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반항 장애 (Oppositional Defiant Disorder)
 
아동기 행동장애는 정신과 진단명으로는 포괄적으로 ‘파괴적 행동장애(disruptive behavior disorder)’라 불리며, 그 안에 적대적 반항장애와 품행장애가 포함됩니다.
부모나 어른에게 반항적인 태도를 일부 보이는 것은 발달과정에서 오는 정상적인 면으로 볼 수 있지만, 품행장애의 진단이 내려지는 경우는 그 정도와 문제행동의 빈도가 심하여 정상발달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적대적 반항장애는 지속적으로 부정적이며,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부모나 선생님과 같은 권위적인 대상에게 적대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권위적 대상이 아닌 또래와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 규범을 심각하게 무시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반항적 태도는 사춘기를 전후한 아이와 청소년 에게서 일반적으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지역조사에서 학령기 아동을 대상으로 할 때 16-22%까지도 발견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정신과 질병의 진단체계인 DSM-IV 진단 기준에 맞춰보면 2-16% 정도가 보고됩니다. 3세경에도 시작된다는 보고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약 8세경부터 시작됩니다. 사춘기 이전에는 남자가 여자보다 많이 진단되지만 사춘기 이후에는 남녀 비율이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아마도 청소년기의 남자가 품행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으로 추측됩니다. 사실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아니다’라는 말을 하며 자기 의지를 주장하는 것은 인간의 발달과정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체성, 자율성, 내적 기분과 자기조절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발달정도나 정신적 성숙도에서 기대하는 바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적대적 태도를 보이고, 권위적 대상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문제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특징적 행동
어른과 자주 말다툼을 하며, 분노조절을 하지 못하고 쉽게 이성을 잃습니다.
화를 자주 내고 짜증을 자주 냅니다. 어른들이 하라는 것이나 부탁을 쉽고 단호하게 거절합니다. 자기가 잘못한 일이면서도 타인을 비난하고 남 탓으로 돌리곤 합니다.
집에서는 거의 예외없이 이런 문제행동이 드러나는데, 흥미로운 것은 학교나 다른 장소에서는 전혀 그런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남들은 전혀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례는 처음부터 집 밖에서 문제가 드러나 병원을 찾아오지만 많은 경우는 처음에는 집에서만 문제가 되다가 나중에서야 집 밖의 공간에서 어른들과 다툼이 생기게 됩니다. 특징적으로 혼자 있을 때보다 친구나 어른들과 상호관계를 맺으면서 다툼과 갈등이 촉발되면서 드러나게 됩니다. 만성적으로 문제행동이 반복되면 결국 대인관계나 학교에서의 수행능력에 장애가 생기게 됩니다. 친구가 거의 없고 대인관계에 문제가 뚜렷하고 만족하기 어려워하게 됩니다. 지능 수준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학교성적은 하위권인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숙제, 과제물, 시험 등에 대해 반항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울하고 자존감이 낮으며, 쉽게 좌절 하고 인내심이 부족하고 분노 폭발이 잦습니다. 청소년기가 되면 음주 문제가 발생하거나 간혹 범법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2. 진단 과정에서 감별점
 사실 이런 종류의 반항적 태도는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 특정한 시기에는 정상적일 수 있고, 환경에 적응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사춘기나 아동기의 이런 정상적인 반항적 태도와 적대적 반항 장애는 세심한 구별이 필요합니다.
발달적으로 적절한 반항적 행동은 적대적 반항 장애보다 문제 행동을 보이는 시기가 짧고, 빈도가 적고 행동의 심각성도 크지 않습니다. 한편 환경적 변화나 급격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 생긴 적응 장애나 일시적인 스트레스 반응의 일환으로 문제행동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소아의 경우에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학습능력이나 인지기능의 장애(정신지체를 포함)의 일환으로 적대적 행동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만일 이런 문제가 발견되고 이와 동반하여 적대적 행동이 반복적이고 심각하게 보인다면 두 진단을 동시에 내릴 수도 있습니다.
