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서남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이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바다 갈라짐 현상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많다. 흔히‘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 부르는 이 현상 덕분에 하루 두세 차례 짧게는 수십 분에서 길게는 수 시간 이상 뭍과 섬 혹은 섬과 섬을 연결하는 물길이 열린다. 낭만의 여름 바다에 신비감을 더하는 바다 갈라짐의 현장을 소개한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을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절과 여건에 따라 물길이 아예 열리지 않는 날이 있으므로 해당 섬을 방문하기 전에 반드시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www.khoa.go.kr)에서 물때를 확인하길 권한다. 명칭에 별표(*)를 표기한 곳은 국립해양조사원에서 물때표를 제공하는 섬이다.

 
 
   통영 소매물도

  통영에서 뱃길로 1시간여 남쪽으로 향하면 면면이 수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도 으뜸으로 쳐주는 통영 소매물도에 다다르게 된다. 선착장 앞 가파른 경사를 따라 들어선 마을을 통과해 섬 정상 망태봉을 넘어가야 등대섬을 볼 수 있다. 망태봉 인근 옛 레이더기지 건물을 통과하면 마침내 소매물도 등대섬이 지금껏 숨겨놓았던 자태를 드러낸다. 관광객들은 연신 탄성을 질러대며 사진 찍기에 여념 없다. 눈부신 여름날의 햇살과 해무가 감싸고 있는 환상의 섬은 정녕 현실의 풍경이 아닌 것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타조알 만한 몽돌을 징검다리처럼 밟아가며 열목개를 건너 등대섬으로 들어서면 ‘갈지 자’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등대섬 정상인 등대까지 인도한다. 등대섬은 야생화 천국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섬 곳곳에 노란 원추리와 주홍빛 나리꽃이 만발한다.

  탐방로 끝에 자리한 등대로 올라서면 등대섬의 어미섬인 소매물도와 그 뒤로 가장 큰 매물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병풍바위와 촛대바위, 글씽이굴 등 해식애가 발달된 섬 주변으로 여유도와 오륙도 등 기기묘묘한 무인도들이 둘러싸고 있다.

 
 
  안산 누에섬등대전망대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위치한 탄도항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서해안의 떠오르는 일몰 명소이다. 탄도항 바로 옆에 위치한 누에 섬 등대전망대 덕분이다. 한 번에 약 4시간, 간조 때 하루 두 차례 섬까지 이어지는 길이 열리는 누에섬은 일몰 명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해질녘에 가장 드라마틱한 광경을 보여준다. 하늘과 갯벌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태양을 향해 줄지어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과 섬, 등대 전망대가 얽혀 빚어내는 풍경은 사진가들을 불러 모을 정도. 등대전 망대에서 누에섬의 자연환경에 대한 설명과 등대의 역할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3층에는 누에섬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마련돼 있다.

 
 
  인천 실미도

  인천 앞바다에는 가깝고도 먼 섬들이 숱하게 많다. 동명 영화의 무대였던 실미도 역시 그런 섬들 중 하나. 실미도에 가려면 우선 영종대교나 인천 대교를 통해 영종도로 들어온 뒤 다시 잠진도를 찾아야 한다. 영종도 남서 쪽에 위치한 잠진도 선착장에서 무의도행 배를 타야 하기 때문. 매시 15분과 45분에 출발하는 배에 오르면 짧지만 섬여행의 낭만을 맛볼 수 있다. 차를 싣고 오지 않았다면 무의도항에서 버스를 타고 실미해수욕장까지 이동 하면 된다. 실미도의 어미섬인 무의도는 영화 <실미도>와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로 잘 알려진 곳. 실미도로 가는 바닷길은 하루 두세 차례 열린다.

 
 
  태안 안면도 할미할아비바위

  꽃지해변은 서해안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안면도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명소로 유명하다. 바로 이 꽃지해변 북쪽 끝자락에 나란히 자리 잡은 두 개의 바위섬은 꽃지해변을 최고의 낙조 감상 포인트로 만들어 주었다. 평일에도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이곳의 일몰을 담으려고 진을 치고 기다릴 정도. 할미할아비바위 역시 적어도 하루 한두 차례는 물길이 열리며 방문객들의 입도를 허한다. 깎아지른 듯한 바위섬에 매달린 낙랑장송은 서해 특유의 고즈넉하고 소박한 풍경에 방점을 찍으며 감동을 선사한다.

  안면도에는 모세의 신비를 볼 수 있는 장소가 또 한 곳 있다. 섬 동쪽 해안에 위치한 안면암은 암자 자체보다 바다를 향해 난 부잔교 때문에 유명해졌다. 천수만을 굽어보고 있는 암자 앞바다에는 여우섬이라는 이름의 무인도가 둥실 떠 있는데 간조 때 부잔교를 통해 걸어 갈 수 있다. 여우섬 역시 할미할아버지처럼 두 섬이 나란한 형제섬이다.

 
 
   서산 간월암

  서산A방조제 북쪽 끝자락의 작은 암자. 태조 이성계의 왕사(王師)였던 무학대사가 조선 초에 창건했다고 알려진 암자로 썰물 때는 걸어서 들어갈 수 있지만 밀물 때는 줄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간월암(看月庵)이라는 편액이 걸린 법당 옆에는 커다란 팽나무 한 그루가 우람한 풍모를 과시하며 서 있는데 수령이 무려 45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창원 동섬

  창원시 진해구 명동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창원해양공원이 위치한 바닷가 동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일대는 명동왜성, 웅천왜성, 웅천읍성 등 숨은 유적과 볼거리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그 볼거리 중 하나가 바로 창원해양공원 입구에서 멀지 않은 동섬의 바닷길이다. 동섬은 해양공원이 조성된 음지도에 비하면 매우 작은 무인도에 불과하지만 섬 둘레를 연결하는 탐방로가 말끔하게 조성돼 있어 점차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만 한 달 중 며칠은 물길이 아예 열리지 않는 날이 있으므로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 (www.khoa.go.kr)에서 물때를 반드시 확인하고 방문하길 권한다.

 
 
  옹진군 선재도 목섬

  수도권 시민들의 단골 나들이 장소인 안산 대부도 서쪽에는 선재도와 영흥도가 연육교로 연결돼 있다. 선재대교를 건너면 바로 선재도에 닿게 되는데 이 섬 초입에 목섬이라는 작은 섬 안의 섬이 있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바닷길이 열려 섬까지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목섬은 보통의 섬들과 달리 밀물 때 하루 두 차례 2~3시간 정도 섬으로 가는 길이 잠깐 닫히고 나머지 시간은 내내 열려 있다. 갯벌로 둘러싸인 목 섬은 간조 때 물이 빠지면 섬까지 이어지는 길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 선 재대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 하면 다리 밑에 주차할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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