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숲, 비자나무 사이를 거닐다

고흥 천등산 비자나무숲
  금탑사는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로 알려져 있다. 극락 전을 비롯해 삼성각, 요사체 등 경내 건물을 모두 합쳐도 다섯 채 안팎으로 절집의 규모는 매우 아담하다. 바로 이 금탑사에 닿으려면 약 1km 길이의 울창한 숲길을 통과해야 한다. 겨울이 오면 대부분의 나무가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기지만 금탑사 주변을 둘러싼 비자나무숲만큼은 그 푸른 빛깔을 잃지 않는다. 비자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내장산 이남에서만 볼 수 있으며 열매는 구충제로 쓰이고 나무는 가구의 재료로 쓰이는 고급 목재이다. 천등산처럼 비자나무가 군락을 이룬 장소는 제주 비자림 이외에는 드문 경우다. 그도 그럴 것이 천등산 자락의 비자나무숲은 무려 3,000여 그루로 그 숫자 만큼은 제주의 그것에 견줄 만하다.

전남 고흥군 포두면 금탑로 842 / 061-830-5607(포두면사무소)

 
 
향긋한 편백나무에 취해 계절을 잊다

남해 편백자연휴양림
   때 묻지 않은 바다와 산, 명소들이 즐비해 보물섬 남해군의 금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자연휴양림. 그 이름처럼 편백자연휴양림의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우리에게‘히노끼’라고 알려진 편백나무이다. 이곳의 편백나무들 은 인공조림한 수령 80년 이상의 나무들로 매우 촘촘히 나무를 식재한 덕에 지금의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었다.

  남해편백휴양림 내 군락을 이루고 있는 편백은 보통 나무들에 비해 피톤 치드 분출량이 월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에서 발생되는 피톤치드는 심폐기능 강화, 항균, 이뇨, 거담효과에 뛰어나고 특히 편백처럼 그 분출량 이 많을 경우 아토피에도 효과가 있을 정도로 건강에 이롭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 금암로 658
어른 1천원, 어린이 3백원, 숲속의집 2만4천~13만5천원
055-867-7881  www.huyang.go.kr
 
 
모악산 자락의 아담한 비보림

완주 두방마을숲

 
 
  모악산 자락의 구이면 두현리에는 느티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활엽수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두방마을 사람들 곁을 수백 년 동안 지켜온 비보림(裨補林)이자 원림(園林)인 두방마을숲이다. 과거 한때 두방마을숲은 숲 자체의 노령화와 토양환경의 악화, 인위적 간섭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점차 그 아름다움을 잃어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04년 전통마을 숲 복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다시 생기를 찾게 되었다. 당시 수목 및 토양 보호시술을 마친 뒤 어린나무들을 심으면서 숲이 더 오래 존속할 수 있는 기
반이 마련됐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두현리 산61 / 063-290-3603(구이면사무소)

난설헌의 고향 초당마을을 지키는 숲

강릉 초당마을숲

 
 
  초당마을의 겨울은 인적이 끊긴 경포해변의 풍경만큼이나 고적하고 쓸쓸하다. 경포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그 어느 계절보다 차갑지만 허균의 동생 난설헌이 태어나고 자랐다는 지금의 강릉시 초당동 일대는 조용하기 이를 데 없다.
난설헌이 아버지 허엽과 함께 살던 허난설헌 생가터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소나무숲을 가리켜 ‘초당마을숲’이라 부른다. 지역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곧잘 찾는 초당마을숲에는 무려 3,000그루가 넘는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경포해변의 해송들이 한 차례 걸러진 해풍이 바로 이 초당마을숲에서 한 번 더 걸러지므로 진정 초당동을 보호하는 비보림이자 방풍림이라 하겠다. 초당두부의 고향인 초당동을 세찬 해풍으로부터 지켜주는 이 숲길을 걷지 않은 채 허난설헌 생가터인 이광로가옥과 허균허난설헌 기념관만을 둘러보고 발길을 돌린다면 초당동을 반만 본 것이나 다름없다.
 
 
  강원 강릉시 난설헌로 193번길 1-16(허난설헌 생가터) 033-640-4414 (강릉시 관광안내소)

오래된 마을을 보호하는 수호신

영양 주실마을숲

 
 
  경북 영양군 일월면에 위치한 주실마을은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고향이다. 커다란 표지석이 우뚝 서있는 주실마을 들머리에는 제법 커다란 숲이 웅크리고 있다. 주실마을 사람들이 대대로 가꿔온 주실마을숲이다.
주실마을숲은 지난 2008년에 산림청과 유한킴벌리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인 생명상을 수상했다. 인간과 숲이 악어와 악어 새처럼 서로를 보살피며 공존한다는 것이 수상 이유다. 숲 너머 주실마을도 꼭 둘러보길 권한다. 조지훈이 태어난 생가를 비롯해 문학관, 옥천종택, 창주정사, 침정전 등 오래된 고택들이 여럿 남아있다.
  경북 영양군 일원면(주실마을) / 054-680-6062 /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도심 한복판의 섬 같은 당숲

군포 덕고개 당숲

 
 
  오래된 마을의 흔적인 당숲. 아파트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찬 지하철 4호선 대야미역에서 출발해 수리산 자락의 갈치호수를 지나 납덕골로 향하노라면 덕고개 당숲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납작골의 남동쪽 골짜기에 위치한 이곳에 처음 온 사람들은 도심한복판에 이처럼 조용하고 아늑한 숲과 마을이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란다.
  덕고개 당숲은 아름다운 숲 경연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숲’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어·굴참·갈참·너도밤나무 등 수령이 수백 년에 이르는 고목 60여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는 덕고개 당숲이 도시화로 인한 난개발의 광풍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덕이다. 당숲 인근의 납덕골이 벽화마을로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동네에 드나드는 외지인들이라고는 수리산 등산로를 이용하는 산꾼들 뿐이었을 정도.
  지금도 평일에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전원을 만끽할 수 있다
 
 
경기 군포시 속달동 243 031-392-3000(군포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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