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서울행 전철을 타고 윤동주문학관으로 갔다. 청운동과 부암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문학관이 있었다. 3관으로 구성된 작은 문학관은 예쁜 카페 같았다. 1관은 원고와 사진으로 꾸며져 있고, 2관은 시인의 시집처럼 하늘이 보이고 아카시아 꽃잎이 바람에 날려 들어와 있는, 밤이면 별이 내려앉아 쉬고 갈 것 같았다. 3관은 감옥처럼 어두운 곳에서 서시를 들을 수가 있었다.

문학관은 청운동 일대 아파트에 물을 공급하는 수도 가압장이었다. 청운 수도 가압장은 1974년에 만들어져 2008년에 용도 폐기되었다. 서울시에서 그곳을 리모델링해서 윤동주문학관으로 이름을 달리하게 되었다. 아주 작은 문학관이 다녀온 지 한참 되었건만 아직도 가슴이 울린다.

시인은 연희 전문학교 2학년 때 기숙사를 나와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한다. 그곳이 종로구 누산동 9번지라 한다. 시인은 그곳에서 아침마다 산에 올랐단다. 문학관 뒤 시인의 언덕으로 꾸며진 길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서시는 모두 좋아해 다들 외워서 낭송하곤 했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죽는 날까지 감추고 싶은 잘못들을 남들이 모르길 난 바란다. 하지만 하늘은 이미 보았겠지. 시인의 순수함과 사랑이 그대로 느껴져 젊은 나이에 일본 감옥에서 돌아가신 시인이 오늘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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