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은 너른 평야와 바다가 있어서 무속신앙의 발달과 함께 웃다리 농악의 중심지로 자리했다. 웃다리농악이 우리 시의 문화 자산이 된 이유이다.

  오는 26일 오후 4시 ‘지영희 국악관’ 개관식이 소리터에서 경기관광공사 주관으로 있다고 한다.

  1909년 포승면 내기리 무속 인 가문에서 태어난 지영희 선생은 결혼 직후 가출해 평택, 진위, 안성 등을 중심으로 발달한 남사 당패의 치배(악기를 치는 사람)로 활동하면서 풍물, 덜미 등 남사당의 여섯 마당 연희 종목을 익혔다.

  전통음악의 채보와 기보를 중요하게 생각한 지영희 선생은, 정간보로 되어있는 국악을 서양의 오선보로 옮기는 일을 해 국악교육을 체계화시켰다.

  국악 연주를 악보를 통해하도록 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악의 즉흥성과 창의성을 저해하는 단초가 되었다는 평도 있지만 국악을 시대적 흐름에 맞게 개량 하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게 한 데는 지영희 선생의 업적이 매우 크다.

  해방 후 서양음악이 물밀듯 밀려오면서 개인 연주 및 반주에만 머물렀던 우리 국악의 존재에 큰 위협이 오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낀 그는 1965년 우리나라 최초의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을 창단과 함께 초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이 과정을 통해 국악 연주의 새로운 편제가 만들어지고, 국악기 개량을 관현악 연주에 맞게 개량하는 등 국악 현대화의 단초가 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무속음악 가문에서 태어난 지 선생의 음악적 원천이 무속음악이기 때문에 지금도 서울 굿, 수원 굿 등 수도권역의 굿음악에 있어서 선생의 음악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이 또한 해금산조와 피리 시나위 명인으로, 1973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으나 한국국악협회와의 오랜 갈등으로 말년에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며 무형문화재를 반납하고 1979년 이국땅에 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이렇듯 우리나라 국악계의 큰 업적을 남긴 선각자 지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해 평택시는 지난 2011년 11월 평택호 관광단지 내에 한국소리터의 주공연장을 “지영희 홀”이라고 명명하였고 민간 차원에서는 평 택문화원과 지 선생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일정액의 자본금을 만들어 2010년 11월 27일 민간주도의 (사)지영희 기념사업회를 발족시켰다.

  이듬해부터 해마다 평택시에서 기념사업회에 사업비를 보조 해주면서 선양 사업의 활성화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출범 당시 취지와 달리 사업회는 외부 인사가 회장을 맡으며 평택시에서 주는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사무국을 서울에 두고, 평택에선 의례적인 공연만 몇 차례 했을 뿐, 지영희 선생 악보 발간사업과 같은 선생의 삶과 예술세계를 재조명 하고 전승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2013년 10월에 서울의 국립 극장에서 있었던 ‘대한민국 국악 관현악단 창립 50주년 기념 연주회’에서는 시 소유 버스를 이용해서 관내 단체에 무료로 공연 관람을 시켜주며 선거법 저촉에 관한 문제를 일으켰으며 올 4월 18일에는 ‘하와이 무량사 개산 40주년 추모음악회’에 평택시의 예산을 쓰면서 평택시장과 시의 장을 초청, 일주일가량 시정 공백 상태를 만들기도 했다.

사업회는 유족과 협의 없이 지 선생의 무형문화재 복원과 하와이에 있는 묘소 이전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하였으나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업회의 중심 사업인 ‘지영희전국국악경연대회’도 경연의 공정성에 국악계의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초대 최종실 회장이 제자와의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 사직하고 후임으로 선출된 박범훈 회장도 전 정권에서의 비리로 구속 수감돼 현재 회장이 공석 상태에 있으나 박 회장이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새 회장을 선출하기도 힘든 상태다.

  평택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23억 원의 국비를 확보하여 경기관광공사와 평택-아산 창조관광 활성화 사업 계약을 맺고 평택호 관광단지와 한국소리터를 평택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로 만들 계획이었다.

  경기관광공사는 ‘평택호 소리길 투어’라는 프로그램으로 주변에 ‘소리 의자’와 ‘지영희 국악관’
설치로 각종 공연, 체험, 교육, 투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활용해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시는 유족들이 기증한 유물 중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높은 상당수의 유물을 문화재 등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며, 향후 유물 매입과 유물 확보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평택시는 2014 년 12월 ‘한국소리터’ 운영 수탁공모를 통해 평택문화원을 2015년에서 2016년까지 2년간 수탁기관으로 선정, 한국소리터와 지영희 홀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평택시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며 사업을 진행 중에 있지만 뚜렷한 목적과 방향성을 잡지 못해 기념사업회, 관광공사, 문화원이 각각 따로 사업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사업비가 적절히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최근 지역 인물의 선양사업은 어느 정도 과장된 스토리텔링과 교육 그리고 축제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접근한다.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는 1년에 한 번씩 있는 단발성 공연이나 경연 대회를 통해 많은 예산을 집행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긴 안목으로 연차별 사업목표를 정하고 국악교육에도 힘써야 한다. 특히 외부 유명인사나 기관을 통해하는 것보다 지 선생의 유 가족과 함께 우리 지역민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사업의 발전은 물론 시민들에게 폭넓은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악의 우수성과 가치를 계승하며 동시에 평택호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