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신문
기획·특집중국, 중국인의 지혜
“30년 서각 외길 걸어온 남편의 뒤 이어 최고의 작품 만들고 싶어”예성예술원 이선희 원장
조미림 기자  |  panews@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6.04.27  14:38:3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오로지 서각만을 바라보고 서각만을 위해 30년 외길인생을 걸어온 이가 있었다. 서각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했던 그는 2012년 세상을 떠나고 그 자리에는 서각품만이 남았다.

  아버지의 취미를 남편은 직업으로 삼았다. 그렇게 함께 살아온 평생 동안 남편은 서각만을 해왔다. 30년이 되던 해 남편은 돌연 세상을 떠났다.

  밤이 빨리 지나고 새벽이 밝아 오기만을 바랄 만큼 열정을 가지고 임했던 남편의 일이었기에 그 길을 따라나서게된 예성예술원의 이선희 원장. 남편이 떠난 후 가족들, 지인들과 함께 ‘안성예술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렇게 남편의 자리를 대신해 운영해 온지 올해로 4년이 됐다.

  그녀의 남편은 생전에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고 그는 말 한다.

  “유별나게 선하고 유달리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돈보다 서각, 돈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봤지만 남편과도 같은 인성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언제나 긍정적이었고 한 번도 누구에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남편은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을 모아 서각 일을 전수해 주었다.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고 그저 조금의 배려가 필요한 친구 정도로 생각했다는 남편. 장애인들에게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또한 아이가 있으면 가족에 대한 생각과 욕심 때문에 다른 이들을 돌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도 갖지 않았다. 지금의 내가 사랑해야 될 사람들을 사랑할 시간도 모자라다며 모임도 갖지 않은 남편이었다.

  돈보다 사람이 더 좋았고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추구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만큼 서각 일도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남편만의 올곧은 신념과 믿음이 있었기에 묵묵히 그의 곁을 지킬 수 있었 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 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 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곁에 없지만 내 인생의 3분의 1을 그처럼 좋은 사람과 함께 살아왔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처음 여자로서 이일을 이어 하기란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이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죠.”

  이 원장의 입장에서는 세상을 떠났어도 그의 열정과 혼이 담긴 서각을 쉽게 놓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여자로서 서각이라는 분야로서도 조금 힘든 것이 사실이죠.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중국의 공산품들이 있고 그것에 대항하기 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전문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요.”

   안성에 터를 잡은 지는 20년, 그녀 또한 남편과 함께 서각 일을 한지 3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안성시에 있는 서각 제품들은 남편이 생전 만들었던 모든 작품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칠장사의 현판 또한 남편의 작품 이다. 남편의 기술을 전수받은 가족들도 2~30여 년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의뢰하는 손님들을 통해 들려 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알 수 있어요. 어디 가도 우리가 만든 작품만 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는 정말 뿌듯하죠.”

  현재는 교회의 물품을 만들고 있지만 서각은 그 어떤 분야도 막론한다. 종교마저도 아우르는 것이 서각이다. 현재 이곳을 운영하면서 여자로서 힘든 점은 무엇일까? “

  서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자로서 힘든 점은 없어요. 다만 예술원을 운영하는 원장으로서 결정이 필요할 때 상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힘들 때가 있죠. 우리 가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 하니까요.”

  정보가 취약한 것 또한 운영자로서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남편이 떠났을 때 “이제 이곳은 금방 분해될 것”이라 말했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어왔다는 것은 남편의 기술력이 뛰어났기 때문일 것이라 그녀는 말한다.

  현재 예성예술원은 나무를 자르고, 사포를 하고, 칠을 하는 과정 등의 가공파트와 서각을 하는 서각파트로 나누어 각 파트별로 한 명씩 자신의 자리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하나가 되어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사람들이 서각을 의뢰하는 이유는 많다. 각자 마음에 두고 있는 그 글귀를 계속 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고, 가훈을 새기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원장은 서각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매 작품이 사람의 손에서 나오기에 같은 작품은 하나도 없는 것이 서각이에요. 그래서 작품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아무리 잘려진 나무라도 숨을 쉬고 있어요. 서각은 하는 과정에서도 힐링이 되지만 이처럼 숨을 쉬는 나무를 가까이 두는 것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드는 서각. 미래가 밝다고 볼 수는 없을 것만 같다. 그래도 그녀가 서각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누군가 비전 없이 살아간다고 하지만 꿈을 항상 오늘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래서 오늘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데 꿈이 하나 완성되었다고 생각하죠.”

  현재를 두려워하지 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남편의 긍정적인 마음을 닮아 그녀 또한 지금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화려한 미래를 꿈꾸기보다 오늘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화려하진 않아도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서각과도 닮아있다. 오늘도 그녀는 사람들의 옆에서 묵묵히 따뜻함 을 전파하고 있다. 
   
 
예성예술원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내방길 55-56번지
031-676-3032

<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조미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평안신문 선정‘ 2022 평택·안성 ’10대 뉴스
2
평택·안성, 강남 직행좌석버스 노선 신설된다!
3
2023년 알아두면 좋은 바뀌는 제도 Ⅰ
4
정장선 평택시장
5
지방정치를 좀먹는 정당정치
6
임인년(壬寅年), 한 해를 마무리하며
7
안성시, 여소야대 시의회와 첨예한 대립
8
계묘년(癸卯年), 높게 도약하는 한해가 되길
9
수원지검 평택지청·법무부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청소년 범죄예방 한마음 대회 및 예술 발표회’진행
10
평택항, “항만경쟁력 지켰다”
신문사소개윤리강령편집규약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경기도 평택시 비전5로 35, 501호(비전동) (주)평안신문  |  대표전화 : 031-692-5577  |  팩스 : 031-692-5579  |  대표메일 : panews@hanmail.net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경기 다 00922  |  발행인 : 심순봉  |   청소년보호책임자 지정 : 이성관
Copyright © 2011 평안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p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