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걷기 운동 길에 나섰다.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미화원 아저씨만 간간히 눈에 띈다. 길바닥에는 대리운전 전단지, 일수안내카드, 담배꽁초, 빈 담배갑, 종이컵 등이 도배 하듯 깔려있고 깨진 소주병, 음료 캔도 나뒹군다. 보도를 따라 걷다 보면 가로수 밑에는 취객들이 자신들의 영역 표시나 해 놓은 듯 구토물도 자주 보인다.
 그 뿐이랴 술이 얼마나 취했는지 길가가 자기 집 안방인양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취객도 있다. 이런 새벽길의 풍경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또 조금만 눈을 들면 웬만한 벽면에는 어김없이 연예인들의 얼굴이 찍혀진 포스터들이 붙어 있다.
미화원 아저씨들은 이런 모자이크 거리를 묵묵히 쓸고 있다. 길가 요소요소에는 종량제 규격 봉투, 일반 비닐봉투 할 것 없이 그 안에 무엇이 담겼는지 울퉁불퉁 크고 작은 덩이들이 마구 쌓여 있다. 이런 쓰레기봉투들은 청소 차량이 와서 싣고 간다. 이것이 주민들이 곤히 잠든 고요한 새벽 거리의 풍경이다. 돌아오는 외곽 도로변 나무 밑에 벤치에는 술병과 먹다 남은 안주 찌꺼기들이 그대로 널부러져 있다. 이것은 또 누가 치우는 것일까?
아침이 되면서 도로에는 차량들이 늘어나고 등굣길, 출근길 인파가 거리의 생동감을 준다. 이 물결이 한바탕 지나고 나면 거리의 인파는 조금 한산해 지면서 이제는 차양모를 깊숙이 눌러 쓰고 비닐봉지와 기다란 집게를 든 중·노년층의 일일 근로인원이 길거리에 퍼져, 담배꽁초나 휴지 조각 등 쓰레기를 줍는다. 또 한 편 벽면에 붙은 광고지도 떼고,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뿌려 대는 일수안내카드 등을 줍는다.
 이토록 버리는 사람, 붙이는 사람, 줍는 사람, 떼는 사람이 따로 있다.
거리를 걸어 본다. 길가에 웬만한 점포에서는 계속해서 음악을 흘려 내보낸다. 어느 가게는 인도에까지 물건을 양편으로 내 놓고 행인은 겨우 한 두 사람 통과 할 정도로 점령하고 있다.
어쩌다 새로 개업을 하는 점포에서는 오색 풍선 아치를 설치하고 미니스커트 아가씨들의 현란한 춤과 노래 그리고 업소 선전이 고성능 확성기를 통해 온 거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종일 시끄럽게 한다.
 버스 터미널이나 역전 광장을 지나려면 부녀자들이 길을 막고 다가와서 “예수 믿고 천당 가세요”라며 전도지를 쥐어 준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과일이나 잡곡류, 채소를 길바닥에 놓고 파는 사람들이 있다. 또 골목길에는 1톤짜리 트럭에서 요란한 확성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수박, 참외, 밤 등 각 종 과일 사라는 소리, 고장난 각종 전자제품들 산다는 소리 등 듣는 사람들의 귓속이 편안할 리가 없다. 인도는 보행자가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길이거늘 가다 보면 승용차가 버티고 정차 해 있어서 차도로 내려가 돌아가야 한다.  거리에 질주하는 차량이나 오토바이 중에는 요란한 배기음을 내며 세상 다 내 것인 양 거리낌 없이 달린다. 차창 열고 피던 담배꽁초도 던지고 침도 뱉는다. 간혹 교통 신호도 무시하고 달린다.
이것이 매일 같이 거듭되는 거리의 하루 풍경이다. 물론 거리 질서나 공중도덕 면에서는 우등생일 수는 없다. 일부는 먹고 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일 수도 있고 일부는 남을 위한 배려는 일고도 없고 내 멋대로의 행위인 것도 있다. 이런 거리 풍경들이 경범죄에 해당되련만, 그렇다고 지속적인 철저한 단속도 없다.
그러기에 어쩌다 단속에 걸리면 재수 없이 걸렸다는 심정이다. 이젠 만성이 되어서인가 그저 그러려니 하고 모두가 덤덤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민주 사회에서는 법질서와 도덕규범을 시민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이 자율기능이 상실되었을 때 따르는 것은 타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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