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요청과 주한미군기지 재배치 전략에 따라 용산미군기지와 경기북부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 2사단 등이 평택으로 대대적인 이동을 한다.
지난 2004년 국회에서 미군기지 평택이전협정 비준안이 가결된 후 2007년 11월경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착공식과 함께 미군기지 이전사업은 시작됐으며 올해로 공사가 시작된 지 6년째 접어들었다.


현재 평택시에 주둔중인 주한미군기지는 K-6(캠프 험프리스), K-55(오산에어베이스)가 있다.
특히 K-55(오산에어베이스)가 자리 잡고 있는 주변지역은 평택시 신장동, 지산동, 송북동, 서정동 등으로 지난 1997년 주한미군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공간을 제공하는 송탄관광특구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는 곳이다.


더욱이 평택 신장동에 위치한 평택중앙시장이 얼마 전 ‘국제관광명소시장’으로 지정되어 송탄관광특구 일대의 상인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상권 및 지역경제 활성화의 꿈을 심어주었다.
여러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지역경제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평택으로 온다는데 눈으로 직접 상황을 봐라. 송탄지역 상인들은 죽어가고 있다.”

평택시 상인들에 대한 미군의 ‘군림’

어느 무더운 여름날 늦은 새벽까지 송탄 K-55 미군기지 주변 음식점을 비롯한 상점에서는 즐거운 음악소리가 퍼져 나왔다. 무대가 한창 무르익은 B클럽의 내부. K-55 미군기지 소속 미군장병 스미스(가명) 일병과 니콜라스(가명) 상병은 무대에서 즐겁게 춤을 추다가 사소한 말다툼을 벌였다. 니콜라스 상병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상대방 코를 주먹으로 가격했고 스미스 일병은 코피가 났다. 순식간에 발생된 사건이었지만 현장에 있는 미군헌병에 의해 사건은 신속히 해결됐다. 그러나 사건을 보고받은 스티븐슨(가명) 헌병대장은 업주에게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B클럽에 대해 12시간 동안 미군 장병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업소출입금지(일명 오프리미트<off-limit>)’를 적용시켰다.


또 다른 S클럽. 클럽에 들어온 제임스(가명)병장이 클럽에서 일하는 여종업원에게 시비를 걸며 종업원을 희롱했다. 마침내 둘은 욕을 하는 과정에서 싸움을 하게 됐다.
결국 평택경찰서 형사과에서 사건을 접수했고 모든 것에 대한 양자 간의 합의가 이뤄져 사건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미 헌병대는 S클럽을 대상으로 사건발생 이튿날 경고장과 동시에 3일간의 업소출입금지<off-limit>를 적용시켰다.
미군측에서는 이 밖에도 기지주변 업소들을 대상으로 ‘업소 내에 가방 반입금지’, ‘21세 미만 미군병사는 미성년자로 간주, 주류 판매는 금지하되 출입은 허용하며 미성년 미군병사에게 술을 판매할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은 업주에게 전가’, ‘업소 내에서 병사들 간의 싸움이 발생하면 업소에 경고나 출입금지 즉시 적용’ 등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있다.

국내법과 맞지 않는 미군측의 ‘원칙없는 월권행위’

현재 신장동 미군기지주변에서 외국인(주한미군)전용업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할 행정관청인 평택시 송탄출장소로부터 인·허가를 취득해 영업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업소에 대한 공공위생 준수사항 및 규범 등을 지키지 못할 시 출장소로부터 지도단속을 받고 있다.


송탄관광특구 내의 상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가입되어 있는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상인 J모씨는 “미군의 사유재산권 침해와 인권침해가 도를 넘어섰다”며 “일방적으로 만들어놓은 자기들의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데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송탄상인들의)상권이 보호되지 못한 시점에서 미군의 대대적인 평택이전이 진행되는 현재와 같은 상황은 (우리에게)기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군측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내부방침에 따라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에 ‘업소출입금지’를 적용시킨다.
이에 대한 업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해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형식적으로 열리는 군기조정위원회에서는 미군측이 주도하는 위원회로 평택시청 관계자는 배제된 채 오로지 ‘업소출입금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업주가 참석해 미군들의 심판결과만을 받게 된다.


더욱이 3개월마다 열리는 오스카회의(평택시관계자와 미군관계자가 함께 참석해 주요 사항에 대한 논의를 진행)에서 조차 수많은 현안들과 함께 논의되는 자리로 업소출입금지에 관한 문제는 핵심쟁점에서 제외되고 출입금지관련내용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짓지 못하고 다음회의(3개월후)로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한국외국인관광시설협회 송탄지부 김동민 위원장은 “주한미군지위협정(이하 SOFA) 제 7조 규정에 의하면 대한민국 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주한미군이 지역 상인들에게만 피해를 주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미군기지 이전에 앞서 상인들의 상권보호를 위해 (평택시가)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들이 만든 규정도 ‘무시(?)’

 
 
지난 1992년 4월경. 당시 권호장 송탄시장과 K-55 미군기지 존 M. 스피겔 사령관과 맺은 ‘기지외 업소를 위한 규범 및 안내서’ 서문에는 ‘본 안내서는 이를 적용할 기지외의 업소에 제공하여 업주 및 관리원들이 그들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하게 하고자 함은 오산 미 공군기지와 송탄시가 상호 이해, 협조 및 존중의 정신에 입각해 취한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


특히 이 안내서는 목적, 총칙, 법 시행, 위생기준, 군 공중위생표준, 화재예방, 균등대우 및 기회, 검열, 출입금지 절차 등 총 9장으로 이뤄져 있다.
9장(출입금지절차)에는 3단계 절차를 밟게 되어있다.

▶ 1단계 - 경고(형식화하지 않고 서면으로 위생, 의료, 소방, 안전, 기회균등 및 동등대우 법 집행상의 하자 등을 지적하여 알려준다)
▶ 2단계 - 유예(특정기간동안)
▶ 3단계 - 출입금지(하자가 시정될때까지)

또한 ‘미군들의 업소출입금지 조치를 받을 시에는 한국 관계부서, 즉 송탄보건소에서 서면(문서)으로 업소가 미군들의 출입을 금지되었다는 통보절차를 받게 되며 출입금지 원인이 시정되면 재검열을 실시해 송탄지역 상인들의 출입금지 조치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업소출입금지<오프리미트>가 적용된 업소들에 대한 사전경고 및 조치원인 등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려주지도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평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