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출신의 김희종 도예가가 도예를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흙에 매력을 느껴 도예를 공부했고 졸업 이후 96년도부터 안성에서 계속 활동을 해왔다.

  “누구의 영향이라기보다 그저 흙을 만지는 것이 좋았어요. 활동 초기에는 조형작품을 만드는데 더 집중을 했는데 20여 년간 흙을 만지고 도예를 하면서 문득 깨달은 것이 사람들에게 더 실용적인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죠. 그중 가장 쓸모 있는 물건은 바로 그릇이었어요.”

  그는 많은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그릇 공예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후 그릇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도예조형물 또한 감상품으로서의 쓸모가 있는 것은 맞지만 김 작가는 도예분야를 조금 더 대중적으로 접근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그의 호흡이 들어간 그릇을 사람들이 매일 사용한다는 것. 그것은 김희종 작가에게 있어 어떤 작품을 만드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되었다.

  그의 공방 이름은 행복한 그릇 창고이다. 안전하고 실용적이고, 건강한 그릇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이 조금 더 행복해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김 작가가 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이다. 자신의 그릇이 더욱더 쓸모 있는 그릇이 되는 것이다. 합(음식을 담는 뚜껑이 있는 그릇) 하나를 만들더라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음식이든 액세서리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게끔 여러 형태로 만든다.

   때로는 굴러다니는 똘배의 모양을, 때로는 배꼽을 형상화하기도 하며 작가 나름의 이야기를 그릇에 담는다. 왜 이러한 형태가 나왔는지 가볍게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줄 수도 있다. 사는 사람들 또한 재미를 느낀 다. 사람들은 그릇을 사용하면서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기억한다.

  주로 책과 잡지, 다른 분야의 작가들의 독특한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받기도 한다. 여행지의 식당이나 가게들의 도자기 그릇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한다. 그렇게 그의 그릇에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매년 그는 일본에서 전시를 한다. 5년 전 오사카 전시회 때, 그는 전시를 위해 20점의 그릇을 준비해갔다. 별생각없이 준비했던 전시회였는데 뜻밖에도 현지인들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그의 그릇을 보고 반 한 일본인들의 주문에 한 달에 걸쳐 그릇을 완성해 가져갔다. 그들은 택배로 그릇을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다렸다가 다시 전시회장을 찾아 그릇을 구매해 갔다. 그릇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몇 날 며칠에 걸쳐 꼼꼼하게 살펴보고 애착을 가지고 구매하는 일본인들의 특성에 김 작가는 놀랐다. 그래서 그는 더욱 좋은 그릇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한다.

  김 작가는 한국에서도 매년 코엑스에서 리빙페어 전시회를 가진다. “갤러리 전시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것을 개인 전시회라 생각합니다. 작가들에게 있어 소비자와의 소통은 무엇보다도 중요한데 이 전시회가 소비자들과 만나기 가장 쉬운 공간이죠.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그릇이 좋고,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들어볼 수 있거든요.”

  소비자들은 그의 그릇을 이용해 보고 불편한 점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럼 그는 사 람들이 사용하기 편하게 바꾼다. 그럼으로 써 작업하는 동안 자기만의 작품세계에 갇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렇게 그는 스 스로를 발전시킨다.

  그에게 있어 도예는 좋아서 하는 일이기도 하고 생계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정치 않은 수입, 때로는 경기 흐름을 많이 타경제적인 어려움을 주기도 했다. 작업장 또한 영세하다 보니 대량의 주문을 받기는 쉽지가 않다. 또한 만들면 만들수록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 그릇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릇을 만든다. 지속적으로 나의 한계를 체험하고 다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고뇌가 생겨도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내가 늘 곁에 있었기에 그는 일을 지속할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작업을 하면 시너지가 생겨요.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 외롭지 않고 또 서로의 작품에 대해 평가를 해주기도 해요. 의지하기도, 지적하기도 하며 서로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선의 의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아내 역시 20년간 그와 함께 그의 곁에서 그릇을 만들어왔다. 그와 아내는 서로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나뉘어 있다. 아내는 여자로서 그보다 더 꼼꼼하고 섬세하며, 같은 주부의 입장에서 그들이 직접 사용하고 있는 그릇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두 사람은 함께 일을 하며 그릇의 완성도를 높인다. 같은 일을 하기에, 서로를 알고 소통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는 조금은 독특한 전시회를 계획중이라 한다.

   “예전에 ‘공예가 맛있다’라는 전시를 한 적이 있는데 여러 분야의 작가들과의 콜라보 전시회였어요. 음식과 그릇을 함께 전시할 수 있는 독특한 전시회인데, 관람객들은 음식이 담긴 그릇을 만져보고 맛도 보며 즐길 수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다시금 열고 싶어요”

  또 하나, 그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스타일, 요리 공부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의 일이 가능한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자 목표라고 밝힌다. 어느 대표적인 작품의 한 작가로서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이 되는 한 소비자가 원하는 그릇을 만들 수 있는 작가. 이름난 작가보다 그 릇 잘 만드는 작가로 회자되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그는 수도 없이 많은 작업을 해오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다.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비자였다. 

   “때로는 나의 색깔이 없어진 듯한 생각도 들었지만 소비자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흐뭇해져요.”

  소비자가 만족하는 맞춤형 그릇 자체가 김 작가를 대변하는 그만의 브랜드와 색깔이 되었다. 그가 만든 백색의 그릇들은 여백의 미를 담고 있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하얀 그릇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나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 사람들이 하얀 도화지 위에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는 것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릇에 다양한 음식을 담아낸다. 그의 그릇은 건강도 행복함도, 모든 것을 담아내며 제 할 도리를 다하고 있다.

 
 

행복한 그릇 창고 식구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617-4
  031-8017-6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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