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유일의 진달래 군락지

 
 
  수도권에는 진달래 꽃구경 삼아 산행을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4월 한 달 동안 전국 곳곳의 산자락에 진달래가 피어나긴 하지만 말 그대로‘듬성듬성’피어날 뿐, 참꽃으로 가득한 황홀경을 만끽하기에는 그 수가 한참 부족하다. 때문에 인천 강화도 한가운데 솟은 고려산은 수도권 거주자들이 찾아갈 진달래 군락지로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하점면과 내가면에 걸쳐있는 고려산은 해발 436미터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군사시설이 위치하는 최고봉을 중심으로 진달래 군락이 제법 넓게 펼쳐져 있는 수도권 유일의 진달래 산행 코스. 산세가 수려하지는 않으나 능선을 타고 낙조봉까지 이동하면 진달래도 구경하고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강화 서녘의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고려산은 본래 다섯 송이 연꽃을 뜻하는‘오련산(五蓮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고 한다. 고구려 장수왕 때인 416년, 인도의 고승인 천축조사가 왕의 명령으로 절터를 찾아헤매다가 꿈속에서 계시를 받아 고려산 정상에서 발견한 오색 연꽃을 바람에 날려 지금의 적석사, 백련사, 청련사 등을 창건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낙조대에서 감상하는 아름다운 서해

 
 
  진달래 군락지는 고려산 정상 북쪽 사면을 따라 형성돼 있다. 바로 이 진달래밭을 목표로 한다면 백련사 혹은 청련사를 산행 기점으로 삼으면 된다. 두 가지 코스 모두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소요되며 등산로 가 잘 정비되어 있어 산행은 어렵지 않다.

  등산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길은 청련사 코스이다. 청련사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걸어야 하는 거리가 가장 짧다. 평소에는 사찰까지 자동차를 몰고 갈 수 있지만 이 기간에는 차량을 통제하므로 지정된 주차장에 차를 두고 올라야 한다. 다만 청련사 아래쪽에 위치한 주차장은 공간이 협소해 서두르지 않으면 주차하기 어렵다. 당연히 아침 일찍 출발하는게 좋지만 어차피 출발이 늦었다면 해넘이 시간에 맞추어 낙조대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고려산 진달래 언제 필까?

 
 
  북녘땅과 인접해 있는 고려산은 전국에서 가장 늦게 진달래가 개화하는 곳 중 하나이다. 여수 영취산이나 거제 대금산, 해남 주작산 등 남해안에 인접한 산에서는 이르면 3월 말부터 진달래의 개화가 시작되지 만 고려산은 4월 중순경 꽃이 피기 시작해 4월 말까지 이어진다. 진달래가 만개하는 시기에‘고려산진달래축제(4.12~26)’가 개최된다.

 
강화도에서 만나는 선사시대

 
 
  고려산은 아이들과 함께 역사체험 나들이를 겸하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매년 열리는 진달래축제의 주행사장이 백련사 인근 강화역사박물관 일원이기 때문. 이곳에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국내 고인돌 중 가장 큰 것에 속하는 사적 제137호 강화지석묘가 위치한다.

  높이 2.6미터, 덮개돌의 길이 7.1미터에 달하는 이 커다란 북방식 고인돌을 포함해 고려산 일대에서만 무려 90여 기의 고인돌이 발견되었다. 이처럼 고인돌 군락은 주로 강화도의 산자락을 끼고 분포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학자들은 강화도에서 지금은 평지인 땅이 먼 옛날에 바다였거나 갯벌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화역사박물관
  지난해 개관한 강화역사박물관(032-9347887 museum.gang hwa.go.kr)은 선사인이 만든 화살촉에서 조선의 백자에 이르기 까지 이 땅의 유물과 역사를 집대성한 학습의 장이다.
  새로 지은 건물인 만큼 안팎의 시설이 훌륭할 뿐 아니라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과 문화행사를 준비해 두었다. 이웃한 강화자 연사박물관(032-930-7090)에는 인류의 진화와 지구 곳곳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생물 들, 태양계의 탄생과정 등을 접할 수 있다.

고려와 조선을잇는 역사의 회랑

 
 
  진달래 축제장과 고려산을 찾아오는 길목에도 볼거리가 많다. 백련사와 청련사 중 어느 코스를 선택해도 강화대교를 건넌 뒤 강화읍을 통과하기 마련. 강화읍내에는 조선의 25대 임금 철종의 잠저 용흥궁과 몽고군의 침입으로 인해 도성을 옮겼던 고려의 흔적이 남아있다.

  잠저(潛邸)란 임금이 즉위하기 전에 살던 집을 말한다. 강화읍내 강화경찰서 부근에는 철종임금이 보위에 오르기 전 머물렀던 사가인 용흥궁(龍興宮)이 위치한다. 본래 초가 형태의 민가 였으나 철종이 왕위에 오르자 강화유수가 지금의 전각을 세워 용흥궁이라 이름 지었다. 용흥궁 바로 옆에는 독특한 양식의 전통 건축물이 보인다. 1900년에 건립된 성공회 강화성당이다. 이 예배당은 국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교회로 서유럽의 바실리카 양식과 우리 불교건축 양식이 조화를 이루어 보기 드문 귀중한 문화재로 전해오고 있다.

  고령궁지는 이름 그대로 고려시대 왕도가 강화로 옮겨오면서 짓게 된 고려의 궁궐터를 말한다. 원나라의 침입으로 인해 고려 왕조는 고종 19년부터 39년 동안 이곳 강화에 머물렀다. 조선시 대에는 이곳 옛 고려궁 터에 강화유수부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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