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쓸 때 우리는 자연, 사람, 환경 등 다양한 소재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여기 17년의 보육교직에서의 생활을 담아 첫 동시집 ‘여기 좀 봐’를 펴낸 시인이 있다. 어린이 집의 원장으로서 매일 보는 아이들로부터 받은 영감을 고스란히 책에 담아 동심(童心)을 전하는 해군어린이집의 박미자 원장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아이들과 시 포승읍에 소재 한 해군어린이집의 박미자 원장은 어린이 집의 원장이자 2001년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평소 보육 일기를 쓰면서 느꼈던 아이들에 대한 생각들이 시의 소재가 되었다고 전한다.

  그렇게 10년간 특별한 감수성으로 시와 동시를 함께 써왔다. “내가 생활하는 공간 안에서 느끼는 것들을 일기 쓰듯 담아냈습니다. 그저 이 생활은 내 삶이기에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이렇듯 그는 작가로서 어린이집의 원장으로서 두 개의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의 시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말, 행동, 생활 등의 모든 것이 시의 소재가 된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이 말로써 혹은 몸짓으로써 표현해 낸 정서들은 오롯이 그의 손에서 시가 되었고, 그것을 통해 다시 아이들을 느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아이들이 말한 것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고 물어보면 색다른 대답이 돌아온다.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아이들의 정서와 언어 세계는 되려 어른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은 곧 시”라는 것이 박 원장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는 아이들의 그러한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계속 지켜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도 동시를 쓰게 됐다고 말한다. “그 마음이 사람들에게 의지가 되고 또 나아가 삶을 더욱 긍정적이게 바꿀 수 있다면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어른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같이 있다보면 그들의 순수한 마음이 전이돼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준다는 박 원장은 동시를 통해 독자들도 아이들의 마음을 느끼길 바란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출하고 어른들은 그것을 쉽게 흘려보낸다. 아이들이 자신만의 감정을 포착해 낸 의미 있는 순간을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기록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 생각한다. “한 아이, 한 아이에게서 받은 영감들은 나의 어린 시절과도 겹쳐져 회상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나 환경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표현한다.

  가장 많은 것이 바로 가족에 대한 표현 이다. “아이를 통해 나를 회상하고 유년 시절을 떠올리며 시상을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표현한 가족을 통해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보기도 했고요” 그에게 아이들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세상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소재가 된다. “어른들은 아이라고 해서 모를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아이들도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지 미움받고 있는지 다 알고 있죠” 사랑받는 아이들은 스스로가 사랑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이 정확히 말하지 않아도 그것은 행동을 통해 나타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다. 그렇기에 동시는 우리가 우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가장 쉽게 표현한 글이라 생각된다. 우리는 동시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접할 수 있다.

  소통의 의미

  동시를 보는 사람은 꼭 아이들만이 아니다. 어른들도 때로는 동시를 볼 필요가 있다. “저의 시집을 보면서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독자들도 있고 나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동시는 거울처 럼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많은 독자들의 그의 시를 보며 자신의 아이를 다시 보게 되고 스스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한다.

  박 원장이 전달하고 싶은 단 한 가지는 아이와 부모, 그리고 너와 나의 소통이다. “아이들이 때로는 과격한 행동을 보이고 개구진 행동을 하는 것들은 나의 말을 들어 달라는 의미입니다. ‘여기 좀 봐’의 의미는 ‘나를 봐줘. 그리고 나에게 집중해줘’라는 의미입니다.” ‘여기 좀 봐’의 책 제목이 나타내는 것은 그것이다. ‘나를 봐달라’는 의미, 귀담아 들어달라는 의미, 그리고 더 나아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동시집을 통해 우리가 소통을 잘 이루었으면 하는 것과 얼마나 소통의 부재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하고자 하였다. 이는 어쩌면 소외된 현대인의 삶을 축소해 놓은 것일 수도 있다. “우리도 삶을 살아가면서 실질적으로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왼팔이 가려운데 엄마들은 오른팔을 긁어주는 것이죠. 상대방의 기분이 어떤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 하고 그 표면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사람과 사람이 대립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틀렸거나 정해진 답은 없지만 우리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해 틀렸다고 정의 내린다. “간혹 일어나는 아이와 부모의 마찰은 그것이죠. 그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뿐인데 아이가 남들과 다른 표현을 했다고 해서 그 아이가 틀린 것은 아니죠. 아이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것이 좋은 부모입니다” 그는 동시가 아이들의 감성을 기억하기 위한 기록으로서도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을 이어주는 다리로서도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좋은 시란 감동이 있는 것이죠.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감동이 있는 시는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것이다. 독자들은 그의 시를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자신만이 느끼는 다른 감정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동시란 나에게 생활의 일부입니다. 나이를 먹고 살아가면서 순수한 마음이나 정서를 접하기 어려운데 독자들이 이런 것들을 계속 접하면서 각박한 세상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 그리고 관계와 소통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어른에게도 동시는 필요하다.

  나를 긍정적이게 그리고 정서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자신만의 시를 써 내려 갈 박 원장은 조금씩 조금씩 그 감성들을 모아 다시금 동시집을 낼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전한다. “아이들이 지금의 고운 심성을 잘 가지고 본인들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알았으면 합니다. 그것을 항상 체감하면서 살아가길 바랍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동시뿐만 아니라 현대시와 더불어 더욱 깊은 시를 쓰고 싶다는 박미자 원장. 그의 순수한 시 세계가 모두에게 전이돼 동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모두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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