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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인물 - 통복시장 상인 민길순 씨
조미림 기자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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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4  15: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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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가지 먹을거리, 볼거리 가득한 재래시장. 현재는 대형마트들이 도시 곳곳에 들어서며 시장 상인들이 타격을 받기도 했지만 여전히 명절 때면 시장의 물건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통복시장은 도시와는 다른 공기, 다른 냄새 그리고 온기가 있다. 묵묵히 각자의 자리에서 평택의 터전을 지켜온 사람들, 그리고 진한 사람 냄새나는 그곳에서 사람들에게 정을 파는 통복시장 상인, 민길순 사장을 만나보았다.

  │ 통복시장 30년

  통복시장 좁은 골목 사거리, 지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헤매기 십상인 좁은 시장 골목에 커다란 타월 가게가 하나 보인다. 그 앞 좌판 위의 정갈하게 진열된 생선들. 민길순 사장(64)은 86년도부터 이곳 통복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며 30여 년간 같은 자리를 지켜왔다. “29살 되던 해부터 매일을 일해온 것 같아요”

  그는 젊은 시절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시장으로 출근했다. 조금 힘들기는 했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매일 장사를 나갔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온 세월이 30년이 되었다. 이제 시장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고 단골손님들도 제법 많다.

  이렇게 힘들게 살아왔어도 내 삶에 충실했다는 것 한 가지에 자부심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그와 같은 기성세대가 지금의 젊은 세대가 발을 디딜 수 있는 기반을 닦아놓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자부심을 느낀다.

  “젊었을 적에는 다른 꿈이 있었죠. 더 배우고도 싶고 지금이 일이 아니면 무슨 일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언제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적극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무엇이든 내 앞에 있다면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의 이 일도 거침없이 해낼 수 있었다. 아직 건강 하기에, 이일을 계속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 가족은 나의 힘

  그가 출근하는 시간은 9시. 그리고 퇴근하는 시간 9시. 하루 12시간을 생계를 위해 부지런히 일해왔다. 그렇게 일해 작은 타월 가게도 마련하고 두 아들은 남부럽지 않게 장성해 착하고 고운 신부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 말한다. “우리 아들들보다도 많이 배우고 착한 며 느리들은 모두 나에게 보배 같은 존재들이죠.” 아들의 결혼식 날 너무도 기쁜 마음에 며느리를 등에 업었다. 그는 자신이 했던 일 중 가장 자랑스러운 일로 손꼽는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누구에게도 피해 주지 않은 삶을 살아온 자신이다.

  “내가 맨손으로 고생하며 살았어도 누구에게 빚을 지거나 피해를 준 적은 없어요. 어떤 경우에도 나의 양심에 걸리는 일은 하지 않으며 살아왔고 자식들도 그렇게 크길 바랐죠.” 이렇듯 자신의 신념대로 자식을 키워왔지만 사람에게는 살면서 어느 순간 한 번쯤 위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3~4학년 때였던 거 같아요. 장사 후 집에 돌아와 저녁을 짓는데 벗어놓은 앞치마에서 언젠가부터 푼돈이 없어지더군요. 아이들을 혼내고 우리는 형편상 항상 절약해야 한다고 가르쳤죠.” 그러나 돈이 필요했던 아이는 엄마가 자는 틈을 타 몰래 돈을 가져갔다.

  “워낙 어려웠던 때라 이해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 때문에 자식이 이러나 하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래도 잘못은 했기에 회초리를 들었죠. 잘못했다고 비는 아이를 붙잡고 펑펑 울었습니다.” 아이의 버릇을 완전히 고쳐놓겠다 마음먹은 엄마는 한가지 수를 내어 아이를 파출소로 이끌고 간다.

  “아이한테 그랬죠. ‘너는 지금 엄마 돈을 가져가지만 나중에는 큰 것을 가져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너는 지금 아예 큰 도둑놈이 되거라. 학교도 다 그만두고’ 이러면서 파출소를 데려가는데 가다 주저앉기를 반복했어요. 계속 잘못했다고 그러고 저는 안된다 그러고 실랑이 하다 못 들어갔죠.”

  그렇게 파출소 앞에서 모질게 혼을 낸 뒤 아이는 다시는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대는 일이 없었다. 현재도 가족들이 모였을 때 가끔씩 회자되는 이야기라고 한다. 몇십 년이 지났어도 못 잊을 가족의 히스토리이다. 지금에서야 우리 모두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이자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가치있는 일이었다.

  그는 현재 이 일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과 신뢰라고 말한다. 그것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무엇인가 잘못을 했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물어보고 잘잘못을 따지고 서로가 서로를 양보하고 배려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화목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또한 그런 위기 상황에서의 올바른 대처가 아이들을 바른길로 가도록 했다. 그리고 지금의 행복한 가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사람, 그리고 정이 있는 곳

  남자로 태어났다면 많은 일들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 다음에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민길순 사장은 제약이 많은 여자이기에 가정이 먼저여야 하는 어머니이기에 실천하지 못 했던 작은 소망을 하나 꺼낸다.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은 생각은 많았지만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전에도 조금씩 돈을 내기는 했었는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그것도 깜박깜박하게 되고... 지금보다 형편이 더 나아진다면 기부도 하고 봉사도 하고 싶어요.” 비록 선행을 지속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는 그의 진심만큼은 깊이 느껴진다.

   “제가 비록 훌륭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렇게 자식을 훌륭하게 키웠습니다. 배운 것이 없어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 삶이 부족하거나 인간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각자의 삶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 행복의 기준은 배움이 아닌 삶에 대한 만족감일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재래시장이 지저분하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항상 더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합니다.” 시장은 그들이 일궈놓은 그들의 일터이자 삶이다. 편견을 없애는 것도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시장은 항상 정이 넘치는 곳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무인도 같은 데서 살 수 없는 것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죠. 요즘 사람들이 정이 없고 무뚝뚝한 것도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치며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시장에 오면 언제든 누구든 나의 친인척이 되고 가족이 된다. 그렇게 사람들과 부딪치고 살아갈 수 있는 것 또한 시장만의 매력일 것이다. “자식들은 그만하라지만 지금은 시장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어요. 지금은 경제가 안좋아 벌이가 시원치 않아도 우리 시대때는 시장밖에 없었거든요. 시장 사람들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올 수 있게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평택사람으로서 평택시장이 잘 되길 바란다는 민길순 사장. 그에게 통복시장은 생계의 터전이자 삶의 초석이 되었다. 그는 오늘도 통복시장에서 어김없이 손님들에게 정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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