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의 고장 진도에서 뱃길로 1시간여 흘러가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들 중 하나로 꼽히는 관매도에 닿게 된다. 2km에 달하는 고즈적한 해변과 곰솔숲에서 산책하고, 방아섬과 꽁돌, 하늘다리 등 기이하고 아름다운 관매8경을 만나보자.
 
 
STEP1 짙은 해무가 그려내는 몽환적 풍경

  짙은 바다 안개는 여객선에는 위협이지만 철없는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안개가 연출하는 몽환적 풍경이 신비로울 따름이다. 유려한 옥빛 한지(韓紙) 위에 어부를 태운 조각배 한 점이 홀연히 나타다 작은 파고를 일으킨다. 해무 속에 은닉한 배들은 마치 유령선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안개는 배와 섬에 스며들어 그것들의 형체를 감추었다가 토해내고 때로는 섬과 섬 사이를 강물처럼 흐르며 수묵화 속의 진경을 그려 보인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 일엽편주(一葉片舟) 같은 철부선에 몸을 맡긴 채 떠내려가기를 2시간 여…. “잠시 후 관매도에 도착합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무뎌진 현실감각을 일깨운다. 멀지 않은 곳에 관매도가 보이고 관매팔경의 1경에 해당하는 관매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울창한 해송숲을 등지고 있는 길이 2km의 해변 은 한여름에도 한적한 편이어서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알맞다.

 
 
새떼처럼 흩뿌려진 섬들의 군락 속으로

  임진왜란 7년 전쟁에서 가장 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내었던 명량해전의 전장(戰場)인 울돌목. 그 해협을 가로지르는 진도대교를 건너 진도의 서남쪽 끝자락 진도항으로 달린다. 이곳에서 다시 1시간 여 배를 타야 닿을 수 있는 아득한 섬나라 관매도. 조선시대 제주로 귀양 가던 선비가 해변에 매화가 무성하게 핀 것을 보고 매화도라 불렀고 훗날 ‘매화를 본다’는 뜻의 관매도(觀梅島)로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관매도는 진도 앞바다에 흩뿌려진 섬들의 군락인 조도군도에 속하는 섬이다. 그 모양이 마치 ‘새떼‘ 같다 하여 조도(鳥道)라 불리는 어미섬 주변에는 관매도를 비롯해 장죽도, 나배도, 관사도, 대마도 등 그림 같은 섬들이 숨겨져 있다.

  진도항을 출발한 카페리가 바다로 나서자 해무에 몸을 감췄던 조도군도의 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관매도로 떠나는 카페리를 타는 일 자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을 구경하는 일종의 유람 같은 것이다. 배시간이 맞지 않아 관매도로 질러가는 직항을 타지 못했다 하더라도 불평할 필요는 없 다. 조도를 비롯해 관사도, 대마도 등지를 거쳐 관매도로 가노라면 조도군도의 크고 작은 섬들을 둘러볼 수 있다.

 
 
품이 깊은 곰솔숲과 관매해변

  관매해수욕장은 백사장 표층이 매우 단단한 편이어서 경운기는 물론 1톤 트럭이 드나들어도 될 정도다. 이곳 주민들은 바지락, 모시, 동죽 따위의 갯것을 채취한 뒤 귀가할 때 경운기를 타고 이 해변을 지나다니 고는 한다.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방풍림은 곰솔이 모여 숲을 이룬 것이다. 곰솔은 보통 소나무와 달리 겉껍질이 검고 마치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는 점이 특징. 이 곰솔숲은 그 품이 깊을 뿐 아니라 나무 데크와 개수대, 화장실 등 야영하기 좋은 편의시설을 갖추어 캠퍼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장소다.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사계절 야영을 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관매해수욕장 끝자락에는 지질학 서적에서 등장할 법한 층암절벽이 바다를 향해 뻗어있는데 간조때 물 이 완전히 빠지면 절벽의 하부까지 맨살을 드러내며 장관을 연출한다. 관매도는 이처럼 해안선을 따라 해 식애가 발달해 있는데 방아섬, 돌묘와 꽁돌, 하늘다리 등 기이하고 아름다운 관매팔경은 서남해 최고의 절 경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관매팔경을 제대로 보려면 고깃배를 빌려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아야 하지만 관매팔경의 핵심경관으로 꼽히는 관매해변과 돌묘, 꽁돌 그리고 하늘다리 정도는 배를 빌리지 않아도 걸어서 돌아 볼 수 있다.

