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우리는 점차 전통을 잊고 뿌리를 잊으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에게 뿌리가 있기에 그것이 자라나 가지를 칠 수 있는 것임에도 말이다. 여기 누구보다도 우리 전통의 소중함을 알고, 또 그 뿌리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가 있다. 한국의 춤을 사랑하고 전통의 중요성을 알리는 김규미 송신무용단 단장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송신무용단

  2010년도 2월 창단, 신장 1동에서 처음 시작한 송신무용단은 올해로 5년째이지만 벌써부터 수상 경력과 해외 공연경력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송신무용단의 김규미 단장은 어릴 적부터 한국무용에 관심이 많았지만 집안 형편상 춤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해 자식을 낳고, 이렇듯 본인보다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에 충실하다 불현듯 잊고 있던 춤에 대한 열망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예전에 알고 있던 스승님을 찾아가 춤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어요. 이후 서울에서 주로 활동하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인 평택시 에는 정작 전통예술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송신무용단을 시작하게 됐어요.”

  서예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남다른 예술적 기질과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난 그. 예술에 대한 열망은 그를 다시금 무용으로 인도했고, 안성에서 태평무를 공부하던 중 그는 평택에 작게나마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송신무용단을 창단한 그해 10월 처음으로 대회에 나가 상을 타게 됐어요. 무용단 창단 이후 처음으로 탄 상이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요. ”

  이후 2011년도에 경기도 대회에 시를 대표해서 출전하기도 했다. 이것이 그가 본격적으로 무용단을 꾸려나가게 된 계기가 됐다.

  올해 초에는 추계예술대학 콩쿠르에 나가며 독무 부문 대상, 군무 부문 특상을 수상 했으며, 지난 6월 동춘서커스단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송신무용단은 정말 뛰어나고 총망 받는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이겠구나 싶겠지만 송신무용단의 단원들은 모두 60대~70대 사이이다. 대략 40여 명 정도 되는 단원들 모두가 그렇다. 단원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라는 존재를 잊고 살았던 그들은 송신무용단을 통해 자신을 찾고 삶의 희망을 얻는다. 김규미 단장이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이들에게 또 하나의 숙제가 남겨져 있다. 천안에서 열리는 흥타령 축제에 출전해 입상을 목표로 연습에 매진중이다. 실버부만 55개 팀이 출전하는 전국 규모의 경연 대회이다.

   “책임감이 막중해요. 그래서 모두들 열심히 연습 중입니다. 단장인 저로서는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단원들이 이곳에서 춤에 열정을 쏟으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낍니다.”

 춤에 대한 열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태평무는 왕실의 번영과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기 위하여 추는 창작무용으로 20세기 초 한성준 선생이 무대공연작품으로 완성 하였다.

   이후 한성준의 손녀 한영숙이 전승한 한영숙류가 있고 안성 출신의 태평무 기능 소유자인 강선영류가 다르게 전승되고 있다. 그리고 김인호 선생에게 전수받은 화성 재인청 출신의 이동안류가 있는데 김규미 단장은 이 세 가지 태평무를 모두 배워 모두 출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무용수이다.

   “아마도 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이 세가지 태평무를 출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저 스스로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이렇듯 춤에 대한 열정이 항상 가득한 그가 제1회 대한민국 한국무용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것이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승무’이다. 한 번 공연하는데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 된다. 에너지 소모가 상당할 텐데도 그는 승무를 추는 그 시간 동안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한 번은 그의 ‘자즌디딤’ 정기공연을 보고 매료된 관객이 평택의 춤꾼이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 안동에 있는 예술가로부터 연락이 왔었다고 한다. 그 전화는 바로 기타와의 콜라보 공연 제안이었다. 그는 가야금, 해금과 함께 공연 해본적은 있어도 통기타와는 해본적은 없었기에 조금 걱정 했지만 특유의 모험심으로 흔쾌히 승낙. 대구에 내려가 천승현 기타리스트와 함께 콜라보 공연을 가졌다. 그는 관객들에게 서양의 악기인 기타와 한국 전통 무용의 완벽한 콜라보 공연으로 이색적이면서 깊은,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저에게도 잊지 못할 색다른 체험이었어요. 그날 공연 이후 함께 하자는 요청에 다시금 콜라보 공연을 기획 중에 있어요.”

  전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에게서 춤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삶에 대한 열정까지도 엿보인다.

 
 

   뿌리의 중요성
  “한 번은 어린아이들이 무대위에서 요즘 가장 유행한다는 춤을 추면서 장기자랑하는 것을 보았어요. 요즘 한류도 좋고 k-pop도 좋지만 뿌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뿌리가 없다면 가지도 없는 것이니까요. 그 친구들이 전통무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춤의 깊이도 다르고 만족감도 두 배가 될 텐데...”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있어 인성의 부재가 가장 안타깝다는 그는 그 인성을 전통과 민족의 뿌리에서 찾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전통이 왜 필요한지 왜 있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고 왜 배워야 하는지를 인지시 켜주고 싶어요. 그 필요성을 본인이 찾게 끔 만들어 주는 것이 현시대에 가장 필요한 인성교육일 것 같아요.”

  그는 송신무용단을 통해 어르신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 다면 앞으로는 어린아이들에게 전통을 알려주고 그 속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근본적이고 참된 인성에 대해 교육하고 싶다고 전한다.

  “인생에 있어 공부는 끝이 없다고 생각 해요. 단원들을 보면서 항상 느끼고 배우죠. 누구에게나 열정만 있다면 그것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지길이라는 것을요. 그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요. ”

   배움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있는 그는 평택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 취득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항상 나누고 소통하는 삶. 전통을 사랑하지만 그것을 혼자가 아닌 다른이들에게 알려주고 베풀어주는 삶을 지향하는 그의 모습은 가을의 햇빛보다 더 빛난다.

프로필
 2013 대한민국 한국무용 경기승무 대상 수상
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살풀이춤 이수자
현, 사)한국국악협회 평택지부 무용분과장
현, 사)천지전통예술진흥회 이사
현, 국민생활체육 평택전통무용연합회 회장
현, 송신무용단 단장
현, 사)박병천류 진도북춤보존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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