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나 헝겊 위에 여러 가지 색실로 그림, 글자, 무늬 등을 수놓는 것을 뜻하는 자수. 자수는 갖가지 색실로 천위에 입체감 있게 표현된 섬세하고도 고급스러운 예술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탓에 사람들로부터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여기 40년 동안 전통자수 외길인생을 걸어온 이가 있다. 올해 안성맞춤명장에 선정된 전통자수 명인 류오형 명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주)

 
 
 
 
 
 

손끝의 미, 자수
류오형 명장은 어렸을 때부터 바느질에 대한 손재주가 남달랐다고 한다. 가정 시간에는 선생님께 칭찬도 곧잘 받았다. 93세의 나이에도 아직까지 손수 바느질을 하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손재주 좋은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어머니께 감사하죠. 그런데 자수라는 것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거든요. 한번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집 밖에 나가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어머니가 그런 부분을 좀 걱정하셨죠(웃음).”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가 마다할 수 있을까? 그렇게 지금까지 전통자수를 해온 지 40년. 지금까지 자수로 받은 상만도 23회에 달한다.

  그는 자수 작업뿐만 아니라 표구 이외에 바느질로 할 수 있는 모든 마무리는 손수짓는다. 다른 이에게 맡기면 자신이 작업한 자수의 모양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신의 작품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자수의 종류에는 병풍이나 표구액자 등에 담긴 감상자수가 있고 의류, 손수건 등 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용자수가 있지만 그는 대부분 공모전에 출품할 수 있는 작품성이 있는 자수를 주로 하는 편이다.

  비단 위에 직접 도안을 스케치하고 천을 수틀에 묶는다. 전통자수의 자료들을 참고하여 작품이 가지는 색감과 모양을 가장 근접하게 재현해내고자 노력한다.

  그가 이토록 공모전 출품작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스스로 의지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완성해내어 출품을 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없으면 자수는 길고도 지루한 작업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의지가 스스로 나태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작품에 몰입하고 있는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이 없어요. 잡념을 비우게 되죠.”
명주실을 사용해 겉수와 입체감을 나타내기 위한 속수를 놓는 작업을 반복한다. 한 땀 한 땀, 간단한 매화꽃 하나를 수놓는 데도 5시간 남짓 걸린다. 그만큼 자수는 굉장한 인내심과 에너지 소모를 필요로 한다.

  “한 번은 궁중 활옷을 재현하는 작업을 한적이 있어요. 순조의 둘째인 복온공주의 활옷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대략 3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자수는 어떠한 예술작품 활동보다도 가장 섬세하고도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다. 가느다란 실 한가닥이 꽃이 되고 나비가 될 때까지 바느질을 멈출 수 없다.   자수는 느림의 미학이다.

전통자수 외길인생
누가 시켜서 하라 했으면 못했을 것이다. 한 겨울에 일부러 차갑게 만든 방안에서 잠을 못 이룰 때마다 새벽까지 수를 놓는다. 그만큼 그는 자수에 미쳐있다.

  “하나하나 문양이 만들어져 가는, 완성을 향해 달리는 그 매력에 빠지게 돼요. 대부분의 자수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바늘만 잡으면 자리에서 일어날줄을 모른다고 하더군요.”

  한 바늘만 더 떠야지 하는 묘한 중독성. 시작보다 완성을 향해갈 때의 그 성취감과 쾌감을 이루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 만큼 자수를 하면서 힘든적도 후회했던 적도 단 한번 없었다.

  그저 동굴 속이라도 불만 들어온다면 몇년이고 자수만 하면서 살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한때는 산을 좋아하는 클라이머 이기도 했다. 지금은 산을 탈 시간에 수를 놓는다. 혼자임에도 오히려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즐긴다. 외길이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그는 수를 다 놓은 작품이 표구로 다시 돌아오는 그 순간이 가장 떨린다고 말한다.

  “수를 다 놓은 것과 표구를 해 놓은 것은 차이가 있어요. 표구로 전달되기 전에 괜히 청소도 한번 더 하고 옷도 정갈하게 입고 님을 맞는 것처럼 작품을 맞이하죠. 그 순간이 가장 기쁜 순간인 것 같아요.”

  그에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수를 놓을 수 없을 때까지 계속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저에게 이일을 왜 하느냐고 묻기도 해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저 답답한 일 아니냐고 하죠. 하지만 누구나 각자 좋아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저는 자수가 좋고 또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인 거예요.”

  현재 법계사 화장찰해도 불화(경기도 문화재 132)를 제작 중이라는 류 명장은 이번에는 꽤나 긴 여정이 될 것이라 전한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 가장 오래 걸리고 또 화려하고 멋진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4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바느질 하나로만 완성시킬 수 있는 자수. 오래 걸릴수록 작품을 완성했을 때 오는 그 희열은 다시 열정의 씨앗이 된다.

  “안성맞춤명장이 된 것이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책임감도 함께 들어요. 자수도 우리의 전통문화잖아요.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보고 배울 수 있게끔 항상 공방을 열어두고 있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사람들이 계속 전통자수를 접할 수 있도록 지금의 작품도 다 기증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작품을 더욱 소중히 하는 류 명장. 장인이라는 것은 한 분야에서 미쳐야 만이 장인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만큼 자신의 일에 애착을 가져야 한다. 오늘도 그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예술혼은 비단 위를 가로지른다.

 
 

    






  2007년 중요무형문화재 80호
자수장 이수자 선정
·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제26회~35회 입선 6회
·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제28회~38회 장려상 4회
·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제35회 특선1회
· 경기도 공예품 경진대회
제33회~45회 동상 2회, 장려상 1회,
특선 2회, 입선 3회
· 전국 공예품 대전 제33회~45회
장려상 2회, 특선 1회, 입선 1회
· 문화재청장상 표창 제2013-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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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형 갤러리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금광리 99-2
031-673-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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