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청 공원 녹지과장 및 진위면장 퇴직
성균관 유도회 평택지부 한문전임 강사
평택시립도서관, 안중도서관, 평택남부노인 복지회관,
팽성노인 복지회관 등에서 10년간 한문 강의 (과목: 동
몽선습, 사자소학, 소학, 대학, 논어, 맹자, 중용, 한문
문법, 고사성어 등)



  제궤의혈(堤潰蟻穴)은 “개미굴이 제방을 무너뜨린다.”라는 뜻으로, 사소한 실수로 큰일을 망쳐버리는 것을 비유(譬喩)하는 고사성어이다. 이 말은 《한비자(韓非子)》에서 유래 되었다.

  제궤의혈(堤潰蟻穴)을 제궤의공(堤潰蟻孔) 또는 의혈제궤(蟻穴堤潰)라고도 한다.

  한비자의 유로(喩老)편에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비롯되며, 천하의 큰 일은 반드시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라고 하였다. 또 “천 길이나 되는 둑도 땅강아지나 개미가 뚫은 구멍으로 인하여 무너지고(千丈之堤 以 蟻之穴潰; 천장지제 이루의지혈궤), 백 척이나 되는 큰집도 굴뚝 틈새의 불티로 타 버린다(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 백척지실 이돌극지연분).”라고 하였다. 여기서 “천장지제 이루의지혈궤(千丈之堤 以 蟻之穴潰)”를 제궤의혈(堤潰蟻穴)로 줄인 고사성어가 유래된 것이다.

  《맹자》의 <등문공장구상 4장>에 보면 요(堯)임금 시대에 홍수로 강이 범람하여 초목이 우거지고 맹수들이 우글거려 백성이 살 수 없어 요임금이 홀로 걱정하다가 신하 순(舜) 에게 왕위(王位)를 맡겨 정사(政事)를 이양(移讓)했다.

  순임금은 신하 우(禹)에게 상습적인 홍수대책을 세우게 하여 우(禹)는 아홉 개의 하천을 8년 동안 뚫어 양자강(揚子江)으로 연결해 바다로 배수하는 치수(治水)사업을 성공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백성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게 되었고, 그 공적으로 순임금은 아들 상균(商均)한테 왕위를 물려주지 않고 신하 우(禹)에게 왕위를 물려주어 하(夏)나라를 세우게 된 것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초기 홍수를 예방하는데 큰 공을 세운 위(魏)나라 재상 백규(白圭)는 스스로 자기의 공적이 우(禹)임금을 능가할 것이라고 큰소리 치곤했다.

  한비자(韓非子)를 쓴 한비도 “백규가 제방을 잘 관리하여 수재(水災)를 막은 것은 둑의 구멍을 막은 것(白圭之行堤也 塞其穴; 백규지행제야 색기혈).”이라고 적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백규의 홍수대책은 둑을 쌓고 둑에 생기는 구멍을 막는 것이었다. 둑은 아무리 튼튼하게 쌓는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구멍이 생기게 마련인데, 백규는 그 것을 찾아내어 물이 새기 전에 틀어막아 제방이 무너지는 것을 예방한 것이다.

  그는 개미구멍이라도 찾아내면 지체 없이 막았기 때문에 홍수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 다. 이것은 유비무환(有備無患)으로 철저하게 둑을 감시하고 관리한 덕에 백규가 재상으 로 재임하는 동안 위나라는 한 번도 수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제궤의혈(堤潰蟻穴)에 대한 예(例)로 명의(名醫) 편작(扁鵲)과 채(蔡)나라 환공(桓公)의 이야기를 살펴보면 어느 날 편작이 환공을 보고 살갗에 병이 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 질 것이라고 말하자, 환공은 자기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며 듣지 않았다. 열흘 뒤에 편작 이 환공을 다시 보고 근육에 병이 들었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심해질 것이라고 말하였으나 환공은 역시 듣지 않았다.

  다시 열흘 뒤에 찾아온 편작이 위장에 병이 들었다고 하였으나 환공은 이번에도 듣지 않았다. 또 열흘이 지나 편작은 환공을 찾아와서는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다가 돌아갔다. 환공이 사람을 시켜 그 까닭을 물었다. 편작은 “살갗에 든 병은 약을 바르면 고칠 수 있었고, 근육에 든 병은 침석(鍼石)으로 고칠 수 있었으며, 위장의 병은 화제(火齊)로 고칠 수 있 으나, 골수까지 스며든 병은 손을 쓸 수가 없다”고 말하고는 가버렸다. 환공은 5일 뒤에 갑자기 병이 깊어 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목숨을 앗아가는 위급한 병도 대수롭지 않은 병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제궤의혈은 사소한 실수로 큰일을 망쳐 버리거나 작은 일을 소홀히 하여 큰 화를 불러옴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속담의 “개미구멍이 둑을 무너뜨린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와 비슷하다.

   또 석지실장(惜指失掌)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손가락에 병이 있을 때 손가락을 아끼다가 나중에 손바닥을 잃는다는 말이다. 사소한 병도 방치하면 큰 병이 되어 마침내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다.

漢字뜻풀이

堤 제방둑 제, 潰 무너질 궤, 蟻 개미 의, 穴 구멍 혈, 􁑭􀀁땅강아지 루, 突 굴뚝 돌, 隙 틈(구멍) 극, 烟 연기 연, 焚 불사를 분, 塞 막힐 색, 鍼 침 침, 惜 아낄 석, 指 손가락 지, 掌 손바닥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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