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서부노인복지관 최수재 관장 인터뷰
평택서부노인복지관 최수재 관장 인터뷰
  2008년 평택서부노인복지관 설립이래로 올해까지 9 년 동안 복지관을 운영해온 최수재 관장. 어르신들의 곁 에서 그들의 새로운 삶을 위한 조력자로서, 그리고 성직 자로서의 삶을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최수재 관장을 통해 복지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평택서부노인복지관
   2008년 평택서부노인복지관이 처음 생겼다. 설립된 해 부터 현재까지 최수재 신부는 현 기관의 관장으로 있으며 9년간 복지관을 운영해왔다. 최 관장은 노인전문복지관에서의 일이 처음이었지만 청소년 수련원에서의 근무나 소 규모 노인요양원을 운영하며 쌓았던 다년간의 경험들이 지금의 복지관을 운영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복지는 전문적으로 세분화시키면 다른 분야가 될 수 있지 만 결국 복지는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는 것이 최 관장의 생 각이다. 노인복지관도 장애인 복지관에 준하는 시설이어야 하며 노인, 장애인, 청소년 등 복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상들에게 복지란 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부이기도 한 그가 복지분야에 관여하면서 받은 영향 은 무엇이 있었을까?

  “어렸을 적 고아원 원장 신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 각들이 있었습니다. 성직자 임에도 부전공을 복지를 선택 했을 만큼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는 있었죠. 하지만 주 교님의 추천으로 이 일을 시작할 때에 아무 생각 없이 시 작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저 2~3년 후에 다시 본업 으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죠.”

  그렇게 맡아 진행했던 일이 맞춤옷을 입은 듯 그에게 꼭 맞는 일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싫은 일은 절대 할 수 없는 성격이라는 그에게 복지는 긍정적 에너지를 방출하 는 새롭고도 또 다른 그 자신이었다.

  그것을 계기로 오늘날까지 복지관을 운영해 올 수 있었 다. 그는 복지관을 운영하면서 스스로가 변해가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처럼 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요즘 시 대만큼 효에 등한시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 로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봤을 때 노인에 대한 인식들이 안 좋아지고, 공경하는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 죠. 그저 노인은 귀찮고, 받기만 하는 세대라는 인식이 점 점 늘어가고 있어요.”

   또한 노인 스스로도 그저 받기만 하고, 대접받아야 하 는 세대라는 의식들이 대부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최 관장 은 노인들이 먼저 삶을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그리고 본 인들이 스스로의 삶과 연륜, 경험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길 바란다.

  은퇴 이후의 노인의 삶은 스스로가 그냥 놓아버리는 경 향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 간을 그저 허비하고 있다.

  “외국은 노인 하나가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도 같다고 생각을 하죠. 그만큼 노인들의 연륜과 지식 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나라는 냄새 난다, 느리다, 고집이 세다 등 부정적인 생각이 많죠. 그것 을 경험이 많다, 지식이 많다 라는 인식으로 바뀌길 바랍 니다.”

  이것은 누가 먼저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우리 세대부터 그리고 꼭 어린 세대들 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의 인식부 터 바뀌어야 하며 노인들 스스로의 의식변화도 동시에 이 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노인,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삶
   한 90세 노인의 수기에서 그는 “내 인생의 3분의 1을 허송세월을 보내며 살아왔다는 것에 후회하고 자책한다. 나는 지금부터라도 영어공부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100여 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10여 년 동안 영어공부에 매진했다. 노인의 수기를 통해 최 관장은 다 시금 강조한다. “이렇듯 공부에는 때가 없는 것이죠. 평 범한 사람들이 삶을 살면서 생각 없이 사는 것만큼이나 제일 어리석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 복지관의 어르신들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분들입 니다.”

  현재 복지관 이용자는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도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은 전체 노인의 10% 정도밖에 되 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은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혹 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오시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이 어떤 이유에서든 복지관을 많이 이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는 노인들에게 전한다. 삶을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 로 복지관을 와주었으면 한다고... 최 관장은 오늘, 내일, 모레가 똑같은 삶이 아닌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노인은 항상 똑같은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을까? “

  이곳에 근무하면서 1~2년이 안되었을 때 편지봉투에 동전과 천 원, 만 원짜리 뭉치를 가지고 온 분이 있었어 요. 살림이 어려운 분은 아니었는데 새벽마다 교회 예배 하기 전에 병과 박스를 주워 모아 판 돈 30여만 원을 후 원금으로 내놓은 것이죠. 연세는 80세 정도였던 것 같은 데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이죠.”

  그에게 있어 이 일이 힘들어도 참아 낼 수 있었던 것은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들을 응원하고 오늘과 내일이 다른 삶을 실천하는 어르신들이 있었기 때 문이다.

  최 관장은 때마다 강사와 어르신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들어보고 모니터링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복지관이 생 기고 나서 자신의 삶이 달라졌다는 노인들의 이야기이다. 우울증을 앓던 사람도 이곳에서 친구들을 만나면서 우울 증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은 최 관장 이 복지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원동력이 된다.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종이접기 자격증을 따서 선생님 으로 일을 하고 또는 바리스타로서 일을 하게 되면 그들 스스로의 자존감을 상승시켜 주는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많이 느낀다고 전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노인 일자리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복지관이 해야 할 일이 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복지관이 지난해에 시행됐던 사업 중 하나였던 노 인캠프. 그는 그 또한 잊을 수 없는 성과였다고 밝힌다.

  “지난해 ‘한국숲체험문화사업’ 공모를 통해 강원도로 처음 1박 2일 간 어르신들과 함께 캠프를 다녀왔습니다. 100여 명정도 되는 인원이 다녀왔는데 어르신들의 반응 이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올해 캠 프를 다시 한번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노인들을 위한 캠프는 사실 안전 문제 등의 이유로 진 행되기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위험부담을 감수 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부담감을 안고 서도 한 번쯤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캠 프를 통해 노인들은 그들 스스로 활력을 느끼고 삶에 재 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하고 운영하고 싶다는 최 관장. 그에게 있어 복지란 무엇일까?

  “복지란 미움도 다툼도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다 안 고 가는 것이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복지인으로서 좋은 것만 바라지 않고 나쁜 것도 안고 가야 하는 것이 복 지 그 자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한 가지 소망을 전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가 은퇴할 때까지 복지 라는 한 분야에서 그 끈을 놓지 않고 싶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힘든 시기도 많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해보고 싶어요.” 나이가 많다고, 새로운 삶을 살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 또한 마음먹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복지 관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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