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해 마다 연초의 시작은 그럴듯하지만 지나고 보면 별로 한 일 없이 후회만 남는다. 남은 기간 동안만 이라도 뜻깊은 일을 하면 어떨까. 우리의 겨울은 유난히 춥다. 어려운 이웃에겐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주변을 돌아보면 나보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들에겐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그립다. 연탄 한 장이라도 아니면 따뜻한 내복 한 벌이라도 나눔의 시간을 갖게 되면 훨씬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작은 배려와 나눔의 미덕이 각박해져가는 우리 사회를 보다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31)가 갓 태어난 딸 맥스에게 편지를 썼다. 2012년 결혼해 세 차례 유산의 아픔을 겪은뒤 얻은 소중한 아이에게 ‘모든 부모처럼 우리도 네가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자라기를 바란단다’고 그리곤 자신과 부인의 페이스북 지분 가운데 99%인 우리 돈 약 52조 원에 달하는 큰 돈을 살아있을 때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자선 자본주의의 신세대다. 거액을 사회에 기부한 억만장자는 더러 있지만 그처럼 젊은 나이에 전 재산을 내놓은 사람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60)가 자녀에게 일부를 상속하고 나머지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한 것은 게이츠가 45세 때다.

  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5)이 2006년 자신의 재산의 99%인 약 51조 원을 기부했을 때는 그가 76세이던 때다. 사후나 노년에 기부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젊어지고 있는 추세다. 저커버거는 일찍 자선사업에 올인 하는 이유에 대해 젊을 때 시작해 남은 생애 동안 많은 성과를 보고 싶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는 이렇듯 축적된 자신의 부를 자손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사회에 환원하는 풍토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인간이 태어나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듯 사회에서 번 자산을 사회에 다시 되돌려주는 아름다운 풍토다.

  미국 메츠의 투수이자 구원 투수로 명성을 날린 야구선수 팀버크의 숨겨진 사연은 고개를 숙이게 한다. 누구나 선망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2백만 달러를 받던 그가 직업과 돈을 버리고 야구계를 떠난 것은 서른네 살 때다.

  그 흔한 은퇴 기자회견도 없이 떠났다. 은퇴한 이유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입양했는데 그들을 돌보기 위해서였다. 놀랍게도 그가 입양한 아이들은 모두가 장애 아이들이었다. 큰딸 스테파니는 한국에서 태어나 심장에 구멍이 뚫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였다.

  셋째 니콜도 한국아이로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이 없고 간질이 있어 하루에도 수십 번 발작을 하기 때문에 부모가 버린 아이였다. 둘째, 넷째, 다섯째 아이도 모두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었다.

  한국에서 입양한 셋째 니콜이 심장 수술을 받았는데 1시간도 안돼 사경을 헤매는 딸의 생명을 지켜보며 '내가 있을 곳은 야구장이 아니라 아이들과 아내가 있는 가정' 이라고 느껴 은퇴한 것이다. 버림받은 생명을 돌보기 위해 관중들의 환호와 인기 그리고 돈과 직업을 과감하게 버린 것이다.

  그는 버림받고 죽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고통을 행복으로 떠안은 신의 섭리를 실천한 것이다. 함께 고개 숙여 되돌아볼 대목이다. 작은 나눔이라도 실천해보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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