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년이 된 정프로덕션은 각종 동영상, 프레젠테이션, 전자기념책을 제작하는 곳이다. 정프로덕션의 정종남 대표는 로터리클럽에 26년여간 봉사활동을 해왔었다. 우연찮게 로터리 홍보물 제작을 의뢰받은 정 대표는 처음 일을 맡은 시절, 프레젠테이션 하나 만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고 전한다.

  “처음에는 할 줄을 모르니 딸에게 부탁을 했죠. 하지만 딸이 만든 것이 썩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제가 자꾸 이것저것 요구하다 보니 딸도 귀찮았는지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짓더군요(웃음). 그래서 제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조금씩 독학해 나갔어요.”

  젊은 시절, 전자공학과를 나와 몇 년간 국방과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20여년 간은 아버지의 의류사업을 이어 받아 운영해 왔다. 하드웨어는 잘 알아도 소프트웨어 쪽은 전혀 알지 못했고 컴퓨터를 손에서 놓은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러던 그가 의류사업을 그만두고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는 자신이 하고 싶지 않았던 일에 회의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때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영상사업을 찾게 되서인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우연찮게 만들게 된 프레젠테이션 하나가 그를 영상의 세계로 이끈 것이다.

  이렇게 그가 프레젠테이션을 시작으로 영상을 만들기까지 모든 것을 독학으로 이루어냈다. 그것이 불과 4년 전, 그의 나이 57세였다.

  그의 생각에 50대 후반은 무엇을 시작하기도 겁나지만 그만두기에도 모자란 나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늦지 않았다는 집념이 집념을 낳았고 독학으로 취득한 자격증(포토샵, 일러스트 등)만 4가지이다. “자격증을 딴 이유는 스스로에게 목표의식을 심기 위해서였어요. 이 나이에 이걸로 돈을 벌 수는 없지만 목표가 없으면 원하는 수준을 끌어내기가 힘들어요. 목표가 있어야 계속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

   자격증 시험을 보러 갔을 때 그는 자신보다도 한참이나 어린 학생들과 함께 나란히 시험을 치렀다. 시험감독관이 들어온 줄 알았는데 자신들과 함께 시험을 보고 있는 그를 학생들은 신기하게 생각했다. 자신도 모르게 밀려드는 창피함과 쑥스러움에도 ‘나에게는 좋아 하는 일이 생겼고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현재 그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로터리 클럽을 위한 ‘위대한 로터리인들’ 이라는 시리즈 영상을 제작 중이다. 특히 이 시리즈물은 그에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고 한다.

  “혼자 취재를 다니고 자료수집을 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그것을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제가 만든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뿌듯하기도 하고 느끼는 점도 많아요. 제 영상을 보면서 영상의 주인공도 덩달아 자부심을 느끼 거든요.”

  그는 영상의 시나리오부터 시작해 취재와 자료수집, 연출, 특수효과, 음악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 해낸다. 단 5분짜리 영상이라도 그가 혼자 다 해내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가 만든 영상은 로터리 클럽의 사람들에게는 공로패를 수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는 자신이 직접 상을 만들어 준다는 생각으로 영상을 만든다.

  지금까지 100여 개의 영상을 제작 해온 정 대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어설퍼 보일 수도 있어요. 저는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이 모든 분야를 혼자 다 할 수 있다는 것에 저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늦은 나이, 뒤늦게 자신의 꿈을 찾게된 정 대표에게는 낮과 밤이 따로 없다. 하루에 15시간 넘게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은 물론이요 새벽 내내 작업을 하기 일쑤이다.

  그래도 지루한지 모른 체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정 앞에 돈, 시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꿈을 좀 더 일찍 찾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처음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가 족들도 안좋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라요. 저를 자랑스러워하죠.”

  그는 어디서든 영상을 볼 수 있는 현 대사회에 맞게 사업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에 대해 밝혔다.

  “현재는 영상제작을 대중화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어요. 이를테면 결혼기념일이나 가족의 기념일에 본인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생각을 해요.”

  정 대표는 자신의 아내에게 결혼 30주년을 맞아 기념하는 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줬다. 그는 그만큼 기억에 남고 소중한 선물은 없었을 것이라 말한다.

  “가족 영상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영상이 되잖아요. 그리고 이렇게 영상을 통해 가족을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 어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면 어떠한 선물보다도 뜻깊고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아요.”

  또한 그는 유명인들이 자서전을 만들듯 일반인들도 자서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일반인들이 책으로 자신의 자서전을 만드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자서전을 왜 만들어야 하냐는 의문이 들 수 도 있다.

  정 대표는 누구에게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은 기록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집 안의 내력과 가훈 등 여러 가지 그 집안의 사정을 하나의 영상에 옮겨 담아 놓는 다면 그의 후손들에게도 좋은 추억과 자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영상을 통해 1분만이라도 가족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어떠한 것과도 바꾸거나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정대표는 보편적이지만 감동을 줄 수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은 열정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하는 것 같지만 가끔 조롱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눅 들고 기가 꺾이기도 해요. 그럴 때는 컴퓨터를 며칠간 쳐다보지 않을 때도 있죠.(웃음)” 그는 아직도 꿈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들을 위해 직접 강의도 나서고 싶다고 밝힌다.

  “누구나 흔히 하는 생각이지만 젊었을 때 인생을 낭비했구나 하는 생각을 가끔 해요. 물론 열심히 살아왔지만 다만 빨리 내길로 들어서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고 있죠.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는데 지금의 젊은 친구들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50대 후반, 맨땅에 헤딩하듯 사업에 뛰어들었다. 누군가는 반대를, 누군가는 조롱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나이에도 열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꿈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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