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청 공원 녹지과장 및 진위면장 퇴직
성균관 유도회 평택지부 한문전임 강사
평택시립도서관, 안중도서관, 평택남부노인 복지회관,
팽성노인 복지회관 등에서 10년간 한문 강의 (과목: 동
몽선습, 사자소학,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한문
문법, 고사성어 등)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간다는 뜻.

  인생의 무상과 허무를 나타내는 말로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아무것도 손에 들고 온 것이 없이 빈손으로 태어나는 것처럼, 죽어갈 때도 일생 동안 내 것인 줄 알고 애써 모아놓은 모든 것을 그대로 버려두고 빈손으로 죽어간다는 의미이다. 재물이나 권세나 명예를 지나치게 탐(貪)하지 말고 분수에 편안하면서 본래의 마음을 찾는 공부에 노력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죽어갈 때 꼭 가지고 가야 할 중요한 것이 있으니 청정일념(淸靜一念; 맑고 고요한 마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재물을 모으려고 욕심내지 말라”는 6백여 년 전의 나옹선사의 선시(禪詩)가 현대사회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나옹선사는 어떤 사람인가? 고려 공민왕 때 고승이며 영덕 출신이다. 스무 살 때 친구가 갑자기 죽자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가?”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되며 불가의 문을 두드리게 됐고, 스물네 살 때 원나라 연경(현재 북경)으로 건너가 인도 승려 지공선사의 지도를 받고 공민왕 7년(1358)에 귀국해 왕사가 됐다. 공수래공수거는 석가모니가 창시한 불교에서 유래된 말이다. 하지만 정작 석가모니는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중생을 교화하는 등 불후의 업적을 남기고 열반에 든다. 분명 하늘로부터 특별한 사명을 부여받고 태어나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 인류를 위해 영원히 흩어지지 않는 의미와 가치를 남기고 떠났음에 틀림없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유래는 나옹화상(懶翁和尙)의 누님이 동생인 나옹에게 스스로 읊었다는 ‘부운 (浮雲)’이라는 제목으로 태어남과 죽음을 한 조각 뜬구름(一片浮雲)의 기멸(起滅; 구름이 생기고 없어짐)에 비유하였다.

  시(詩) 내용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空手來空手去是人生; 공수래공수거시인생). 낳을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죽을 때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낳는다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며(生也一片浮雲起; 생야일편부운기), 죽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없어지는 것이니(死也一片浮雲滅; 사야일편부운멸), 뜬구름은 자체가 본래 실상이 없으니(浮雲自體本無實; 부운자체본무실), 죽고 살고 오고 가는 것도 역시 이와 같도다 (生死去來亦如然; 생사거래역여연), 그러나 여기 한 물건이 항상 홀로 드러나(獨一物常獨露; 독일물상독로), 담연히 생사를 따르지 않네(湛然不隨於生死; 담연불수어생 사),”이다.나옹선사의 시에 있는 것도 없고 없는 것도 없는 세상에서 물처럼 바람처럼 모든 탐욕을 버리라는 무소유의 넉넉함을 느끼지 않는가? 인간은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살아오면서 향유(享有)했던 부(富)와 명예(名譽), 권력(權力)도 죽음 앞에 서는 그것을 누리지 못한 사람과 똑같이 양손을 같은 모습으로 펼치고 있다. 인생사 공수래공수거가 누구나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전설에 조물주가 소를 만드시고, 소한테 말하기를 너는 60년만 살아라. 다만 사람을 위해 평생 일만 해야 한다. 그러자 소는 60년은 너무 많으니 30년만 살겠다고 했다. 두 번째 개를 만드시고 말씀하시길, 너는 30년만 살어라. 다만 사람들을 위해 평생 집만 지켜라. 그러자 개는 30년은 너무 길으니 15년만 살겠다고 했다. 세 번째 원숭이를 만드시고 말씀하시길, 너는 30년만 살아라, 다만 사람들을 위해 평생 재롱을 떨어라, 그러자 원숭이도 30년은 너무 길고 15년만 살겠다고 했다. 네 번째 사람을 만드시고 말씀하시길 너는 25년만 살아라. 대신 너한테는 생각할 수 있는 머리(지혜) 를 주겠다. 그러자 사람이 조물주에게 말하기를 그러면 소가 버린 30년, 개가 버린 15년, 원숭이가 버린 15년을 다 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은 25살까지는 주어진 시간을 그냥저냥 살고. 소가 버린 30년으로는 26살부터 55살까지는 소같이 일 만하고, 개가 버린 15년으로는 퇴직하고 개같이 집 보기로 살고. 원숭이가 버린 15 년으로는 손자·손녀 앞에서 원숭이처럼 재롱을 떨며 사는 것이라고 한다.

漢字뜻풀이
空 빌 공, 手 손 수, 來 올 래, 去 갈 거, 禪 봉선 선, 浮 뜰 부, 片 조각 편, 滅 없어질 멸, 獨 홀로 독, 露 드러날 로(노), 湛 빠질 담, 隨 따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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