촛대바위와 능파대 등 바다 위로 솟아 있는 기암괴석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날카로운 바위산이 수없이 솟아오른 듯한 능파대가 장관이다. 추암해수욕장 옆 바위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추암 일대가 막힘없이 펼쳐진다.

한편 추암해변에서 멀지 않은 전망 좋은 언덕 위에는 동해시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한 묵호등대공원이 위치한다. 공원에는 등대의 불빛을 형상화한 횃불 모양의 조형물과 밤바다를 밝혀 고깃배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묵호등대 그리고 등대홍보관이 있다.

등대공원 또 하나의 명물은 몇 년 전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주인공이 키스를 했던 출렁다리. 이 자그마한 공원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 드라마 덕이 크다.

경주 봉길해수욕장과 동해구유적
경주 봉길해변 앞바다는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유적지 중 하나인 문무왕 해중릉이 자리하는 곳이다. 한여름이면 해욕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은 <삼국사기>와 같은 옛 문헌에‘동해구(東海口)’라고 적혀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동해구’란 문자 그대로‘동해의 입’이라는 뜻으로 토함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큰 내를 이루어 동해로 흘러 들어가는 입구를 말한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신라의 왕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지역이다. 대왕암의 주인공 문무왕을 비롯 효성왕, 선덕왕 등 김씨 왕들의 시신이 불교식으로 화장되어 산골된 신라 왕실의 으뜸가는 성역이었던 것이다. 봉길해변과 이견대를 오가는 도로변에 세워진‘동해구’라고 씌여진 돌 비석은 지금까지와의 피서지와는 다른 문화유산의 재발견이 될 것이다.

 2  한반도의 비경 속을 탐험하다

 
 
인제 아침가리골 트레킹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와 방동리에 걸쳐 있는 은밀한 계곡.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계수가 흐르고, 옥빛을 머금은 소와 담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대한민국 최후의 오지. 아침가리골은 때 묻지 않은 원시의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 예언서인 정감록에는 난리가 나도 숨어서 살만한‘삼둔사가리’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으며 포악한 군주와 전쟁을 피해 숨어든 사람들을 위한 은신처였다고 한다. 트레킹을 하다 보면 그나마 드문드문 이어지는 숲길도 끊어지기 일쑤고, 허벅지까지 잠기는 물을 건너야하는 일도 다반사. 그러나 오지에 찾아와‘길’이 없다고 투덜대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나 자신과 숲, 계곡 그리고 오로지 대자연만이 있을 뿐, 애당초 그곳에‘길’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영월 선암마을 한반도지형
사람들은 대부분 영월 하면‘동강’을 떠올린다. 그러나 영월에는 지어미강‘서강’도 있다. 태기산에서 발원한 주천강과 평창을 통과해 달려온 평창강이 만나서 하나 된 강이 바로 서강이다. 이 서강변에 매우 독특한 풍경이 하나 있다.‘한반도지형’이라 불리는 영월군 한반도면 선암마을 앞에 작은 산이 바로 그곳. 세차게 혹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오랫동안 침식과 퇴적을 반복하면서 주변 지형을 한반도 모양과 유사하게 바꿔버린 것이다. 한반도지형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선암마을 토박이인 이종만 씨.  그가 발견한 한반도지형은 동쪽 사면의 경사가 가파르고, 모래와 자갈로 덮인 서쪽과 남쪽은 경사가 완만한‘동고서저’형을 이루어 그야말로 한반도를 쏙 빼닮았다.

봉화 청량산도립공원과 청량사
청량산은 예로부터 수산(水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 상청량암과 하청량암이 널리 알려 지면서 암자 이름인‘청량’을 붙여 청량산이 되었다고 한다. 고승이 지혜와 불법으로 사람들을 감화시켰는지 혹은 아름다운 풍경이 속세의 사람들을 이곳으로 이끌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청량산의 산세는 수려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연꽃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이 아름다운 산은 그 수려한 풍경과는 달리 경사가 가파르고 산세가 험하다. 이 때문에 등산하기 수월하지 않지만 산 중턱에 위치한 절집까지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그 덕분에 절집 앞마당에 서면 청량산 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론 청량산 최고의 절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응진전과 청량사를 거쳐 하늘다리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3  동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천연 냉장고

 
 
평창 백룡동굴
국내최초의 탐험형 동굴인 백룡동굴은 과거 동강댐이 예정대로 건설됐더라면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도 전에 수몰되고 말았을 터. 동굴이 위치한 백운산의‘백’과 동굴 최초 발견자인 정무룡의‘룡’을 각각 한 자씩 따와 백룡이라 이름 지었다.
동굴의 생성시기를 측정한 결과 무려 5억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1.8km 길이의 동굴 중 일반에 공개된 구간은 785미터 길이의 주굴.‘탐사형 동굴’이라는 설명처럼 방수 체험복과 장화 그리고 헬멧을 착용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리걸음이나 포복을 하는 해야만 할 정도로 동굴 안의 지형이 변화무쌍하다. 동굴 입구까지 생태관찰로를 설치했기 때문에 동강의 빼어난 절경을 감상하며 동굴 입구까지 걸어가게 된다.

울진 성류굴
울진은 이웃한 삼척과 함께 동굴이 많기로 유명한 고장이다. 경상북도 울진군 근남면 구산리를 휘감아 흐르는 왕피천변에 위치한 성류굴은 바로 그 울진을 대표하는 동굴이다.‘성불이 머물던 동굴’이라는 뜻을 가진 성류굴(聖留窟)은 선유굴 혹은 장천굴 등 다른 이름도 여럿가졌다. 여러 개의 이름을 가진 것처럼 동굴 내부에는 아기자기 하면서도 화려한 볼거리들이 많다.

총 길이 472미터의 동굴에는 열두 개의 크고 작은 광장과 다섯 개의 연못 그리고 무려 50만 개에 달하는 종유석과 석순으로 장식되어 있다. 기묘한 형태의 석회암들이 많아 누군가는 성류굴을 가리켜‘지하금강’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제주 만장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만장굴에 처음 들어간 사람이라면 석회동굴과 달리 석순이나 석주 등 동굴 특유의 생성물을 볼 수 없다는 점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주 만장굴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용암동굴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길이 약7.4km에 달하며 일부는 다층구조를 보여주는 만장굴은 수십만 년 전에 생성된 동굴이지만 내부의 형태가 매우 잘 보존된 흔치 않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한 제 2입구에서 불과 1km 지점까지만 다녀올 수 있다는 걸 고려하면 만장굴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갈 것이다. 특히 탐방로 끝자락에서 볼 수 있는 높이 7.6미터의 용암석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타이틀이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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