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폭(酒暴)이라는 말이 새로이 유행되고 있다. 국어사전에 찾아봐도 없는 말이다.
주정, 주정뱅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고 흔히 들어왔던 말이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주폭(酒暴)은 주정이나 주정뱅이의 범위를 벗어나서 술이 취해 이성을 잃고 사람을 마구 때리고 기물을 부수며 심지어는 성폭행에 살인까지 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폭력 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까닭 없이 이웃사람들에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가릴것 없이 마구 행패를 부리며 심지어는 파출소에 잡혀와서까지 경찰관을 때리고 기물을 부수며 난동을 부린다. 이런 주폭(酒暴)들은 대개가 어쩌다 실수로 그러기보다는 상습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의 취중 언행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술 취하면 개’라고 하듯 이성을 갖춘 정상인 취급을 하지 않고 개들이 하는 행동 정도로 여기며 슬슬 피하거나 술이 깨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술이 깨서 정상으로 돌아오면 ‘술이 그랬지 사람이 그랬느냐’ 정도로 취중에 했던 모든 행위를 웃으며 이해해 주는 것이다. 심지어는 파출소에 잡혀가서 행패를 부렸어도 훈방하거나 즉결 재판을 거쳐 벌금정도로 마무리 되는 실정이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불가분의 물질이다. 각종 제사나 잔치에는 반드시 술이 있어야 할 정도로 필수품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기뻐서도 먹고 슬퍼서도 먹고 좋은 일이나 궂은일에 술을 먹게 된다. 술은 화학적으로 알코올 성분의 물질이지만 이것이 인체 내에 들어 가면 혈관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돌며 특히 뇌에 흡수되어 이성을 잃게 만들고 과다하거나 상습적으로 먹다보면 자연 장기에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편, 적당히 먹으면 기분을 고조 시키고 혈액 순환도 돕고 식욕도 돋우는 이점도 있다. 그래서 술은 잘 마시면 약이요, 못 마시면 독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또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어른들부터 술 마시는 예법을 처음부터 올바로 배워서 중독자나 주폭(酒暴)이 되지 말라는 뜻이다. 즉 독이 아니라 약이 되도록 먹으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술 마시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먹고 다음에는 술이 술을 먹고 마지막으로는 술이 사람을 먹는 것이다. 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면 이성을 잃게 되고 주폭(酒暴)이 되거나 사람이 망가지는 것이다. 술은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도 있다. 다만 술을 즐기는 정도나 술 취한 사람들의 행위를 다스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요즘 신문에 우리나라의 음주 실태에 대한 기사가 연일 기재되고 있다. 이제야 술과 주폭(酒暴)에 대한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성이 있는 것 같아 다소 안도감이 든다. 우리나라의 대중 술인 소주의 판매량이 세계 1위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술이 너무도 흔하고 대중화 되어 있다.
도시며 농촌이며 할 것 없이 술집이 없는 곳이 없다. 그리고 술은 술집에서만 파는 게 아니라 각종 음식점, 슈퍼마켓, 포장마차, 열차 등 어디에서나 술을 판다. 또 마시는 계층도 따로 정해진 것도 아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 문제는 주폭(酒暴)의 증가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술을 먹는 행태도 습관하기 달린 것, 주폭(酒暴)이나 주정뱅이가 되는 것도 그렇게 습관이 된 때문이다. 앞으로는 주폭(酒暴)에 대해 엄격한 법적 처벌을 한다고 하니 늦은 감이 있지만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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