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만나는 작은 독일
 
 
  진지난 10여 년 동안 남해군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남해판 올레길인‘바래길’이 열리고 방문할 때마다 늘 집짓기에 한창이던 독일마을은 드디어 공사가 끝나 수십채의 예쁜 집들이 일가를
이루었다. 또한 마을 사람들이 직접 운영하는 독일 정통 맥주집이 들어서는 등‘독일마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양새를 갖추었다.

  이미 알려져 있는 것처럼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독일로 건너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마을이다. 물건방조어부림과 쪽빛 남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을 따라 주홍색 박공지
붕을 얹은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지금껏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이다.


본고장 독일 맥주의 풍미

 
 

  마을에서 가장 높은 도이처 플라츠 (독일광장)에 오르면 독일마을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도이처 플라츠에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도이처임비스라는 맥주집이 있다. 이곳에서는 마을 공동체가 직접 제조한 맥주(5천원) 그리고 소세지(7천원)를 판매한다.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위치해 있으므로 방문객들이 대부분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원예 전문가들의 손길로 꾸민 이국적인 정원

 
 

 도이처 플라츠에서 방문해야 할 장소가 또 하나 있다. 지난 2014년에 문을 연 파독전시관이 그것이다. 전시관 내부는‘파독, 역경 , 환향’의 세가지 주제로 구분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독일마을 주민들이 독일로 건너가 겪은 생생한 경험담을 곁들인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주차장을 사이에 두고 도이처 플라츠 건너편에는 아시아와 유럽의 아름다운 정원들을 모은 원예예술촌도 있다.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등 이국적인 정취 물씬한 국가별 정원들로 꾸며진 원예예술촌은 봄부터 가을까지 빛깔 고운 초화가 만발하는 꽃마을. 20여 명의 원예전문가들이 각자 자신의 집과 정원을 작품으로 만들어 마을을 이룬 점이 독특하다.




아름다운 정원, 낭만의 하룻밤
 
 
  예술촌은 권역별로 3곳의 개인정원과 1곳의 공동정원으로 구분되는데 5월에는 제철을 맞이한 장미가든이 가장 볼 만하다.
그린티하우스, 유자하우스, 프렌치가든 등은 카페를 겸하고 꽃섬나들이, 쟈스민하우스, 석부작 하우스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또한 독일마을 내 40여 채의 가옥들도 대부분 숙박이 가능하므로 선택의 폭은 매우 넓다.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를 걷다
 
 
‘바래’라는 말은 남해군의 방언으로 갯벌과 갯바위 등지에서 해초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바다를 삶의 터전이자 생명으로 여겼던 남해 토박이들은 그 옛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물때를 맞춰 바닷가에 나가 미역이며 전복, 굴 등을 캐 생활해왔다. 그들이‘바래’하러 다니던 길은 지금‘바래길’이 되어 전국의 도보여행자들을 남해로 불러 모으고 있다.





 
 

남해 바래길은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길 위에 남해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이야기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선정 당시 여덟 개였던 코스는 지금은 10개 코스로 늘어났으며 14개 코스가 완성되면 총연장300km 길이에 달하는 바래길이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바래길에 아로새겨진 사연들
남해 바래길을 걸을 때는 길섶에 보물처럼 숨겨진 이야기 속에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척박한 환경을 개척한 가천마을(제1코스 다랭이지겟길) 주민들의 근면한 삶, 최초의 한글 소설 <구운몽>의 저자인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노도와 벽련마을(제3코스 구운몽길)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노량해협(제13코스 이순신호국길)등이 그것이다.

남해의 소박함을 담은 작은 미술관
 
 

 거창하지는 않지만 소박함 속에서 남해의 본질을 되새김질 하도록 만드는 힘. 남해군에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바래길을 걸으며 곳곳에서 느껴볼 수 있다. 힐튼남해리조트가 위치한 남해군 남면의 바닷가 마을에 자리 잡은 아담한 미술관 혹은 주인의 개성이 뚝뚝 묻어나는 숙소를 겸한 카페들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바래길 1코스 출발점인 평산리에 위치한 바래길 작은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남해군 서남쪽 바닷가에 위치하는 초미니 갤러리. 폐쇄되었던 옛 평산보건진료소 안팎을 개보수해 예쁜 미술관으로 탈바꿈 시켰다. 바래길을 걷느라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에제격이다. 미술관 개관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남해에서 오롯이 쉬어가다
평산리에는 바래길작은미술관처럼 소박하지만 여행자들이 한 번쯤 머물고 싶어 할만한 게스트하우스가 하나 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생각의 계절(070-4178-1664 thinkseasons.com)은 숙소이자 카페로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 치여 공상에 빠질 틈도 없는 우리들에게 잠시 머물 공간을 내어주어 오롯이 휴식하고 정화할 여유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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