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폭설로 출퇴근 시간에 발 동동 구르던 직장인들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원망의 대상이다. 그러나 창밖으로 바라 본 새하얀 도심 풍경이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면, 우리의 마음은 생각보다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적어도 눈밭에서 바둑이와 뒹굴며 놀던 어릴 적의 때 묻지 않은 동심이 아직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 속 깊은 곳 에 숨은 동심을 되살려 줄 내장산의 겨울 풍경을 보러 떠난다.
  전북 정읍시 내장산로 936 문화재 관람료: 어른 3천원, 어린이 7백원 063-538-7875 naejang.knps.or.kr

숨겨 놓은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산

 
 
  전라북도 정읍의 남쪽에 솟아오른 내장산(해발 763미터)은 본래영은 사(靈隱寺)라는 사찰의 이름에서 따와 영은산으로 불리었다.

  그러다가 산에 숨겨진 볼거리가 무궁무진하다고 하여 감출 장(藏)을 이름에 넣어 내장산(內藏山)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숨겨 놓은 볼거리가 무궁무진한 산이지만‘내장산’하면 얼른 떠오르는 것은 산자락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단풍이다. 특히 내장산 매표소 지나 일주문에서부터 내장사 경내까지 이어지는 붉은 단풍나무 터널은 흔히 우리나라 가을 풍경의 최고봉으로 전해지는 절경으로 꼽히고는 한다. 단풍나무는 내장사 입구에 도착하기 수 킬로미터 전부터 끝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을 만끽하기에 겨울 만큼 좋은 계절은 없다. 단풍나무는 지난 가을날의 화려함을 잃었지만 함박눈을 뒤집어 쓴 채 팔 벌려 그 넉넉한 품에 중생들을 끌어안는다. 앙상한 가지마다 탐스 럽게 쌓인 눈,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아 주렁주렁 매달린 홍시 그리고 그 설국의 한가운데 자리한 절집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은 이 계절에도 역시 ‘전국 최고의 절경’이라는 이름값에 어긋나지 않는 장관이다. 

두 고찰을 품은 국립공원의 겨울 속으로

 
 
  내장산국립공원은 내장사 지구와 백양사 지구로 나뉘는데 절의 규모는 백양사가 더 크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내장사가 보다 널리 알려져 있다. 고찰 백양사는 국립공원 남쪽에 위치한 백암산 자락을 끼고 들어서 있으며 내장사는 내장산을 비롯해 문필봉·까치봉·불출봉 등으로 이어지는 말굽모양 능선의 품에 안겨 있다.

  내장산국립공원을 목적지로 떠나는 여정은 내장사와 백양사를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내장산은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단풍나무 수종이 있는 곳 중 하나이다. 당연히 추색을 감상하기 위해 내장산 을 찾는 인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한겨울에도 이 단풍나무길을 걷기 위해 내장산을 찾는다.

  이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방문객 수가 적어 사찰과 내장산의 수려한 산세를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내장사 방면으로 자동차를 몰면 진입로변에 여러 개의 주차장을 지나치게 되는데 겨울에는 이 주차장이 눈썰매장으로 변신할 때도 있다. 자동차 꽁무니에 썰매를 달고 천천히 눈밭위를 이동하는 광경은 신기하기까지 하다.

 댜양한 방법으로 내장산 설경 즐기기

 
 
  내장산국립공원의 설경을 즐기는 방법은 선택의 폭이 넓어 좋다. 서래봉코스, 금선계곡코스 등 내장산 곳곳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등산코스는 체력과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산을 오르기 어렵다면 왕복 1 시간 20분 정도 소요되는 자연관찰로 코스를 선택하면 될 일이다. 탐방 안내소에서 출발해 일주문을 거쳐 내장사의 암자인 원적암과 백련암을 돌아보고 원점으로 돌아오는 이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노약자들 이 걷기에도 큰 무리가 없다. 물론 평소 산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본격 적인 등산으로 내장산의 겨울을 즐겨보자.

  그래도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내장사만 둘러보는 방법이다. 내장사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일주문에서 내장사 경내까지 펼쳐진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게 된다. 바로 이 단풍나무 터널과 내장사 경내 설경만 즐겨도 전혀 서운할 것이 없다.

  케이블카로 편안하게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이는 가장 쉽게 내장산을 정복할 수 있는 코스이다. 내장산은 아홉 개의 봉우리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형국인데 케이블카로 연자봉 중턱에 오르면 전망대 에서 아홉 봉우리와 내장사 일대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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