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평택대학교 국제교육원장 박기철 교수

매년 3월초에 2주간 개최되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리고 있다. 중국 국가주석인 후진타오를 필두로 9명의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모두 참석하고, 약 3000명의 의원들이 참석한 올해의 회의는 몇 가지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이번 회의를 끝으로 후진타오를 비롯한 제4세대 지도부가 모두 물러난다는 것이다. 이 지도부는 장져민으로부터 권력을 이어 받아 국내적으로 안정을 유지하고 대외적으로는 강한 중국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실제로 후진타오의 10년간 중국은 G2 국가로 성장하였고, 미국에 필적할 수 있는 강대국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둘째는 올해 10월에 있을 제18차 중국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권력승계와 관련하여 내부적인 권력암투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차세대 주자로 가장 주목을 받던 보시라이가 내부적인 문제로 어려운 입장에 놓이게 되고 오히려 광동성의 왕양이 부상하면서 중국 권력내부의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태자당과 공산주의 청년단, 그리고 상해파간의 권력 투쟁이 이번 회의가 끝나면 어느 정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치적인 움직임과 동시에 중국의 올해 경제 및 정책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국무원 총리인 원쟈바오(溫家寶)의 ‘정부공작보고(政府工作報告)’로 시작된 전인대의 첫날 회의장에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작년 같은 기간에 열린 회의에서의 가장 큰 목표가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성장 8%는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작년말에는 9.2%에 달하는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성장률을 포기하고 7.5%로 성장목표를 하향 조정하였다. 그 내면에는 이 회의가 열리기 직전인 2월 중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20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원래 예상했던 53억달러의 6배인 314억 달러로 집계되고 있다.
  중국의 적자폭의 확대는 지금까지의 중국의 정치와 경제제도 전반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으며, 그 내용들이 원쟈바오의 정부공작보고에 담겨져서 발표되었다. 원쟈바오는 지금까지의 중국의 경제성장의 방향과 전략, 심지어는 모델까지도 모두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고속성장과 양적성장을 탈피하고 질적인 성장과 내수 위주의 성장으로 정책을 변화시키겠다는 것이며, 산업구조도 전통적인 ‘굴뚝 산업’에서 첨단 녹색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천명하고 있다. 동시에 정권교체기를 맞이하여 체제불안의 가장 큰 요소인 도시와 농촌, 그리고 빈부격차를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우리와 관련하여서 몇 가지 부분은 참고할 만하다. 
먼저, 태양열 에너지와 풍력에너지 관련 사업은 올해 중국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번 보고에서 이와 관련한 사업을 제한할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며, 동시에 환경오염이나 단순한 가공무역 기업들 역시 중국정부의 제약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 반면 서비스업이나 IT 분야의 기업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정부보고에서 산업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공무역이나 오염 발생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계속할 경우 서부 지역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서부 발전계획이 수립되면서 좀 더 완화된 조건으로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해외에 대한 투자(조추취: 走出去)’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해외자원과 농업, 제조업, 서비스, 플랜트 등에 대해 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하였으며, 중국의 자금이 해외로 진출하는데 따르는 제약을 간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의 기업이나 지방정부가 이 기회에 중국의 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영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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