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위의 땅, 안반데기에서 힐링하다
 
 
  하늘에 닿을 듯한 백두대간 고봉들 아래로 이어지는 가파른 경사
면이 온통 초록 배추들로 가득하다. 탄광촌 태백이나 정선에서 보
았음직한 이 풍경은 사실 강릉 왕산면 대기리에 위치하는 고랭지
배추밭. 구름이 낮게 깔리는 이른 아침에는 산허리에 구름이 걸려
신비감을 자아낸다.

  해발 1,100미터 고지에 올라앉은 안반데기는 본래 화전민들이 궁여지책으로 구황작물을 심던 척박한 땅이다. 1960년대부터 이곳에 터를 잡은 토박이들은 자칫 발을 잘못 디뎠다가는 까마득한 저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 같은 가파른 산자락을 호미와 곡괭이, 삽으로 일구었다. 대를 이은 그들의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맺었고 안반데기는 지금 전국 최고의 고랭지 채소밭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강릉이 숨겨놓은 절경인 안반데기가 세상 밖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사진가들의 일출 사진 덕분이다. 이제 막 떠오른 태양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광경은 안반데기를 강릉의 새로운 명소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봄에는 호밀밭, 여름에는 배추밭

 
 
  구름이 강물처럼 흐르는 황홀경은 이곳에 또 다른 이름을 부여했
다.‘구름도 노닐다 가는 곳’이라는 뜻에서 운유촌(雲遊村), 마을을 통과하는 도보여행길은 운유길이라 명명했다. 운유길은 강릉 바우길 17코스에 속하는 길이기도 하다. 전체20km의 구간 중 안반데기 마을을 지나는 6km 구간은 운유촌, 멍에전망대, 피덕령, 일출전망대 등을 거쳐 간다.

안반데기를 통과하는 운유길 주변 풍광은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방문자를 맞이한다. 봄에는 호밀밭, 여름에는 배추밭 그리고 겨울에는 새하얀 눈의 나라로 변모한다. 피덕령에 있는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한 전시관에 가면 화전민 사료관에서 안반데기의 사계절과 시대상을 사진으로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운유촌 귀틀집에서의 하룻밤
이러한 안반데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마을 민박(010-5378-5520)에서 하루쯤 묵어보는 것도 괜찮다. 강원도 산간지방의 전통가옥인 귀틀집을 닮은 민박집 건물은 모두 세 채로 운유점, 운유우, 운유택이라 이름 지었다. 따로 식당이 있어 식사도 가능하다. 닭백숙, 곤드레밥 정식, 화전민 감자밥, 운유점 백반 등의 메뉴가 있다.





 
 
 
 
 
 
커피박물관, 커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
  알다시피 강원도 강릉은 오래 전부터 커피 마니아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온 우리나라 커피의 메카이다. 해안선을 따라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을 뿐 아니라 커피커퍼, 보헤미안 등지에서 커피의 대가들이 로스팅하고 내리는 진한 커피를 맛볼 수 있다. 강릉시내에서 구름 위의 땅 안반데기를 찾아가는 길목인 강릉시 왕산면 왕산리의 415번 지방도변에는 강릉이 커피의 본고장임을 알려주는 커피박물관이 있다. 강릉에 무려 여섯 개의 지점을 거느린 커피커퍼가 설립한 커피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세계 곳곳에서 공수해 온 다양한 커피 관련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박물관을 관람하다보면 커피라는 기호식품이 우리 삶은 물론 인간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걸쳐 매우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예를 들어 문헌에 커피가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가 10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 그리고 커피의 어원인‘카흐와(Qahwah)’가 이슬람 문화권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그렇다.
 
 

금강송숲에서 즐기는 피톤치드 샤워
‘강릉’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는 푸른 동해와 대관령, 경포대 그리고 소나무일 것이다. 동해안의 어느 고장에 가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게 소나무이지만 강릉의 소나무는 유난히 푸르고 그 자태 또한 남다르게 느껴진다. 아마도‘솔향 강릉’이라는 문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가 바로 강릉구정면 구정리에 위치한 강릉솔향수목원이 아닐까?
이른 봄, 눈이 채 녹기도 전에 복수초의 노란 꽃망울이 산자락을 따라 꽃피는 구정리. 용이 승천했던 곳이라 하여 용소골이라 불리는 구정리 계곡에 자리 잡은 강릉솔향수목원에는 명품 소나무로 불리는 금강송이 숲을 이루고 있다. 여름을 목전에 둔 계절인지라금강소나무가 드리워 놓은품이 넓은 그늘이 더욱 반갑다.

카페 봉봉방앗간
강릉시내 객사와 관아가 위치하는 명주동 주택가에 숨어있는 봉봉방앗간(070-8237-1155)은 옛 방앗간 건물을 그대로 활용한 독특한 커피집이다. 예술인 4명이 의기투합해 폐업한 방앗간을 인수했고 지난 2011년카페로 새단장 했다.‘봉봉’이란 프랑스어로‘좋아 좋아’라는 뜻. 주인이 직접 내린 커피와 수제 쿠키를 맛볼 수 있다.

해변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

 
 

안목해변은 강릉에서 가장 많은 카페들이 밀집한 카페거리다.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몇 년 사이 조용하던 안목해변 카페거리의 풍경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바뀌었다. 프랜차이즈 카페들까지 이 거리에 물밀 듯 밀려들어오면서 주말에는 차를 댈곳이 없을 정도로 복작댄다. 다만 커피커퍼를 비롯해 엘빈, 산토리니 등을 제외하면 거대자본을 등에 업은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이 거리를 잠식해 가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아쉽다.
동해안 최고의 전망 커피 깨나 마셔 봤다는 여행자들은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찾는 편이다. 그러나 안목해변 옆 강
릉항 요트 마리나 건물만큼은 예외로 대접 받는다. 울릉도로 가는 여객선이 출항하는 강릉항 방파제 초입  건물 꼭대기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카페의 전망이 강릉에서 가장 훌륭하기 때문이다.
  건물 남쪽에는 요트 정박시설인 마리나가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안목과 송정, 강문해변이 일직선으로 이어져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허균과 난설헌, 조선이 낳은 천재 문장가
금강소나무숲을 뒤로 하고 거울 같은 호수 경포호로 나서보자. 최근 경포호에는 생태습지공원이 조성되고 산책로가 정비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호수 옆 초당마을 안에 위치한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러나 꼭 한 번 들러보아야 할 장소
이다. 초당마을숲을 산책하기 위해서라도 거르지 말고 방문해 보길 바란다.
  본래 이곳에는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여동생인 난설헌이 살았던 생가터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지난 2007년 강릉이 낳은 문재(文才)허균과 난설헌 남매를 선양하는 기념관이 개관하고 그주변이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허씨 남매의 문학세계를 오롯이 담은 기념관 주변 공원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초화가 만발한다.

오월에초당 멸치국수
  경포호수와 초당마을 인근의 먹거리로 조금 색다르게 부담 없는 면요리에 도전해 보자.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에서 매우 가까운 오월에초당(033-651-0187)은 허명만 화백의 <식객>에 등장했던 맛집. 이 집의 장기는 멸치국수다. 가마솥에 멸치와 밴댕이를 넣어 푹 끓여 육수를 만들고 여기에 삶은 국수를 말아 당근과 유부, 소고기,김가루 등을 고명으로 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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