일부의 아동은 나중에 품행장애로 진단할만큼 문제행동이 발전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아동이 그런 것은 아닙니 다. 몇 년이 지나면 25% 정도의 아동은 적대적 반항장애의 진단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수준으로 좋아지기도 합니다. 품행장애로 발전하는 적대적 반항장애 아동의 특징은 공격성입니다.
자주 싸우고 훔치는 행동을 보입니다. 반면 덜 공격적이고 반사회적 특징이 적은 집단은 나중에 품행장애로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3. 이 아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
적대적 반항 장애로 구분되었던 아이들은 나중에 어떻게 될까요? 문제행동의 심각도와 빈도에 따라 사뭇 다른 길로 가게 됩니다.
1) 지속적으로 적대적이고 반항적인 행동을 보인 경우 이 경우에는 청소년기의 품행장애로 발전하고 나중에 성인이 되고 난 다음에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진단될 수 있습니다. 혹은 조기에 술, 담배, 기타 약물을 남용하거나 의존성을 보일 수 있습니다.
2) 자연경과로 좋아지는 경우 약 4명 중에 한 명은 몇 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문제 행동이 사라지게 되어 더 이상 진단하기 어려운 수준이 됩니다. 즉 사춘기를 다소 심하게 겪고 넘어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부모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대할 수 있는 가정환경이 조성된다면, 아이도 점차 내적 통제능력이 자연히 발달하고 자기 감정을 통제하게 되면서 내면의 성장이 일어나게 되어 좋아집니다. 부모가 반사회적 경향이 있거나 혼돈스러운 가정환경인 경우, 적대적 반항 장애로 진단된 아이들의 경과는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우울증, 지적능력,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술이나 담배문제와 같은 동반된 정신병리 유무와 적절한 가정환경과 부모의 태도 등이 예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겠습니다.
유명한 만화 ‘슬램덩크’ 의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를 시작하기 전까지 좌충우돌의 싸움꾼에 절대 남의 말은 듣지 않는 문제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농구를 시작하면서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고, 예전의 껄렁하던 친구들과 거리를 두게 되고 싸움은 하지 않게 되었 습니다. 강백호의 경우 초기에 보이는 모습은 파괴적인 행동이 주로 있고, 중학교 시절까지는 못말리는 품행장애 환자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보이는 태도는 ‘적대적 반항 장애’에 더 가까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의 문제행동이 지속되지 않고 긍정적인 사회기술로 농구를 접하면서 강백호는 더 이상 파괴적 행동장애의 환자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건강한 청소년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4. 치료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동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치료에 참여해야 합니다.
가족이 아동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평가하고 가족과 아동 사이에 어떤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을 교정하고 부모를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권위적인 대상을 향해 부정적인 태도를 대하는 부분은 지적해서 줄여나가고, 적절한 언행을 사용했을 때에는 좋은 피드백을 줘서 그런 행동과 태도를 강화해나가는 행동요법적 접근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결국 한편으로는 아동의 자존감이 낮고, 발달이 미숙한 면이 있다는 점에서 개인정신치료로 아동의 문제적 갈등과 부모에 대한 무의식적 공격성을 다뤄 올바른 방향으로 발달을 계속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합니다. 치료과정에서 아동은 치료자와의 관계를 통해 갈등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며, 스트레스를 나은 방법으로 해소하는 것, 또 스트레스를 견디는 법, 그리고 꼭 위험하고 공격적인 방법이 아니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점차 안전감과 자기 조절능력이 향상되며 사회적 관계를 맺는 또래들이나 다른 어른들과의 관계도 좋아지게 됩니다. 부모가 지나치게 엄하거나 체벌을 심하게 하는 환경인 경우에는 이 부분에 대한 교정도 함께 진행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제공| 보건복지부/대한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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