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영주
   호서와 영남을 연결하는 통로인 죽령을 넘어가면 조선시대 엘리트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선비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장 영주에 닿게 된다. 백두대간 소백산의 고봉준령들이 굽어보는 분지에 들어앉은 영주는 중앙선 열차들이 쉬어가는 기착지이자 인삼과 인견(명주실로 짠비단), 사과 등의 특산물로 유명한 경상북도 최북 단의 고장이다. 영주하면 가장 먼저 부석사를 떠올리게 마련. 거기에 소수서원의 호젓한 소나무숲길과 눈꽃 핀 겨울 소백산 그리고 육지 속의 섬, 무섬마을을 엮는 다면 기나긴 자동차 여행의 피로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내륙의 물 위에 뜬 섬 ‘무섬마을’

 
 
  하천이 굽이쳐 흐르며 쌓아놓은 말굽 모양의 퇴적 지형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형이지만 그 물돌이동 위에 전통 부락이 원형을 보존한 채 남 아있는 곳은 많지 않다. 경북 안동 하회마을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영주시를 관통하는 낙동강 상류의 두 하천, 서천과 내성천이 만나는 합수지점인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 에도 물돌이동 위에 자리 잡은 마을이 있다. 마치 은 빛 모래가 반짝이며 흘러가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 드는 이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무섬마을이다. 강 건너에서 바라보면 마치 ‘물 위에 뜬 섬’처럼 보인다 하여 무섬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마을은 반 남 박씨가 이곳에 터를 잡은 후 지금까지 이어져 내 려오는 전통마을이다. 수백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강산은 바뀌고 외부 세상은 변화를 거듭했지만 무 섬마을의 시간은 매우 느리게 흘러갔다. 오헌고택, 섬계고택, 만죽재 등 대부분의 가옥들이 옛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상당수는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 되어 있다. 이 가옥들은 영남 북부지방 가옥 구조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ㅁ자 모양으로 사방을 막아 찬 기운을 막고 안채를 사랑채보다 높게 지어 볕이 잘 들게 한 구조가 그렇다.

외나무다리 너머 조선시대 마을로

 
 
 
 
  무섬마을 제일의 명물은 조잘조잘 흐르는 내성천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이다. 1983년 콘크리트 다리인 수도교가 놓이기 전까지 무섬마을의 유일한 통로는 이 외나무다리였다. 학교 가는 아이들, 어여쁜 새색시의 꽃가마 그리고 망자를 모시고 상여소리를 하는 행렬도 반드시 이 다리를 건너야 했다. 무섬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진하게 남아있는 외나무다리는 이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자원이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한때는 수십 년 동안 이 다리가 없어졌던 시기도 있다. 수도교가 놓이면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탓일 게다.

  시간의 강물에 휩쓸려 사라질 뻔했던 외나무다리는 매년 여름, 내성천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시절에 열리는 축제와 함께 부활했다. 과거와 현재 를 잇는 다리 앞에 펼쳐진 모래톱 위에서 씨름대회, 농악한마당, 과객 맞이하기, 다리 건너기 체험 등이 열린다.

  다리의 폭이 30cm에 불과해 간혹 다리를 건너다 물에 빠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수심이 얕아 그마저 도 재밌는 추억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아름다운 풍경은 곧 사라질지 모른다. 영주댐 건설로 인해 내성 천변이 풀밭으로 뒤덮이고 있어서다. 

 영주시 문수면 무섬로 234번길 11 054-634-0040(무섬마을 보존회)

아기자기한 멋이 인상 깊은 절집 부석사

 
 
 
 
  무섬마을이 위치한 영주 남쪽 끝자락에서 중앙선을 따라 북으로 달리면 영주시내를 거쳐 풍기읍에 도착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다시 순흥으로 방향을 바꾸면 길은 부석면으로 이어진다. 소백산의 한 자락인 봉황산 중턱에 기대앉은 절집인 부석사가 그곳에서 객을 기다린다. 부석사는 서기 617년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의상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우리나라 불교의 큰 줄기인 화엄종이 처음 열린 유서 깊은 명찰이다.
부석사는 거찰이면서도 참으로 아기자기한 서정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산중턱에 올라앉은 이 절은 산을 오르듯 천천히 계속 걸어 올라야 경내에 이르게 되는 전형적인 산중 사찰로 절집으로 오르는 길 부터가 정겨움으로 넘쳐난다. 천왕문에 이르면 그때부터 본전인 무량수전으로 향하는 길까지 멋들어진 돌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무량수전에 오르는 길은 아름다운 길이어서 전혀 지루한 줄 모른다. 그게 부석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아름답기로 소문난 누각인 안양루를 지나면 그 유명한 ‘무량수전’이 보인다.

영주시 부석면 부석사로 345 / 054-633-3464
 

꼬장꼬장한 선비 정신이 깃들어 있는 그곳

 
 
 
 
 
 
 
 
  오던 길을 되짚어 순흥면으로 향한다. 선비의 고장에 왔는데 소수서원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영주시 순흥면 내죽리의 죽계천변에 자리 잡은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임금 때인 1543년 풍기 군수 주세붕이 고려말의 유명한 유학자 안향 선생을 배향하면서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원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산책하듯 울창한 소나무숲길을 걸으면 서원의 정문이다. 정문 바로 앞으로 죽계천
이 흐르고 경렴정이라는 운치있는 정자가 서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옛 선비들이 공부하던 시설인 강당과 동재, 서재 등이 보이고 한 쪽 편에는 제사시설을 담장으로 둘러놓았는데 정갈하면서도 깨끗한 분위기이다. 겨울비가 내리는 한옥 처마 밑에 서면 옛 선비들이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절개가 무엇인지 생각이 날 법도 하다.
서원을 통과해 죽계천을 건너면 선비촌이다. 선비촌에는 이름 그대로 옛 선비들이 살았을 법한 한옥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예쁘게 꾸며놓은 한옥과 꽃밭, 정원 그리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시설 등이 있다.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740 / 054-639-7691~5
 

새하얀 눈꽃 피워 올린 연화봉과 비로봉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12대 명산으로 꼽히는 소백산은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의 줄기가 서남쪽으로 뻗어 내려와 호서와 영남의 경계를 이루며 솟아있다. 철쭉이 만개하는 오뉴월에 산꾼들이 즐겨 찾는 까닭에 봄산행 명소로 잘 알려져 있지만 소백산은 겨울철도 그 못지 않게 아름다움을 뽐내는 설산(雪山)이기도 하다. 주봉인 비로봉 (해발 1,439미터)을 비롯해 국망봉, 신선봉, 연화봉 등 대부분의 봉우리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고봉들이다.

  등산 코스는 3가지인데 그중 희방사를 거쳐 연화봉까지 올라가는 길이 가장 짧다. 주차장이 매우 넓을 뿐 아니라 희방사 바로 아래 주차장을 기준으로 한다면 연화봉까지 약 1시간 반이면 닿을 수 있어 주말이면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물론 등산객을 가득 실은 관광버스들이 몰리면 아래쪽 희방삼거리에 있는 제3주차장에서 출발해야 한다. 희방삼거리에서 희방사까지는 1시간(2km) 거리이다. 하얗게 얼어붙은 희방폭포와 신라 고찰 희방사를 차례로 통과하면 급경사가 시작된다. 희방사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깔딱고개 정상을 넘으면 그 이후의 산행길은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영주시 풍기읍 죽령로 1648번길 113
054-638-6196(소백산국립공원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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