 
 
  아찔한 벼랑에 올라앉은 하늘다리

  동해안 어드메라 해도 믿을 법한 선 굵은 해안절경을 감상하며 잘 정비된 탐방로를 따라 걸어가면 금세 꽁돌 앞에 다다 르게 된다.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꽁돌은 옥황상제가 애지중지하던 물건이었는데 옥황상제의 두 왕자가 실수로 이 꽁돌을 지상에 떨어뜨렸다고 한다. 실제로 꽁돌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쪽에 손바닥 모양과 흡사한 자국이 찍혀있어 옛날이야기가 더 그럴싸하게 들린다.

  꽁돌이 올라앉은 반석은 초등학교 운동장만큼 넓게 느껴진다. 갯바위 틈마다 무언가 꼬물꼬물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가까이 다가가면 짙은 갈색 혹은 붉은 빛깔을 띤 꼬마게들이 ‘후다닥’ 단거리 경주를 하듯 도망치는 모양이 귀엽다.

  여기서 하늘다리까지는 불과 1km 남짓. 경사가 제법 가파른 구간도 있지만 아이들도 따라 올 수 있는 쉬운 길이다. 땀이 제법 흐르기 시작할 즈음 홀로 위태로이 파도와 맞서고 있는 등대가 보인다면 하늘다리가 지척에 있다는 뜻이다. 칼로 베어내듯 매끈하게 갈라진 벼랑 위에 얹어놓은 하늘다리 주변 풍경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게다가 서늘한 바람마저 불어와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과연 관매팔경의 으뜸이라 칭송 받아 마땅한 절경 이다.

 
 
STEP2  꽁돌과 하늘다리 보러가는 마실길

  선착장을 기준으로 동쪽에는 관매해변이 자리 잡고 있으며 관호마을이 있는 서편에는 돌담길을 지나 꽁돌과 하늘다리로 이어지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선착장에서 관호마을까지는 약 700미터 거리. 관호마을 가는 길목에는 섬 특산물인 톳을 널어 말리는 풍경이 흔하다.

  안내 팻말을 따라 골목으로 접어들면 마을 뒤편 언덕으로 오를 수 있다. 관매도 마실길의 일부인 이 골목길에서 하늘다리, 매화 등 아기자기한 벽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골목에는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식수로 사용하는 뫼둑샘이라는 우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말의 잔등 같은 언덕에 오르면 ‘우실’이라 불리는 전통 돌담이 가로 놓여있다. 우실은 강한 바람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우실 뒤편으로 파란 바다가 액자 속 그림처럼 펼쳐지고, 오른편 돌출된 암반지대 위에 원형의 커다란 돌이 보인다. 누 군가 일부러 그곳에 떨어뜨려 놓은 듯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독특한 풍경이다.

 
 
STEP3 섬 구석구석 둘러보는 마실길

  관매도 곳곳을 연결하는 모든 길은 ‘관매도 마실길’이라 이름 붙여진 트레킹 코스다. 대부분 2~3km 안팎이므로 걷기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섬에 들어온 외지인들이 가장 즐겨찾는 길은 역시 관호마을을 거쳐 꽁돌과 돌묘를 지나 하늘다리까지 다녀오는 코스. 선착장에서 관호마을까지 0.7km, 관호마을에서 꽁돌까지 0.6km, 꽁돌에서 하늘다리까지 1km 거리이다.

 
 
 STEP4 관매해변의 황금빛 낙조

  관매해변의 낙조는 반드시 보아야 한다. 수많은 섬들의 군락 너머로 해가 떨어지고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관매해수욕장의 황혼은 뭍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관이다.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면 해변 동쪽 끝에 마치 성곽처럼 길게 늘어선 층암절벽까지 다녀오는 것도 좋다.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서 절벽이 매우 입체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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