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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걷는 꽃, 국내 최연소어름사니 ‘서주향’
조미림 기자  |  p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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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1.19  09: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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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름사니. 얼음산에 올라가는 것처럼 어렵고 위험하다. 또는 얼음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하고 어려운 재주를 부리는 사람을 말한다. 사니는 신비한 재주를 가진 사람과 신, 그 중간을 뜻하는 단어이다. 이렇게 얼음과 사니가 합쳐져서 발음하기 쉽게 어름사니가 되었다. 여기 국내 최연소 어름사니가 있다. 아직 어리지만 자신 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 더 높이 더 멋지게 줄을 타고 싶다는 서주향 어름사니를 만나보았다.(편집자 주)
   
 
  7살. 줄 위에 서다
   안성에서는 매년 바우덕이 축제를 한다. 바우덕이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자 꼭두쇠이다. 꼭두쇠는 남사당패 우두머리를 일컫는 말이다. 바우덕이는 안성에서 태어나 남사당패에서 줄타기 등의 기술을 익혔다. 그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15살의 어린 나이에 꼭두쇠로 선출되었다. 어름사니는 줄 위에서 이 바우덕이를 연기한다.

  이제 25살. 아직 어리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더욱 앳된 모습의 그는 연약하고 예쁜 그냥 소녀의 모습이었다. 이 소녀가 2.7m의 상공에서 외줄을 타고 다닌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따름이다. 어떻게 이일을 시작하게 됐을까?

  “그저 구경 삼아 따라갔던 건데요. 그게 아마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기 전이였어요. 그때만 해도 어려서 알지도 못했고 전혀 관심도 없었어요. 그냥 할아버지께서 한번 해봐라 하시니까 얼떨결에 하게 된거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좋아지더라 고요.”

  어렸을 때부터 줄곧 이일을 해왔다는 그.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365일 매일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그랬기에 지금 이렇게 어린 나이에도 완벽하게 줄을 탈 수 있다. 당시에는 선생님의 호된 가르침이 무서워 연습을 나갔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좋아하는 마음도 있었음이 분명하다.

  “당시에는 어떤 마음이었는지 사실 확실히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러나 내면에는 이 일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으니까 연습을 계속했던 것 같아요.”

   줄타기는 하루만 빠져도 새로운 느낌이다. 이렇게 줄을 타기에 체력관리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자로서 가장 힘든 것은 체력이 뒷받 침해주질 못한다는 거예요. 관객들은 여자가 한다고 해서 안좋게 생각하시기보다는 조금 더 신기하게 바라봐 주시는데 저는 제가 더 높이 힘차고 멋있고 날렵하게 뛰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러나 남자 어름사니에 비해 부드럽고 유연한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장점이 되기도 할 것이다.

  줄을 통해 얻은 것
   아직은 어린 나이. 무엇인가 더 해보고 싶을 수도 있을텐데 이일을 하게 된 것에 후회는 없었을까?

   “성격상 나서는 성격이 전혀 아닌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능청스럽게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것은 15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힘든 부분이에요. 고등학교 2~3학년 때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다른 친구들처럼 열심히 학원을 다니거나 악기나 노래 춤을 배워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빨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았기에 오로지 줄타기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그. 남은 시간 동안 체력이 될 때까지 10년 이고 20년이고 줄타기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2.7m의 상공에서 펼치는 아찔한 묘기. 무섭지는 않을까?

  “제일 처음 줄에 올랐을 때 무서움은 있었어요. 지금은 무서운 생각보다는 줄을 타는 도중에 문득 ‘내가 어떻게 이곳에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놀이기구 타면서 이 놀이기구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런 거랑 같은 거 같아요.” 줄 위에서 매번 찾아오는 묘기보다도 아찔한 생각들. 그런 순간에 관객들 과의 대화를 통해서 극복해 낸다.

   줄 위에서는 오로지 줄에만 집중을 해야 하지만 공연을 하는 사람으로서 관객들의 반응을 안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관객들의 반응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더라고요. 관객분들이 신나게 반응해주실 수록 공연하는 저 또한 신이 나니까요.” 그럴 때는 내성적인 성격이 언제 그랬냐는 듯 쾌활하게 바뀐다. 주어진 각본이 있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게 재담으로 즉석에서 말을 만들기도 한다. 15년 경력의 노하우 되겠다.

   “한 번은 삼척에 이틀 공연을 가게 됐는데 줄을 놓고 온 거예요. 줄을 타는 공연인데... 공연하기 전에 바닷가에서 줄을 구하기 시작했죠. 철물점을 돌아다녀서 겨우 비슷한 줄을 구하긴 했지만 원래 타던 줄 굵기의 반 정도 밖에 안되는 얇은 줄이었어요. 하지만 그 줄을 그냥 타게 됐죠. 당연히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연이 먼저이니까 어쩔 수가 없었죠. 공연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다행히도 이튿날은 안성에 있던 다른 직원의 도움으로 본래의 줄을 탈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있어서는 안될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나름의 추억이라 생각 한다.

  “가끔씩 용돈을 쥐여주는 어른들도 계시고 한 번은 복권을 사서 주신 분도 계셨어요. 항상 저희 공연에 오셔서 사진을 찍어서 액자로 만들어 주신 분도 계시고요. 모두들 너무 감사드리죠.”

  일을 할 때는 자신감 있게 그리고 항상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모습이 멋있다. 아마도 관객들은 그런 그의 진가를 이미 알 아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한때는 줄 말고 다른 것을 잡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 잊지 못할 추억들과 응원해주는 관객들은 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줄이 되었다.

  열정 그리고 가족
   전통을 잇고 있는 그.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통을 잇는다는 것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줄만 탈 줄 알죠... (웃음) 전통을 잇는다는 것보다는 지금은 그저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더욱 큰거 같아요.”

  구경 갔다가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일. 원해서 한 일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이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줄타기가 운명 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내 몸에 팔, 다리가 생겨난 것처럼 이일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 운명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이렇게 줄타기가 운명이라 생각하는 딸의 공연을 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까?

  “가족들이 바빠서 공연을 자주 보진 못해요. 특히 어머니는 줄을 타고 있는 제 모습이 걱정이 되시는지 못 보시더라고요. 그러나 가족들 모두 자랑스러워하고 있어요.”

  가장 힘들 때 언제나 힘이 돼주는 건 역시나 가족뿐. 지켜봐 주지 않아도 멀리서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

  “앞으로 무대에서 더욱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값 진 일이라 생각해요.” 예쁘기에 예쁠 나이 이기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소신을 가진 삶. 그 삶을 통해 얻은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기에... 역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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