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이 땅을 호령했던 고대국가들 중 하나였던 대가야국의 땅 합천. 경상남도 합천군은 가야산을 비롯해 같은 소백산맥의 줄기인 황매산, 오도산 등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명산들을 여럿 품은 고장이다. 특히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을 아우르는 삼남 지방 전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합천의 수려한 늦가을 정취를 만끽해보자.

 

 
 
  대가야의 땅에 솟아오른 삼남의 금강산

  소백산맥의 가장 아름다운 자락을 움켜쥐고 있는 가야산은 해발 1,430미터의 높고 깊은 산으로 ‘삼남의 금강산’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릴 만큼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고 있는 명산이다. 가야산(伽倻山) 명칭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합천과 고령 등지가 이 땅의 고대 국가중 하나였던 가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인도의 불교 성지에 있는 신성한 산인 가야산에서 따왔다는 설이 그것 이다. 이처럼 장대한 풍경과 영험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가야산은 지난 1972년 일찌감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과 경상북도 성주군에 걸쳐 있으나 해인사와 홍류동계곡, 청량동지구의 청량사 등 도립공원 내 대부분의 볼거리가 합천군 쪽에 몰려있다. 때문에 합천군 여행은 곧 가야산으로 떠나는 여행이기 마련이다. 특히 홍류동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 6km의 트레킹 코스 (해인사 소리길)는 수백 년 세월의 풍파를 이겨낸 노송과 수려한 계곡 풍경이 어우러져 꼭 들러야 할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가야산의 농익은 계절을 만끽하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라 하지 않던가. 우선 오르는 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국립공원 초입부터 해인사에 이르기까지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는 계곡의 자태가 이미 절경이다. 가야산을 휘돌아 흐르는 이 계곡이 바로 그 유명한 홍류동계곡이다. 시즌이 지나기는 했지만 가을에 붉게 물든 단풍잎이 물에 비쳐 마치 붉은 물이 흘러가는 듯하다 해서 이렇게 불린다. 물론 이 계절에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명산의 자태는 홍엽이 다 떨어진 가을의 끝자락, 흰눈으로 세상 만물이 뒤덮이는 겨울 그리고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도 영롱하게 빛난다. 가야산국립공원 입구에서 해인사까지는 제법 먼 길이므로 차를 타고 오르는 것이 보통이지만 가야산의 아름다운 산세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탐방로를 따라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오르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합천군과 가야산국립공원은 바로 이 가야산 홍류동계곡을 따라 해인사에 이르는 길을 ‘해인사 소리길’로 지정해 탐방로와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았다.

 

 
 

  명산 가야산의 가을, 해인사로 가는 길

  우리나라에는 좋은 절이 참 많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규모 면에서 가장 대표적인 절을 꼽으라면 우선 ‘삼보사찰’로 불리는 세곳의 절을 떠올릴 수 있다. 양산의 통도사, 순천의 송광사, 그리고 합천의 해인사가 바로 그곳이다. 이중 해인사는 우리나라가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을 소장하고 있는 법보사찰로 널리 알려진 아름답고 유서 깊은 명찰이다. 더욱이 수려한 산세로 명산 중의 명산으로 꼽히고 있는 가야산 자락에 안겨있어 사찰의 풍경이 그윽하고 아름답기로도 으뜸이다. 해인사는 이렇듯 운치 넘치는 가야산 중턱에 수채화 같이 고운 자태로 펼쳐져 있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숲길에는 수백 년은 족히 되었음직한 아름드리 고목들이 줄지어 늘어서 사뭇 장엄한 느낌을 갖게 한다. 봉황문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천왕문에는 사천왕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장엄하고 짜임새 있는 명찰의 당당함

  법당은 탑과 석등을 지나 높은 축대 위에 당당하게 서 있다. 주변의 건물을 압도하는 큰 건물이다. 해인사는 우리나라 화엄종의 대표적인 종찰로 법당인 대적광전에는 화엄경의 주불인 비로자나불을 비롯, 무려 일곱 구의 불상과 보살상이 안치되어 있다. 이중 정 중앙에 있는 비로자나불 양쪽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목조 삼존불, 즉 나무로 만든 3구의 불상이다. 고려시대에 가지가 셋인 큰 은행나무 한 그루로 만들었다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해인사를 찾은 사람이면 누구나 보고 싶어 하는 그 유명한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는 장경판전은 해인사의 가장 안쪽이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 법보전이라고 불리는 장경판전은 조선시대 초기에 지어진 건물로 건축 양식이 매우 아름다우며 과학적인 구조를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모두 4개 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놀랍게도 자연적으로 습도가 조절되도록 지어져 있다.

 
 

  가을빛 내려앉은 황매산 억새밭

  가야산 일대의 명소들과 함께 이 계절에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 바로 황매산이다. 해발 1,108미터 높이의 황매산(黃梅山)은 가야산과 마찬가지로 소백산맥의 한 줄기를 이루고 있는 명산이다. 합천군과 산청군의 경계에 솟아 있는 황매산은 봄철 철쭉 군락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전국구 명소. 철쭉 군락지는 황매산 주봉을 기준으로 남쪽의 경사가 완만한 사면을 따라 펼쳐진다. 그런데 이 철쭉 군락지에는 억새밭도 섞여 있다.
  황매산 억새밭은 9월 중순이면 벌써 가을 분위기 완연한 은빛으로 퇴색하기 시작한다. 8부 능선까지 자동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을뿐더러 등산로 일부는 포장되어 유모차를 끌고 억새밭 능선을 산책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수백 대 이상 수용가능한 주차장 한쪽에는 황매산 오토캠핑장(www.camp850.com)이 자리잡고 있는데 전국에서 가장 전망이 훌륭한 캠핑장이 아닐까 싶다.

 

 
 

  오도산 절경과 대가야의 흔적

  가야산 남쪽 끝자락에 매달린 오도산(해발 1,134미터) 역시 한 번쯤 올라보아야 할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사진가들의 일출 촬영 포인트로도 잘 알려진 오도산은 정상까지 임도가 나있어 자동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다만 길이 매우 좁고 경사도 가파르므로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한다. 합천군 소속은 아니지만 이웃한 고령땅의 대가야박물관과 미니멀동물원 역시 들러봄직한 스팟이다. 합천 동쪽에 이웃하고 있는 고령군은 합천, 거창, 의령 등의 지방과 우리 고대사의 중요한 축이었던 대가야의 도읍이었다.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에서 발견된 지산동고분군은 대가야의 대표적인유적지의 하나로 고분군 한복판에 대가야의 역사를 망라한 대가야박물관이 위치한다.
  미니멀동물원은 진기한 동물들이 모여 사는 초미니 동물원이다. 커다란 뱀, 재롱둥이 앵무새, 귀여운 사막여우 등 우리나라에서 접하기 어려운 파충류와 조류, 포유류를 접할 수 있다. 규모가 작은 대신 전문 가이드가 모든 관람객들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 다는 차별점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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