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삼포산책길
바닷가 철길 따라
불어오는 가을 솔바람
해운대 미포에서 구덕포를 잇는 삼포의 퇴락한 철길은 비록 낡았지만 청아한 솔향에 오래된
추억들이 촘촘히 채워져 있는, 걷고 싶은 도보여행 코스이다.
달맞이고개의 최고봉인 와우산 끝자락에 있다 하여 꼬리 미(尾) 자를 써서 미포. 누운 소를 닮아 와우산(臥牛山)이 므로 미포는 소의 꼬리쯤 되는가 보다. 물론 아름다울 미(美)를 넣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더 이상 열차는 다니지 않지만 내리막 길 끝에서 철길과 바다가 나란히 이어지는 풍경은 마치 일본 도쿄 교외의 가마쿠라를 생각나게 할 만 큼 이국적이다.
푸른 물빛과 고운 모래톱 청사포淸砂浦
푸른 모래라는 뜻의 청사(淸砂). 그 물빛이 얼마나 곱고 파란 빛깔이었으면 포구의 이름이 청사포일까? 고운 모래 톱이 깔려 있었을 옛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빨강과 하얀색 등대가 나란히 지키고 선 작은 포구는 평화로운 정경 그 자체다.
시민 갤러리가 있는 구덕포九德浦
구덕포의 가장 큰 볼거리는 송정해변과 구 송정역사이다. 여름철에는 부산 사람들의 피서지이자 서퍼들의 낙원인 송정해변이지만 해변 뒷골목에는 아직 작은 어촌의 소박한 풍경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 골목 한가운데 위치한 송정 역사는 동해남부선 폐선과 함께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지금은 역사 내 벽면에 예술작품이 걸린 공공 갤러리로 변모했다.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영원한 가객 김광석의
흔적이 깃든 골목
이 시대 영원한 가객의 흔적을 좇아 가을비가 내리는 골목을 서성대 본다. 빨간 공중전화박
스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했지만’의 가사를 들려주고 싶어질지 모를 일이다.
전성기에는 점포가 무려 1,000개가 넘으며 문전성시를 이루었던 대봉동 방천시장은 도시개발과 함께 대형마트와 백화점에 밀려 다른 재래시장들처럼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방천시장 일원을 되살리려는 예술 프로젝트인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와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침체된 시장은 활기를 되찾게 된다.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의 일부였던 김광석길은 벽화가 추가로 그려지고 공연장과 조형물이 설치되었으며, 카페와 맛집도 여럿 들어서는 등 지금은 주말마다 수천 명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지역의 명소로 탈바꿈했다.
흔히 김광석거리 혹은 김광석길이라 불리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의 태동을 알고자 한다면 방천시장 이야기를 하지 않을수 없다. 故 김광석이 태어나 다섯 살 되던 해까지 살았다는 중구 대봉동에는 해방이후 만주와 일본 등지에서 돌아온 피난민들이 호구지책으로 이것저것 물건을 팔기 시작했고 이것이 방천시장의 시초가 되었다.
노랫말이 깃든 벽화
김광석길의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들은 하나하나 그 의미를 되새겨봄직한 의미를 담고 있다. ‘흐린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와 ‘바람이 불어오는 곳’처럼 김광석의 노래를 고스란히 그림으로 옮긴 벽화가 있는가 하면 ‘로맨스’라는 제목의 벽화는 그의 유작이었던 앨범 ‘인생이야기’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그 거리에 김광석의 노래가 울려 퍼지다
김광석길에서는 수시로 거리 공연이 열리고는 한다. 기타와 작은 앰프 하나를 들고 찾아와 ‘거리에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의 그리운 노래를 들려주는 버스커(busker)들. 이 거리의 뮤지션들은 마치 김광석이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도록 만든다.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
명품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을 걷다
백두대간의 깊은 산골에서 넘쳐나는 왕피천 맑은 물에는 수달과 연어, 은어가 헤엄치며 노니는 천혜의 땅 울진. 소광리 심심산골에 숨겨진 금강소나무숲으로 들어가 보자.
흔히 '보부상 십이령 옛길' 이라 불리는 옛길의 정식 명칭은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이다. 뒤이어 2011년 9월 부터 시범운영 되고 있는 18.7km 길이의 3구간은거리만으로는 1구간보다 길지만 걷기에는 훨씬 수월한 편이다. 그러나 걷는 재미로 따지면 1구간이 앞선다. 금강소나무
숲길 1구간이 옛길 체험에 중점을 둔 반면 3구간은 오로지 금강송만으로 이루어진 금강소나무숲길을 걷기 때문이다.
두천리 내성행상불망비
1구간 입구에 보부상의 흔적이 남아있다. 비각 아래 모셔진 내성행상불망비(乃城行商不忘碑)가 그것. 돌이 아닌 쇠로 만들어진 두개의 철비는 조선말인 1890년 십이령을 넘던 보부상들이 우두머리인 접장 정한조 그리고 반수 권재만의 공을 기리고자 세웠다고 한다.
천연기념물 산양 서식지
첫 번째 고개인 바릿재를 넘으면 곧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와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을 따라 이어지는 날카로운 바위 절벽은 천연기념물 산양이 오가는 길목이다. 동행한 숲해설사로부터 산양을 발견한 이야기를 비롯해 조록싸리, 작살나무, 굴참나무 등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나무에 관한 설명을 듣다보면 어느덧 찬물내기에 다다른다.
무사안녕을 기원하던 샛재 성황당
찬물내기까지 왔다면 코스의 절반은 마친 셈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샛재와 너삼밭재 그리고 너불한재까지 모두 3곳의 큰 고개를 넘어야 목적지인 소광2리에 닿을 수 있다. 샛재를 넘으면 성황당과 함께 문화재보수용 나무로 지정 되어 노랗게 페인트칠을 한 금강 소나무가 눈에 띈다. 샛재 성황당은 보부상들이 무사안녕을 기원하던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