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욕설문화는 자신들도 모르게 사용되는 비속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 욕설 속에 저항의식이나 시대 변화를 대변하는 지하 언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은연중에 자신의 속내를 언어에 섞어 드러내기도 한다.

  때문에 욕설은 상대를 비하하거나 저주를 통해 울분을 털어내기도 한다. 조사에 의하면 요즘의 20대 청 년층 10명 가운데 욕을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사람이 6명에 이른다고 한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게 욕이다.

  굳이 누구를 지칭 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 속에 묻어 나오는 자화상이다. 최근 상대를 지칭하지 않은 ‘아, *발’은 법적으로도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20세기 우리들의 욕 문화는 반드시 상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보면 욕설은 권위주의의 차별 등에 대한 일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인다. 일본인들을 얕잡는 ‘쪽발이’는 일본인들이 두 갈래로 된 나막신을 즐겨 신는데서 연유했다.

  친일 밀정을 ‘왜놈 개’라하고 공무원을 ‘정부미’, 군인을 ‘군바리’, 경찰을 ‘짭새’로 불리던 것은 권위주의에 대한 저항성이 깊다. ‘고문관’이란 말은 미군 고문관들이 한국 실정에 어두워 실수를 많이해 어수룩함을 나타내는 은어로 쓰였다.

  외세에 시달려야 했던 20세기 우리 생활 속엔 주변 4대 강국과 관련된 욕이 많았다. 짱꼴라, 쪽발이, 로스케, 양코쟁이 등은 어떻게든 상대를 낮게 끌어내려 쌓인 한을 털어보려는 욕이었다.

  ‘화냥년’과 ‘호로자식’이란 말은 호란이 남긴 유산 그대로다. 어려운 시대를 겪어오면서 욕의 문화도 바뀌어 온 것이다.

  1894년 갑오경장 무렵에 유행했던 이마에 먹물 새기는 ‘경질 놈’, 다섯 토막 낼 ‘오살할 놈’ 등이 그것이다. ‘주리를 틀 놈’은 1980년에 유행했다. 지금의 포승줄은 오랏줄을 나타내는 ‘오라 질 놈’으로 사지를 찢은 ‘육시할 놈’은 모진 형벌을 뜻하고 있다.

  ‘엿 먹어라’라는 욕은 남사당패들 사이에 통영 했던 비역질 은어다. 우리의 상념과는 달리 당시 ‘엿’이란 남자의 성기를 뜻하고 비역이란 궁둥이 쪽 사타구니 살을 뜻해 근친상간에 관한 가장 모욕적인 욕설에 속 한다.

  개가 먹는 밥에서 ‘개차반’등 생활에서 나온 욕도 많았다. 얼어죽을, 굶어죽을, 맞아죽을, 쪽박 찰, 빌어먹을 놈 따위는 재앙과 불행이 상대에게 일어나길 비는 욕이 었다. ‘쪼다’라는 욕은 인도에서 건너와 욕이 된 경우다.

  기악을 연주하며 향만 먹고 날아다니는 건달이 석가를 놀렸다는 어원에서 비롯됐다. 이렇듯 욕의 문화는 시대성을 반영하며 논리보다 생동감이 넘쳐있기도 하다.

  상스럽고 천박한 비속어라기보다는 민중 언어로도 쓰여온 우리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당신은 얼마나 욕을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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