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에서 전설처럼 되살아나는 천리마
대구의 진산 비슬산의 북쪽 끝자락. 달성군 화원읍의 산자락에는 아름다운 말 한 쌍에 관한 슬픈 전설이 전해내려 온다.

 

대구 마비정 벽화마을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비무와 그 짝인 아름다운 암말 백희는 꽃과 약초를 먹고 살아 몸에서 향기와 빛을 내뿜었다고 한다. 어느 날 수말이 먹이를 구하러 나간 사이 마고담이라는 장수가 암말인 백희를 비무로 착각하여 검으로 베어 죽이고 만다.

마고담은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정자를 지어 그곳에서 살며 여생을 마쳤다고 한다. 그 정자가 지어진 마을이 바로 화원읍 본리리 일원에 자리 잡은 마비정 벽화마을이다.

천리마의 전설처럼 아름다운 이 마을이 외지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그램인 <런닝맨>의 촬영지로 소개되면서부터. TV 화면에 비춰진 마을 담벼락에는 코끝이 찡 하도록 향수를 자극하는 그림으로 가득했다.

그림들은 모두 방송을 타기 1년 전인 2012년에 이재도 작가가 그린 벽화들이다. 난로 위에 쌓아둔 양철 도시락, 담벼락 너머에서 머리만 빼꼼 내민 오누이, 냇가에 신나게 멱감는 아이들까지. 마을길을 거닐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 숨겨진 벽화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비정 두 배 즐기기

 
 
벽화마을 내 농촌체험 전시장에서 떡·두부·말솟대 제작 등의 만들기 체험을 비롯해 농작물 수확, 외가집 민박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상주하고 있는 전문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마을을 돌아보는 것도 가능하다. 체험과 마을 해설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길 259
053-668-3914(관광해설),
053-633-2222(농촌체험 전시장)
www.dalseong.daegu.kr

시대를 앞서간 화가의 숨결
이중섭 문화거리는 천재화가 이중섭의 예술혼을 기리는 거리로 조성되었으나 예쁜 카페와 가게들이 생겨나면서 지금은 서귀포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서귀포 이중섭 문화거리
이중섭 화백은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피난생활을 하며 적지않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가 서귀포에 머물렀던 기간은 채 1년이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아내 이남덕과 두 아이를 데리고 피난길에 오른 이중섭은 원산에서 배를 타고 잠시 부산을 거쳤다가서귀포에 짐을 푼다.

하지만 머나먼 제주땅에 터럭만큼이라도 인연이 닿는 사람이 있을리 없다. 다행스럽게도 마을 반장 송태주 부부가 손바닥만한 방을 내주어 노숙은 모면하게 된다. 그렇게 채 두 평도 되지 않는 좁은 방은 화가 이중섭이‘서귀포의 환상 , '섶섬이 있는 풍경’같은 작품을 남길 수 있는 터전이 되어 주었다. 그는 제주에서 유난히‘바다게’를 많이 그렸다고 한다.

쪽방에서 피어난 화가의 예술혼
문화거리에는 이중섭이 가족과 함께 살았던 거주지가 산뜻하게 복원돼 있다. 초가 형태의 아담한 가옥은 제주의 옛집들이 그러하듯 정주석과 정낭이 대문을 대신한다. 비스듬히 걸쳐진 정낭을 넘어 마당으로 들어서면 소박한 집 한 채가 객을 맞이한다. 이중섭은 집 앞의 작은 마당에 쌓인 땔감 위에 사진을 올려놓고 집주인과 이웃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전해진다.

  부엌으로 통하는 문 안쪽이 이중섭과 가족이 머물던 쪽방이다. 1.4평의 방은 어른 두 명이 눕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좁다. 벽에는 이중섭의 초상이 보이고 그 위로‘소의 말’이라는 제목으로 그가 적어 내려간 시가 새겨져 있다.‘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이라는 문구에서 시대를 앞서간 예술가의 고뇌가 느껴진다.

이중섭 거주지 뒤편으로 나서면 예쁜 돌담길이 이어진다. 길이 70미터 가량의 이 돌담길은 큰길(태평로)에서 이중섭 거주지를 거쳐 이중섭미술관을 잇는 조붓한 산책코스 같은 길이다. 가지런히 쌓인 돌담을 덮은 담쟁이가 여름을 예고한다.
제주 서귀포시 서귀동 512번지 일대 064-710-3312(제주도청)

 
 
 
 

이중섭미술관
이중섭 문화거리에는 지난 2002년 이중섭의 작품과 삶을 오롯이 담아낸 이중섭미술관이 개관했다. 미술관에는 이중섭의 작품 11점을 포함해 관련 자료 및 서적 그리고 편지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거리를 따라카페와 공방들이 생기면서 관광객 수도 점차 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거리 87
어른 1천원, 어린이 3백원
064-760-3567

개미처럼 부지런하고 꽃처럼 예쁘며 아름다워라
인왕산 자락,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개미마을은 잊고 살았던 아련한 시절의 향수와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의 마력을 새삼 일깨워주는 곳이다.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개미마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부지런히 일하는 마을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서울 은평구 홍제3동. 인왕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산자락에 숨어들 듯 펼쳐진 개미마을에 들어서면, 전형적인 달동네의 풍경이 펼쳐진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 그 지붕과 지붕이 맞닿을듯 꼬불꼬불 이어지는 골목길, 끝이 보이지 않을 듯 높고 긴 시멘트 계단. 일이 있어서라면 모를까 일부러는 찾아올 일이 없어 보이는 마을이다.

그러나 개미마을엔 언제부터인가 낯선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카메라를 메고 촬영 삼매경에 빠진 이들이 있는가 하면,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손을 잡고 거니는 연인들도 있고 무리를 지어 마을을 구경하며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도 있다.

담장에 핀 노란 해바라기와 붉은 장미
무엇이 이 허름한 마을에 이렇게 많은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가만히 살펴보면 회색빛만 감돌아야 마땅한 집담벼락이 온통 화려한 색채의 향연이다. 어느 집 담장엔 노란 해바라기와 붉은 장
미가 소담스레 피어있고 어느 집 창가엔 얼룩소와 돼지들이 얼굴을 내밀고 방문객을 맞는다. 낡은 시멘트 계단엔 예쁜 하트 문양이 주단처럼 깔려 있다. 영락없이 동화 속의 예쁜 마을 풍경이다. 골목길을 거닐던
방문객들은 이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향수에 젖어서 혹은 예쁜 그림을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것이다.

개미마을이 이렇게 화려한 변신을 한 것은 몇 년 전 서대문구와 한 유명 건설회사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50여 가지의 그림으로 마을을 장식하면서부터였다. 보잘 것 없는 달동네를 단박에 서울의 손꼽히는 나들이 명소로 만든‘예술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9-84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일제강점기인 1908년에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1923년에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되어 옥고를 치룬 독립운동의 현장이다. 지난 1992년 서대문독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3.1운동 기념탑, 옥사, 사형장 등이 남아있다.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 251
어른 3천원, 어린이 1천원
02-360-8582
www.sscmc.or.kr

※개미마을은 전형적인 관광지가 아니므로 따로 안내 전화가 없으며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를 하지 않도록 긱별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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