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등 일곱 산들이 군락을 이룬 풍경이 마치 유럽의 알프스산맥을 보는 듯 아름답다는 영남알프스. 그 산세도 만만치 않아 영남알프스를 종주해 정복하려면 꼬박 2박3일이 걸릴 정도다. 그러나 굳이 어려운 산행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 울주, 청도와 양산 네 고장에는 보고 즐겨야 할 것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산업도시의 타이틀에 가려진 비경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는 폭포

  울산광역시는 바닷가를 면하고 있는 도시이지만 동시 에 영남알프스를 구성하고 있는 신불산이라는 명산을 품 고 있는 고장이기도 하다. 바로 이 신불산의 깊은 산골에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이 있다. 휴양림에는 산림문화휴양 관, 숲속의 집, 야영장, 오토캠프장 등 다양한 종류의 숙박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영남알프스 자락 여행의 베이스 캠 프로 삼아도 좋다.

  신불산폭포자연휴양림은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백 련계곡을 끼고 있으며 박달나무, 서어나무, 들메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백련천은 상단지구와 하단지구의 중간지점에 파 래소폭포라는 절경을 부려 놓았다.

  특히 파래소폭포까지 이어지는 1km 남짓의 숲 체험 코 스는 주변 경관이 매우 훌륭하다. 폭포까지의 거리는 상 단지구에서 출발하면 1km, 하단지구에서는 1.3km 정도이 다. 파래소폭포는 소의 둘레가 무려 100미터나 될 정도로 크다. 높이 15미터에서 쏟아지는 폭포수의 우레와 같은 소 리가 귓전을 때린다. 고운 옥빛으로 빛나는 소의 중심부는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깊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천년고찰 석남사계곡에서 쉬어가다

가지산 자락에 들어앉은 신라시대 고찰 석남사는 가지산 의 다른 이름인 ‘석안산’ 남쪽에 있다하여 석남사(石南寺) 라고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통일신라의 도의국 사가 창건한 사찰로 알려졌으며, 청도 운문사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주로 비구니들이 기거하면서 수도를 하는 비구니 사 찰이기도 하다. 경내가 매우 산뜻하게 정돈되었다고 느껴지 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인 듯하다. 보물로 지정된 도의국사 부 도와 석가사리탑, 3층 석탑, 석남사 수조 등 귀중한 문화재들 이 많다. 석남사 역시 영남알프스 자락에 숨은 고찰인 만큼 일주문에서 시작되는 계곡미가 빼어나다. 한여름이 아니어도 암반을 타고 흐르는 맑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한낮의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꽃처럼 아름다운 절집과 이국적 풍경
꽃보다 아름다운 사찰, 운문사

청도에서 가장 유명한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감(청도반시와 감와인), 소싸움 그리고 운문사일 것이다. 청도에 다녀가면서 운문사에 가지 않는다면 오지 않은 것만 못하다. 청도읍 북동쪽에 위치한 운문호에서 69번 지방도를 따라 울주와 언양 방면으로 향하면 비구니사찰 운문사로 갈 수 있다. 호거산 자락에 위치하는 운문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고려의 태조인 왕건이 운문선사(雲門禪寺)라는 현판을 하사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름다운 절집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긴긴 담벼락을 따라 걷다가 범종각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기이한 소나무 한그루가 앞을 막아선다. 부처님께 절하듯 납작 엎드린 소나무는 이름도 처진 소나무다. 나무 전체가 이렇듯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한다.
소나무 왼편으로 커다란 만세루가 보이고, 뒤편에는 대웅보전이 그 넉넉한 풍채를 드러낸다. 경내에는 대웅보전을 비롯해 만세루,선열당, 삼장원 등 규모 큰 건물들이 꽤 여러 채 있다. 그러나 운문사의 첫인상은 압도적이라기보다 아기자기하고 친근한 느낌에 가깝다. 작은 전각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만세루 앞은 마치 잘 꾸며진 정원 같다.

 
 
 
 
프로방스 포토랜드,프랑스 남부지방의 풍경

  프로방스 포토랜드는 청도읍에서 약 20여 분 거리 떨어진 25번국도변 용암온천지구 부근에 위치 하는 작은 테마파크 같은 곳이다. 프로방스라는 이름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에 등장하는 옛 프랑스 남부지방의 지명에서 가져왔다.
  담쟁이덩굴이 칭칭 감아 올라간 하얀 벽면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환한 주황색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 지중해풍이라 부르는 건축양식과 비슷한 모양새 덕분에 마치 영남알프스 산자락에 이국의 풍경을 가져다 놓은 듯 아름답다. 덕분에 청도는 물론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한켠에 늘어선 벤치와 옛 철길 위 객차 한 량이 운치를 더한다. 먹거리만 있는 레스토랑이 었다면 이처럼 유명세를 타지는 못했을 것이다

 
 
 
 
홍매화의 추억 깃든 고차로가 배나무골
영축산 자락의 명찰에서 산책하다

고대 인도 마갈타국에서 부처님이 불법을 말씀하시던 바로 그 산을 꼭 빼닮은 경남 양산의 영축산 자락에서도 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 역시 영남알프스의 일원으로 가지산도립공원에 소속돼 있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I.C에서 불과 10여 분 거리에는 통도사의 관문인 영축산문(靈鷲山門)이 우뚝 버티고 있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년인 646년에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고찰이다. 통도사가 아름다운 까닭은 고색창연한 전각들이 있기 때문이다. 칠이 다 벗겨진 극락보전 단청 아래 두 그루 매화나무는 빨갛게 홍매화를 피웠던 그 자리에서 객을 맞이한다.
  단순히 역사로만 따지고 들면 우리나라에 고찰이나 명찰이라고 할 만한 사찰은 아주 많다. 그러나 통도사에는 다른 절과는 차별되는 매우 특별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법당을 중심으로 3개의 가람이 하나로 합쳐진 모양새를 하고 있어서 전각의 수가 매우 많고 그 규모 또한 크다. 3개의 가람은 각각 상노전, 중노전 그리고 하노전으로 부르며 그중 상노전에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이 위치한다. 대웅전에는 불상을 모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통도사에서는 금강계단이 불상을 대신한다.

 
 
 
 

 

야생 배나무가 많다던 배나무골
  과거 계곡을 따라 야생 배나무가 많이 자란다하여 이천동(梨川洞)이라 불렸던 이곳은 부산 사람들이 마실 삼아 즐겨찾는 경상남도의 양평 같은 곳이다. 영남알프스의 깊은 골짝마다 흐르는 맑은 물이 모두 모여 이룬 배내천과 단장천 주변에 형성된 계곡은 하천을 따라 폭이 넓어지다가 다시 좁아지기를 반복하며 다채로운 풍경을 빚어 놓았다.
  밀양댐 건설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이 되면서 자연발생 유원지 지정 해제와 더불어 물놀이와 취사행위는 금지되었지만 곳곳에 형성된 숲과 계곡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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